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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에이스로 돌아온 게릿 콜, 그리고 안티 패스트볼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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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1 (수)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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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18.04.11 (수) 19:23

                           


 


[엠스플뉴스]


 


최근 10여 년간 메이저리그에서 일어나고 있는 구속 상승 현상은 놀라울 정도다. 


 


2002년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89.0마일(143.2km/h)이었다. 2017년에는 92.8마일(149.4km/h)이 됐다. 16년 사이 무려 3.8마일(6.2km/h)이 빨라진 것이다. 2002년을 기준으로 단 한 명도 없었던 평균 95마일(152.9km/h)를 던지는 선발 투수가 2017년 들어 35명으로 늘어난 것 역시 이런 구속 상승 현상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다.


 


올겨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이적한 게릿 콜(27·휴스턴 애스트로스)은 선발 95마일+ 시대를 상징하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그러나 평균 96.0마일(154.5km/h)이란 인상적인 패스트볼 구속에도 불구하고 콜이 지난해 거둔 성적은 인상적이지 못했다. 


 


2017시즌 콜은 12승 12패 203.0이닝 196탈삼진 평균자책 4.26을 기록했다. 200이닝 투수가 15명밖에 없는 시대란 점을 고려한다면 이닝 소화력은 제법 훌륭했다. 그러나 평균자책점은 4점대에 달했다. 9이닝당 1.37개에 달하는 피홈런을 허용한 것이 문제였다. 그의 행선지로 가장 유력했던 뉴욕 양키스팬들이 그를 영입한다는 소식을 듣고 난색을 보였던 이유다.


 


결국 12월 중순 무렵까지만 해도 거의 확정적이었던 양키스행은 지지부진해졌고, 콜은 그후로 1달이 지나 휴스턴으로 트레이드됐다. 명목상으론 1:4 트레이드였지만, 휴스턴이 콜의 대가로 보낸 선수들(조 머스그로브, 마이클 펠리스, 콜린 모란, 제이슨 마틴)은 팀 내에서 중복자원에 가까웠다. 2015시즌 19승 8패 208.0이닝 평균자책 2.60을 기록하기도 했었던 젊은 투수는 여전한 구위와 나이 대비 준수한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더이상 에이스로 취급되지 않았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이제 막 팀당 10경기를 치른 지금, 콜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투수 가운데 한 명이다. 콜은 휴스턴 이적 후 첫 2경기에서 1승 0패 14.0이닝 22탈삼진 평균자책 0.64를 기록 중이다.


 


그렇다면 대체 휴스턴으로 이적한 콜은 어떤 점이 달라진 것일까?


 


안티-패스트볼 혁명에 동참한 게릿 콜


 




 


올 시즌 콜이 보인 변화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점은 바로 패스트볼 비율이다. 2013년 데뷔 이후 5년 연속 60% 이상을 기록했던 콜의 패스트볼 비율은 휴스턴 이적 후 54.9%로 감소했다. 물론 아직 두 경기뿐이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의도적이라고 확신할 순 없다. 하지만 콜이 지금까지 연속된 2경기에서 평균 55% 이하로 패스트볼을 던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게다가 과거 소속팀이었던 피츠버그와 현 소속팀인 휴스턴의 투구성향을 살펴보면 콜이 의도적으로 패스트볼 비율을 낮췄다는 가정에는 신빙성이 더해진다. 지난해 피츠버그의 투수들은 패스트볼 비율 62.8%를 기록했는데, 이는 3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였다. 반대로 지난해 휴스턴의 투수들은 패스트볼 비율 49.6%로 전체 27위에 그쳤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휴스턴이 투수들의 패스트볼 비중을 줄이고 그 대신 브레이킹볼(슬라이더, 커브볼) 비율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한 것은 더이상 비밀이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ALCS 7차전에서 24구 연속으로 너클커브를 던졌던 랜스 맥컬러스의 투구다. 최근 몇 년간 콜린 맥휴를 비롯한 이적생들 역시 휴스턴 이적 후 브레이킹볼 비율이 대폭 늘어났다.


 








 


 


 


한편, 지난해 뉴욕 양키스(44.9%)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48.3%) 역시 의도적으로 패스트볼 비율을 낮춘 팀들로 꼽힌다. 이처럼 고의로 패스트볼 비율을 낮춘 세 팀이 지난 시즌 팀 투수 fWAR(팬그래프 기준 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에서 1, 2, 6위(클리블랜드, 양키스, 휴스턴 순)를 차지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렇듯 패스트볼 비율을 의도적으로 줄이고, 변화구 비율을 높이는 전략을 가리켜 '안티 패스트볼(anti-fastball) 이론'이라고 부른다.


 


새로운 투구 전략과 피치 디자인(pitch design)


 




 


그렇다면 메이저리그에 안티-패스트볼 팀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는 역사상 가장 많은 홈런(6,105개)이 나왔다. 그중 무려 58.5%인 3574개가 패스트볼을 상대로 나온 홈런이다. 실제로 지난해 패스트볼의 100구당 구종가치(pitch value, 해당 구종을 던져 얻은 득실)은 -0.14점으로 모든 구종을 통틀어 압도적인 꼴찌를 기록했다.


 


반면, 슬라이더(+0.43점)과 커브볼(+0.14점)은 나란히 100구당 구종가치에서 1, 2위를 기록했다. 이를 해석해보면 패스트볼은 많이 던지면 던질수록 손해고, 변화구는 많이 던지면 던질수록 이득이라는 계산이 나온다(물론 구속가감 등을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했을 때 패스트볼을 아예 안 던질 수는 없다. 단, 과거처럼 60% 이상의 비율로 반드시 던질 필요는 없다는 듯이다).


 


휴스턴을 비롯한 안티-패스트볼 팀들은 이런 논리에서 패스트볼 비율을 의도적으로 줄였고, 지난 시즌 성과를 통해 그 효율성을 입증했다. 한편, 브레이킹볼 가운데 특히 주목해야 할 구종은 바로 커브볼(더 정확히는 회전수 많은 커브볼)이다. 커브볼은 지난 시즌 모든 구종을 통틀어 가장 피안타율(.215)과 피장타율(.356)이 낮은 구종이었다.


 


메이저리그 커브볼의 회전수에 따른 성적 변화


 


2499rpm(평균) ↑: 피안타율 .210 피ISO .134


2499rpm(평균) = : 피안타율 .215 피ISO .141


2499rpm(평균) ↓: 피안타율 .222 피ISO .147


2600rpm 이상 : 피안타율 .185 피ISO .124


 


휴스턴 단장 제프 러나우는 2013년까지 평균자책 8.94에 그쳤던 맥휴를 영입했을 때, 높은 커브볼 회전수'에 주목했다. 이적 후 커브볼을 다듬은 맥휴는 4년간 평균 12승 7패 152이닝 평균자책 3.70을 기록하는 투수로 거듭날 수 있었다. 재밌는 점은 콜에게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 시즌 콜은 커브볼 30개를 던져 11개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스윙(15번) 대비 헛스윙(11번) 비율로 계산하면 무려 73.3%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어쩌면 그 비결은 지난해 대비 약 100여 회 늘어난 콜의 커브볼 분당 회전수(2667회→2753회)와 5.7cm 늘어난 상하 무브먼트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콜이 이적 후 투구 전략을 수정하고 커브볼을 다듬는 것만으로 반등에 성공한 것은 여러 투수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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