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이현우의 MLB+] 오타니의 스플리터는 왜 마구일까?

일병 news1

조회 460

추천 1

2018.04.09 (월) 14:44

                           


 
[엠스플뉴스]
 
오타니 쇼헤이(23·LA 에인절스)의 두 번째 선발 등판은 완벽했다.
 
오타니는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91개의 공을 던져 7이닝 1피안타 1볼넷 1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드물게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오타니는 메이저리그에 상륙할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오타니는 만 25세 이하 선수로서 국제 유망주로 분류됐다. 포스팅 금액 최대 2000만 달러, 계약금 최대 350만 달러에 NPB리그 MVP를 영입할 수 있다는 매력적인 조건으로 인해 30개 구단 가운데 무려 27개 구단이 오타니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오타니 한 명에게 화제가 지나치게 집중되던 현상은 반작용을 불러일으켰다. 시범경기에서 투수로서 1패 2.2이닝 평균자책 27.00을, 타자로서 타율 .125 0홈런 1타점을 기록하자, 오타니는 수많은 언론과 팬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실력도 안 되면서 뭘 그리 유난을 떨었냐는 반응부터 고등학생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개막 후 오타니가 보이는 활약은 혹평을 한 전문가들을 입 다물게 하기에 충분했다. 투수 데뷔전에서 6이닝 3피안타 1볼넷 6탈삼진 3실점으로 승리를 거둔 오타니는, 이후 타자로 나선 3경기에서 모두 홈런을 쳐냈다. 
 
그리곤 하루 휴식 후 등판 경기에서 완벽한 투구를 선보인 것이다. 이런 오타니에게 전 세계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타니의 호투 비결, 8할은 스플리터 덕분
 


 
그렇다면 오타니가 시범경기에서와는 달리, 정규시즌 첫 두 경기에서 호투를 펼친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필자는 지난 2일 '데뷔전에서 반전을 만들어낸 오타니'란 칼럼을 통해 '투수 오타니'의 달라진 점을 분석한 바 있다. 해당 글에서 필자는 시범경기 동안 거의 구사하지 않았던 주무기 스플리터를 적극적으로 구사한 점이 오타니의 첫 경기 호투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오타니는 일본 시절 최고 145km/h에 달하는 고속 포크볼을 구사했다. 미국에선 스플리터라고 불리는 구종이다. 이를 최고 165km/h에 이르는 패스트볼과 섞어 던지며 헛스윙을 유도하는 것이 일본 시절 오타니의 필승 패턴이었다. 그런데 오타니는 시범경기 동안 주무기인 스플리터를 거의 구사하지 않았다. 아니, 시범경기 기간 공식 경기 등판 자체가 2경기밖에 없었다.
 
마지막 시범경기 공식 선발 등판 경기에서도 오타니가 던진 29구 가운데 스플리터는 2구에 불과했다. 어쩌다 스플리터를 많이 구사한 날은 정규시즌을 눈앞에 두고 펼쳐진 자체 청백전이 전부였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오타니와 에인절스는 의도적으로 구종 노출을 아꼈다. 그 결과 타자들은 처음으로 보는 오타니의 스플리터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타니의 스플리터가 위력적인 이유는 '생소함'만이 전부가 아니다. 
 


 
먼저 오타니의 스플리터는 패스트볼과 v-movement(상하 움직임) 차이가 무려 *8.06인치(20.5cm)에 달한다. 지난해까지 MLB에서 가장 두 구종 간에 차이가 컸던 다나카의 7.52인치(19.1cm)를 뛰어넘는 수치다. 비교 대상인 다나카의 통산 스플리터 피안타율은 .177, 타수당 삼진 비율은 32.6%에 달한다. 따라서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오타니의 스플리터에 애를 먹는 것도 당연하다.
 
 * 브룩스베이스볼을 기준으로 오타니의 패스트볼 v-movement는 +10.71인치, 스플리터는 +2.65인치다. 반면, 다나카는 패스트볼 v-movement +9.27인치, 스플리터는 1.75인치다.
 


 
게다가 지난 두 경기 동안 오타니의 스플리터는 스트라이크 존 하단으로 낮게 제구됐다. 145km/h에 육박하는 스플리터가 다나카의 스플리터보다 낙차도 더 크고, 제구까지 잘 되면 상대하는 타자로선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이럴 때 타자 입장에서 오타니의 스플리터가 어떻게 느껴지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도구가 있다. 
 
바로 <베이스볼서번트>의 3차원 투구분석이다.
 
3차원 투구분석으로 본 오타니의 스플리터
 


 
<베이스볼서번트>의 3차원 투구분석 기능은 키보드와 마우스를 이용해 다양한 각도에서 특정 투수가 던진 공의 궤적과 구속, 분당 회전수(rpm) 등을 제공해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투수의 Release point(공을 놓는 지점), 타자의 인식 지점(Recognition Point), 결정 지점(Commit Point) 등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인식 지점(흰색)이란 타자가 투구를 최초로 인식하는 지점을 말한다. 반대로 결정 지점(분홍색)이란 타자가 공을 치기 위해 반응해야 하는 최소 시점이다. 또한, 마우스를 이용해 시점을 측면으로 전환하면 패스트볼과 변화구의 궤적이 분리되는 지점 역시 대략적이나마 파악할 수 있다. 이 글에선 이를 가리켜 '분리 지점'이라고 하자.
 
오타니의 스플리터를 분석할 때 눈 여겨봐야 할 점은 바로 이 분리 지점(빨간색 원)과 결정 지점(초록색 원)이다. 오타니의 스플리터를 치기 위해선 공이 초록색 원으로 표시된 곳에 도달했을 무렵부터 스윙을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오타니의 패스트볼과 스플리터가 본격적으로 분리되는 지점은 공이 빨간색 원으로 표시된 곳을 통과할 때다.
 
그때까지 타자들은 오타니가 던진 공이 스플리터인지, 패스트볼인지 파악하기 어렵다(Pitch tunnel). 즉, 타자들이 오타니가 던진 공이 스플리터라는 것을 눈치채는 시점은 대부분 이미 배트를 낸 다음이란 얘기다.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미리 노리고 치는 것 뿐이다(Guess hitting). 그렇지 않은 이상 헛스윙이 되는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는 패스트볼 구속이 워낙 빨라서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짧은 데다가, 패스트볼을 던질 때와 스플리터를 던질 때의 릴리스포인트 차이가 적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그림 속 최상단에 위치한 '밝은 청록색 점' 두 개는 커브볼을 던질 때의 릴리스포인트다. 나머지 '어두운 청록색 점(스플리터)'과 빨간색 점(패스트볼)의 릴리스포인트는 거의 분간하기 어렵다).
 
오타니의 스플리터가 현시점에서 마구와도 같은 위력을 발휘하는 비결이다. 투타겸업으로 인한 체력 문제로 밸런스가 흐트러지거나, 프로 초창기처럼 투구버릇이 노출되지 않는 이상 당분간 오타니의 스플리터를 공략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9일만 해도 오타니는 91구 가운데 34구(37.4%)를 스플리터로 던져 헛스윙 16개(47.1%), 탈삼진 8개를 유도해냈다.
 
 
단, 스플리터는 양날의 검이란 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선발 투수가 시즌 내내 지금 같은 스플리터 구사율을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성공 가도를 이어가기 위해선 반드시 스플리터를 보완해줄 무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오타니의 슬라이더는 아직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9일 경기에서 오타니는 슬라이더 13구를 던져 헛스윙을 하나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 <엠스플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신고를 접수하시겠습니까?

이전 10 페이지다음 10 페이지

이전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