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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선발 붕괴-불펜 호투, 한화 마운드의 ‘사후약방문’ 딜레마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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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1 (수)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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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18.04.11 (수) 18:21

                           
| 선발투수는 일찍 무너지고, 뒤 이어 나온 불펜투수는 잘 던진다. 한화 마운드가 시즌 초반 ‘사후약방문’ 딜레마에 빠졌다. 


 




 


[엠스플뉴스]


 


시즌 초반 한화 이글스 마운드의 흐름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사후약방문’이다. 선발로 나온 투수들은 하나같이 부진한데, 두 번째 세 번째로 나오는 투수들은 잘 던진다. 선발투수 육성을 목표로 삼은 한화 마운드의 딜레마다.


 


한용덕 감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선발진에 대대적인 인사이동을 단행했다. 지난 시즌까지 선발로 많은 기횔 얻었던 송은범, 이태양, 안영명 등이 불펜으로 이동했다. 대신 김민우, 김재영 등 젊고 새로운 얼굴로 선발진을 구성했다. 그간 선발 경험이 많지 않았던 윤규진도 선발진에 포함했다. 


 


한 감독은 젊은 투수들이 선발진에 자릴 잡아야 한화가 장기적으로 강팀으로 올라설 수 있다고 밝혔다. 당장 올 시즌만이 아니라 길게 보고 세운 선발진 구상이란 얘기다. 외국인 선발 2명이 앞에서 든든하게 버텨주고, 국내 선발 3명은 등판 간격을 여유있게 가져가며 선발 수업을 쌓는다. 이게 원래 한화가 생각한 마운드 구상이었다.


 


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외국인 선발 듀오가 현재까지 보여준 투구 내용은 기대 이하다. 제이슨 휠러는 3경기 1승 1패 평균자책 7.88에 그쳤다. 커비스 샘슨은 더 좋지 않다. 3경기에서 승리없이 3패에 평균자책 9.22로 무너졌다.


 


국내 선발이 약한 한화는 외국인 선발 등판일에 불펜 소모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외국인 듀오의 경기당 평균 투구이닝은 4.9로 5이닝이 채 되지 않는다. 


 


국내 선발진은 우려했던 대로다. 국내 선발 5명이 7경기에 등판해 아직 1승도 챙기지 못했다. 승리없이 2패. 윤규진은 첫 등판에서 4회를 못 채우고 물러났고, 김민우는 1.1이닝만에 ‘헤드샷’으로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배영수가 NC전에서 한 차례 호투를 펼쳤지만 다음 등판에서는 3.1이닝 8실점으로 무너졌다. 


 


팀당 14경기를 치른 11일 현재, 한화 선발진의 기록은 1승 6패 평균자책 7.93으로 10개 구단 최하위다. 선발투수가 책임진 이닝도 59이닝으로 10개 구단 중에 가장 적다.


 


송은범, 이태양, 안영명... 선발 탈락자의 역습


 




 


5회를 못 채우고 무너지는 선발진과 대조적으로, 불펜으로 밀려난 투수들은 결의라도 한 듯이 일제히 호투를 펼치는 중이다.


 


안영명은 불펜으로 2경기 등판해 3.2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고 한 차례 구원승을 거뒀다. 이태양도 4경기에서 6.2이닝 평균자책 4.05로 투구 내용이 나쁘지 않다.


 


가장 극적인 반전은 송은범이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전력 외’로 여겨졌던 송은범은 6경기에 등판해 11.1이닝 동안 2승 무패, 평균자책 2.38로 한화 투수 중에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로 거듭났다. 빠른 볼 평균구속은 142.5km/h로 예년 수준(143.8km/h)보다 떨어졌지만, 볼의 회전력이 좋아져 공략하기 까다로운 투수가 됐다는 평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즌 초반 한화에선 선발투수가 대량실점하고 내려간 뒤 불펜투수가 뒤늦게 역투를 펼치는 경기가 자주 나온다. 


 


3월 24일 넥센과 개막전부터 그랬다. 이날 선발등판한 커비스 샘슨이 4이닝만에 6실점하고 내려갔지만, 그 뒤에 등판한 6명의 불펜투수는 4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27일 NC전에서도 윤규진이 3.1이닝 6실점하고 내려간 뒤, 두번째 투수 송은범이 2.1이닝 무실점 호투로 소 잃은 뒤 외양간을 보수했다. 


 


29일 NC전에선 선발 김민우가 2회도 못 채우고 내려갔다. 2회말 1사후 손시헌에게 던진 공이 헬멧을 강타해 퇴장. 대신 갑자기 마운드에 오른 송은범이 4.2이닝을 3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선발 역할을 대신했다. 


 


사후약방문은 이후로도 계속됐다. 30일 SK전에선 선발 샘슨이 4.2이닝 동안 7실점하고 조기 강판당했다. 여기서 마운드에 올라온 투수는 이태양. 이태양은 5회 2아웃부터 9회까지 4.1이닝 동안 1안타만 허용하고 삼진은 7개를 잡아내며 무실점했다. 한화는 6회 1점, 8회 1점을 내며 뒤늦게 추격했지만 점수차가 너무 크게 벌어진 뒤라 따라붙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4-8 한화의 패배.


 


4월 3일 롯데전에선 배영수가 초반 6-0, 11-2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3.1이닝 8실점으로 무너졌다. 마운드를 이어받은 송은범이 1.1이닝 비자책 2실점으로 5회를 채워 승리투수가 됐다. 6회 이후 나온 박상원이 1.1이닝 무실점, 서균이 1.1이닝 무실점, 이태양이 1이닝 무실점으로 선발 붕괴-불펜 호투 공식을 되풀이했다.


 


8일 KT전도 마찬가지. 선발 휠러가 4.1이닝 만에 6실점하고 내려간 뒤 안영명이 올라와 1.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승리투수는 2이닝을 무실점으로 호투한 송은범이 가져갔다. 안영명은 10일 열린 KIA전에서도 7회 올라와 2이닝 무실점해 승리를 챙겼다.


 


김재영 호투가 한화 선발진에 주는 의미 


 




 


이처럼 한화는 선발 기회가 주어진 투수들은 일제히 부진한 반면, 선발에서 밀려난 투수들이 호투를 펼치며 벤치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불펜과 선발의 자리바꿈이 필요하지 않을까.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한용덕 감독은 선발진 구성을 가급적이면 시즌 내내 유지하겠단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선발 부진, 불펜 호투의 엇박자가 이어질 경우, 한화로서는 초반에 일찌감치 승부를 포기하는 경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육성을 우선 목표로 삼은 한화지만, 그렇다고 성적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다.


 


희망적인 점도 있다. 10일 선발등판한 김재영은 KIA 강타선을 상대로 6이닝 동안 8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스트라이크를 자신있게 던지지 못했던 예전과 달리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고 4사구도 1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한 KIA 전이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보였던 샘슨도 7일 KT 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한결 나은 투구를 펼쳤다. 볼넷을 6개나 내주긴 했지만 실점을 2점으로 최소화했고, 데뷔 이후 처음으로 5회를 채웠다. 뛰어난 구위와 재능을 갖춘 투수인 만큼, 한국 무대에 적응만 하면 더 좋은 성적을 낼 거란 게 한화의 기대다.


 


한화로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김재영 등 국내 선발진이 자릴 잡고, 외국인 듀오가 안정을 찾는 것이다. 선발투수가 5회까지만 버텨주면 송은범, 이태양, 안영명 등 멀티 이닝 불펜투수와 정우람을 중심으로 한 필승조가 버티는 뒷문은 경쟁력이 충분하다. 


 


한화 마운드의 ‘사후약방문’ 악순환을 멈출 수 있을까. 마침 11일 KIA 상대로 윤규진이 오랜만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김재영에 이어 윤규진까지 선발 역할을 해준다면, 한화 선발 마운드는 초반 혼란을 딛고 안정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오늘 윤규진의 투구를 주의깊게 지켜봐야 할 이유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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