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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의 골든크로스] ‘LIKE 에반스’ 파레디스가 노릴 이천행 반전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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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1 (수)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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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18.04.11 (수) 10:35

                           
없어도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다. 외국인 타자에겐 뼈아픈 말이다.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두산 베어스 지미 파레디스는 숙제를 한가득 안고 이천으로 내려갔다. 2년 전 닉 에반스와 같은 이천행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엠스플뉴스=대구]


 


타율 0.179·출루율 0.220·장타율 0.333·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0.22


 


2군에서 갓 올라온 백업 야수의 성적이 아니다. 프로 첫해 헤매는 신인 타자의 성적도 아니다. 이 기록은 바로 리그 1위 두산 베어스 외국인 타자 지미 파레디스의 성적이다.


 


변명의 여지는 없다. KBO리그 외국인 타자들 가운데 최악의 지표를 보인 주인공은 바로 파레디스다. 파레디스의 현 상황을 보여주는 가장 단적인 기록은 바로 ‘1타점’이다. 단 한 차례 쏘아 올린 홈런을 제외하고 파레디스는 득점권(12타수 무안타)에서 단 1타점도 올리지 못했다. 외국인 타자로서 해결사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 셈이다.


 


7번 타순에서 주로 뛴 파레디스는 어느덧 8번 타순까지 내려왔다. 심지어 4월 8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 6회 말 2사 만루 기회에서 대타 양의지로 교체당하는 굴욕까지 맛봤다. 외국인 타자로서 믿음을 전혀 주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도 문제였다. 원래 파레디스는 내·외야 수비가 다 가능하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좌·우 코너 외야수 수비만 가능한 상태였다. 게다가 그마저도 불안한 수비 실력을 노출한 파레디스였다. 두산 조성환 수비코치는 “파레디스가 자신의 뒤로 날아오는 타구를 처리하는 게 아직 완벽하진 않은 건 사실이다. 아무래도 지난해 일본 무대에서 수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게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결국, 파레디스는 4월 9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시즌 개막 뒤 12경기 만에 파레디스를 향한 두산 김태형 감독의 인내심은 바닥났다. 1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앞서 김 감독은 “파레디스는 타격 자세의 수정이 필요하다. 1군보단 2군에서 경기를 꾸준히 뛰면서 자신이 느껴야 한다. 결과에 신경 쓰지 않고 타격감을 끌어 올렸으면 좋겠다”라는 냉정한 진단을 내렸다.


 


고토 코치 숙제 안고 이천으로 내려간 파레디스


 








 


 


두산 고토 고지 타격코치는 이천으로 내려간 파레디스를 향해 과제를 확실히 던져줬다. 고토 코치는 “파레디스에게 ‘이렇게 변화한 뒤 올라왔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인사이드 아웃 스윙이 더 좋아진다면 희망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커리어가 있는 선수라 자신의 감각을 되찾으면 된다. 팀 승리에 도움이 될 선수가 돼서 돌아오길 원한다”라고 파레디스를 격려했다.


 


다른 선수들도 그렇지만, 특히 외국인 선수에게 2군행 통보는 더 충격적일 수 있다. 지난해엔 2군행 통보에 무단 귀국해 임의탈퇴 처분을 받은 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제임스 로니의 사례가 있다. 다행히 파레디스는 자신을 2군으로 보낸 구단의 판단에 이해한단 반응을 보였다. 파레디스는 4월 10일 이천 베어스파크에 합류해 2군에서의 첫 훈련을 소화했다.


 


두산 강석천 퓨처스팀 감독은 파레디스와의 면담을 통해 개선 방안을 찾고자 했다. 강 감독은 “파레디스가 1군에서 많은 걸 느꼈다고 말하더라. 2군 코치진은 처음 보는 선수라 일단 오늘(10일)은 퓨처스리그 경기에 (파레디스를) 안 내보냈다. 연습 때 스윙을 지켜보면서 문제점을 파악했다. 내일(11일)부터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감독은 2년 전인 2016년 닉 에반스의 사례를 예로 들면서 파레디스의 반전을 소망했다. 당시 에반스는 4월 타율 0.164(61타수 10안타) /1홈런 /5타점 /10볼넷 /18삼진 /OPS 0.543에 그쳤다. 심한 부진으로 퇴출 얘기까지 나온 상황이었다. 결국, 에반스는 4월 24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김 감독은 에반스에게 2주간의 재충전 시간을 부여했다. 그리고 약 2주간 이천에 있다 돌아온 에반스의 방망이는 환골탈태 수준이었다.


 


에반스는 사구 실금 부상이 있었던 7월을 제외하곤 달마다 타율 3할이 넘는 활약을 펼쳤다. 에반스의 2016시즌 최종 성적은 타율 0.308/123안타/24홈런/81타점/출루율 0.410/장타율 0.565였다.


 


강 감독은 파레디스가 에반스와 같은 이천행 반전을 일궈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 감독은 “2년 전 에반스는 이천을 갔다 오면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고 자신감도 얻었더라. 한국식 볼 배합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파레디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몸쪽 변화구에 약점이 있어서 공이 보이면 방망이가 막 나간다. 기한을 정해두지 않고 최대한 도와줄 수 있는 건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파레디스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KBO리그 동료인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도 파레디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러프 역시 에반스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시즌 초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갔다 온 뒤 반등에 성공했다. 러프는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는 게 먼저라고 조언했다.


 


“외국인 타자에게 2군행은 큰 압박감이 될 수 있지만, 당시엔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는 데 중점을 뒀다. 1년 전 우리 팀 코치진은 나에게 2군 경기를 다 뛰게 한 게 아니라 적절히 휴식 시간도 부여했다. 심리적인 안정이 (파레디스에게) 가장 중요하다. 수많은 경기 가운데 몇 경기만 했을 뿐이다. 너무 많은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러프의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두산은 외국인 타자의 활약이 없음에도 리그 1위(4월 10일 기준 10승 3패)를 달리고 있단 점이다. 4월 10일 대구 삼성전에선 파레디스 자리에 대신 나온 정진호가 리드오프로서 3출루 경기로 팀의 8-1 승리에 이바지했다. 김 감독은 “최근 경기에 꾸준히 출전하고 타격감이 좋은 정진호가 파레디스의 자리에 들어갈 것 같다”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 감독은 파레디스에 대해 “공백이라는 단어를 쓰긴 조금 그렇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만큼 파레디스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단 뜻이기도 하다. 구단 관계자는 “파레디스에게 한 번 더 주어질 기회에서도 큰 변화가 없으면 감독님 스타일상 빠른 결단을 내릴 수 있다”라고 귀띔했다. 에반스와 같은 이천행 반전이 파레디스에게 꼭 필요한 까닭이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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