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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막내 세터 이호건, 선생님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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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7 (토) 08:44

                           



[더스파이크=인천/이현지 기자] 이호건이 인하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중학교로 교생실습을 나섰다.

 

이호건은 2017~2018시즌 한국전력에 입단한 배구선수이자 인하대학교 학생이다. 체육교육과 15학번인 그는 올해로 4학년이 됐다. 사범대 학생이라면 졸업 전 꼭 거쳐야 할 관문, 교생실습. 배구선수 이호건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에 이호건은 유니폼을 잠시 벗어두고 지난 3일부터 인하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중학교(이하 인하사대부중)로 출퇴근하고 있다.

 

줄곧 운동만 해오다 처음 맡게 된 ‘교생’이라는 역할. 이호건은 “지금까지 항상 배우기만 했었는데 학생들을 가르쳐야 된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어요”라면서도 “긴장 많이 하고 갔는데 아이들이 반겨줘서 안심했죠. 다들 어려서 그런지 귀여워요”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교생 3일차, 교사가 느끼는 고충을 공감하기 시작한 그였다. “제가 3학년 1반을 맡게 됐는데, 중학교 3학년 남학생들이라 그런지 말을 너무 안 듣더라고요(웃음).”

 

선생님의 일과는 생각보다 고됐다. “매일 아침 8시 반에 출근해서 4시 반까지 근무를 해요. 아직 학교에 온지 얼마 안 돼서 수업 참관만 하고 있어요. 수업 시간마다 선생님들을 따라다니다 보니 힘든 일이 많더라고요. 수업이 끝났다고 해도 쉴 수가 없어요. 바로 다음 수업을 준비해야 해서 바쁘더라고요.”

 

 

 

(사진 : 직접 만든 지도안을 검토하고 있는 이호건)

 

바쁜 건 교생도 마찬가지였다. “지도안도 만들어야 하고 실습지도 써야 해서 정신없어요. 학교 다닐 때 강의를 많이 못 들어서 어려운 부분이 많았어요. 같이 교생실습 나온 학교 동기들이 많이 도와준 덕분에 그나마 다행이에요.” 아이들과 친해지는 것도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한다. “우리 반 아이들이 33명인데, 아직 이름을 다 못 외웠어요. 빨리 외워야하는데…. 저는 아이들과 세대차이가 전혀 안 난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들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네요(웃음).”

 

이호건이 교생실습을 나온 시점에 인하사대부중 3학년 학생들은 체육 시간에 배구를 배우고 있었다. 이호건은 2015년 대학배구 전관왕, 2017~2018시즌 신인선수상을 수상한 이력을 살려 아이들을 가르쳤다. “평소랑은 다르게 배구를 할 때는 집중하다보니 표정이 없어져요. 그래서 아이들이 약간 무서워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래도 사교성이 좋은 아이들은 먼저 와서 질문도 하고 그래요.”

 

3학년 1반의 체육수업을 돕는 건 이호건 뿐만이 아니었다. “제가 맡은 반에 인하사대부중 배구부 선수가 있어요. 박현빈이라고, 그 친구도 세터에요. 체육 시간이면 현빈이가 선생님을 도와서 친구들을 가르쳐줘요. 현빈이랑은 같은 포지션이라 그런지 조금 친해진 것 같아요. 아직 현빈이가 배구를 하는 모습을 못 봐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눈에는 마냥 귀엽더라고요.”

 

배구라면 자신 있는 이호건이지만, 교탁 앞에 서는 건 아직도 걱정 반 두려움 반이다. “다음 주면 교실에서 수업을 하게 될 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교생실습 나오기 전에 한국전력 형들이 ‘너 교생 못 나갈 것 같은데?’라면서 엄청 놀렸어요. 훈련 때 감독님께 혼나니까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잘 마쳐보고 싶어요!”

 

인터뷰 내내 3학년 1반을 '우리 반'이라고 말했던 이호건. 아이들을 향한 그의 애정만큼은 여느 교생선생님 못지 않았다.

 

사진/이현지 기자



  2018-04-06   이현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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