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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인터뷰] '피츠버그 입단' 배지환 “TV로만 보던 메이저리그, 신세계였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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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6 (금) 11:00

수정 1

수정일 2018.04.06 (금) 11:02

                           
| 한때 ‘국제미아’ 위기에 놓였던 배지환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입단 계약을 맺고 희망찬 모습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빅리그를 목표로 새출발하는 배지환을 엠스플뉴스가 직접 만나 피츠버그 계약 뒷이야기와 시범경기 출전 소감, 올 시즌 목표를 들어봤다. 


 




 


[엠스플뉴스]


 


“관중들이 제 이름을 ‘베이’ ‘베이비’라고 외치더라구요. 그런데 막상 타석에 들어가니까, 다리도 후들거리고 심장은 쿵쾅대고... 아무 소리도 들리질 않았어요.”


 


지난해 12월 ‘이영민 타격상’을 받으러 야구소프트볼인의 밤 행사장에 나타났을 때, 배지환은 모교 경북고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었다. 


 


당시 배지환을 둘러싼 상황은 암울했다. 메이저리그 애틀랜타와 계약이 파기되면서 소속팀을 잃었다. KBO에선 ‘신인드래프트 참가 2년 유예’를 통보했다. 자칫 ‘국제 미아’가 될 위기였다. 미세먼지로 가득한 날 암막커튼을 둘러친 듯 앞이 캄캄했다. 


 


4월 4일, 배지환이 다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 사이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제 더는 무적 신분이 아니다. 국제 미아 위기에서도 벗어났다. 든든한 소속팀도 얻었다. 지난 3월 11일(한국 기준), 배지환은 미 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125만 달러에 입단 계약을 체결하며 메이저리그 도전 기회를 다시 얻었다.


 


계약까지 굽이굽이 복잡하고 힘든 과정을 거쳤지만, 막상 계약을 맺은 뒤엔 순풍에 돛을 단 듯 모든 게 순조롭다. 같은 달 27일엔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출전 기회를 얻었다. 18살 고졸 루키에겐 흔치 않은 기회다. 


 


이날 배지환은 대주자로 교체 출전해 수비와 주루 플레이를 펼쳤다. 실수 없이 안정적인 플레이로 자신의 강점을 발휘했다. 타석에도 나섰다. TV로만 보던 빅리거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고, 미국 관중으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불과 5개월 남짓 짧은 시간 동안, 배지환에게 벌어진 일이다.


 




 


미국 비자 발급을 위해 4일 귀국한 배지환은 일산 MBC드림센터에서 엠스플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다시 야구를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너무나 기분이 좋다”고 피츠버그 입단 소감을 밝혔다. 


 


“계약 소식에 청소년 대표팀에서 함께 뛰었던 친구들이 제일 먼저 축하해 줬어요.” 배지환의 말이다. “양창섭, 곽빈, 강백호, 한동희 같은 친구들이죠. 한창 힘들 때는 ‘힘내라’고 위로해주고, 축하할 일이 생기니까 누구보다 먼저 연락해준 친구들이에요.” 


 


한때 ‘국제미아’가 될 위기에 처했을 때도 배지환은 특유의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나쁜 일도 일찍 겪어보는 편이 낫다”는 어른스러운 말까지 했다. 


 


하지만 겉으로 보는 것과 속내는 달랐다. 그는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솔직히 힘들었다. 운동할 수 있는 소속이 없다는 게 막막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돌아보면, 그 힘든 과정이 있었기에 더 단단하게 강한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며 긍정적인 면을 찾았다. 


 


“원래 제 성격이 그래요. 웬만해선 나쁜 쪽으로 생각하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배지환의 말이다.


 


“피츠버그 선택 이유? TV로 매일 보던 친숙한 팀”


 




 


애틀랜타 입단이 무산된 뒤에도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배지환을 향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여러 구단이 배지환에게 계약을 제안했고, 그 가운데 하나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였다. 여러 팀 중에 배지환이 피츠버그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친숙한 팀이니까요.” 배지환의 말이다. “항상 피츠버그와 다저스 경기를 챙겨봤어요. 한국 메이저리거가 나오는 경기는 거의 다 봤던 것 같아요. TV를 틀면 항상 나오는 팀이 피츠버그였죠.”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했다. “여러 팀에서 제게 관심을 보이면서, 자연히 계약금이 올라가게 됐어요. 그 중에 피츠버그가 제게 가장 많은 계약금을 제안한 팀이었어요. 선택하는 데 큰 고민은 없었습니다.” 배지환의 말이다.


 


늘 TV에서 보던 팀의 일원이 되는 건 어떤 느낌일까. 배지환은 “다른 세계에 온 것 같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선수가, 그것도 TV에서 볼 때 강정호 선배 옆에 있던 선수가 제 옆에 앉아 있으니까 신기하더라구요. TV로만 볼 때와는 느낌이 전혀 다르네요.” 


 


입단 계약 이후에도 꿈 같은 나날이 이어졌다. 입단 이후 루키리그 시범경기에 출전하던 배지환은 27일 미국 플로리다 레컴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필라델피아 필리스 전에 부름을 받았다. “루키리그 팀 숙소 게시판에 내일 메이저리그 경기에 나갈 선수 안내문이 붙어요.” 배지환이 말했다.


 


“보통 저처럼 낮은 레벨 선수는 좀처럼 부르질 않거든요. 그래서 경기 전날에도 훈련 끝난 뒤에 바다를 보러 다녀왔어요. 돌아와서 숙소 방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통역 형이 게시판을 한번 보라고 알려주더군요. 그래서 봤더니, 글쎄 제 이름이 맨 위에 있더라구요.” 당시의 흥분이 떠오르는 듯, 배지환의 목소리가 살짝 커졌다.


 


피츠버그 빅리그 선수들과 첫 만남도 기분 좋은 기억을 남겼다. “한국말 할줄 아는 선수들이 있더라구요. 저더러 ‘난 잘 생겼고, 넌 못 생겼다’는 소리도 하구요. 제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너도 강정호처럼 잘 해야 한다’ ‘강정호는 요새 어디서 뭘 하냐’ ‘강정호 좀 데려오라’는 말도 했어요. 피츠버그에서 한국 선수에 대한 인식이 좋은 것 같아요.” 


 








 


 


이날 경기에서 배지환은 7회까지 벤치에서 출전 기회를 기다렸다. “다른 선수들은 다 한번씩 출전했는데, 저만 못 나가고 있으니까 약간 초조했어요. 그런데 조디 머서 타석 때 ‘만약 머서가 출루하면 대주자로 나가라’는 지시를 받았어요. 설마 안타를 칠까 반신반의했는데, 그 순간 안타를 치고 나가더라구요.” 배지환이 기억하는 당시 상황이다.


 


장내 아나운서가 배지환을 소개하자, 관중석에서 재미난 상황이 생겼다. 관중들이 ‘베이’ ‘베이’하고 외치는 소리가 관중석 곳곳에서 들렸다. “제 이름에서 배를 ‘배’라고 안하고 ‘베이’라고 발음하나봐요. 근데 그게 ‘베이비’의 준말이래요. 그래선지 몰라도 관중들이 베이, 베이비 하며 따라 부르더라구요. 괜히 기분이 좋았어요.” 


 


어렵게 얻은 시범경기 출전 기회. 평범한 선수라면 부담감과 긴장감에 제 실력을 발휘하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배지환은 달랐다. 1루 주자로 나간 뒤, 상대 포수의 포구 실수를 틈타 재빨리 2루를 밟았다. 이어 중전 적시타 때 홈을 밟아 시범경기 첫 득점을 올렸다.


 


8회초엔 유격수 자리에 들어가 안정적인 수비 실력을 발휘했다. 1사 1루에서 땅볼 타구를 침착하게 잡아 더블 플레이로 연결했다. “원래 큰 경기나 긴장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더 잘 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첫 타석에 나갔을 때는 좀 긴장이 되더라구요. 다리도 후들거리고, 가슴도 쿵쾅대고, 아무 소리도 안 들렸어요.” 배지환의 말이다.


 


배지환은 9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나서 1구째 번트 파울, 2구째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뒤에서 코치님이 저더러 ‘코리안 이치로’라고 힘을 주시더라구요. 한 타석 뿐인 기회지만 그 말에 뭔가 보여주고 싶어서 번트를 대봤는데, 파울이 됐지 뭐에요.”


 


타석에선 범타에 그쳤지만, 배지환은 짧은 시간 동안 수비와 주루에서 자신만의 강점을 발휘해 보였다. “시범경기 출전은 다른 선수들이 쉽게 못하는 경험이잖아요. 짧지만 시범경기에 나가본 게 제겐 큰 동기부여가 됐어요. 하루 빨리 빅리그에 가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배지환의 말이다.


 


배지환의 다짐 “먼저 포기 않는다, 끝까지 도전할 것”


 




 


처음 경험하는 미국 생활. 배지환은 특유의 긍정 마인드로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그는 “처음엔 말이 안 통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알아듣는 건 어느 정도 되거든요. 다는 아니지만 아는 단어 들리는 걸로 조합해서 알아는 듣는데, 제 생각을 말로 하려니까 잘 안 나오더라구요. 그래도 이제는 음식점 주문은 잘 합니다.”


 


미국 동료들과는 말보다는 ‘몸’으로 대화를 나눈다. “말이 안 통하니 주로 몸으로 대화를 하는데, 중남미 선수들은 장난이 좀 과한 편이죠. 그 친구들은 살살 치는데, 저는 아프더라구요.” 배지환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피츠버그에 다른 동양인 선수도 있고 해서 그런지, 제가 말을 잘 못해도 동료들이 잘 알아듣고 이해해주는 편이에요.”


 


배지환은 2주 가량 한국에서 머물다 미국으로 돌아가 루키리그에서 시즌을 치른다. “시범경기에서 뛴 경험, 그리고 추신수 선배와 박효준 선배에게 많은 얘길 들은 게 제겐 큰 동기부여가 됐어요. 힘들지만,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팀 훈련보다, 개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할 것 같아요.” 배지환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목표는 당연히 빅리그 진출입니다. 하루 빨리 메이저리그 선수가 되어 TV 중계로 팬 여러분께 인사드리고 싶어요. 제가 못해서 나올지언정, 제가 먼저 힘들다고 포기할 생각은 없어요.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될 때까지, 끝까지 해볼 겁니다.”


 




 


각오를 밝힌 배지환의 시선이 방송국 벽에 걸린 역대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유니폼으로 향했다. 류현진, 추신수, 오승환의 이름이 있는 자리다. 순간 배지환의 눈이 반짝였다. “저도 언젠가 저기에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제 막 목표 하나를 이룬 그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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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상사 항상양지로가자

2018.04.06 17:00:30

박효준 보다 잘했으면 좋겠다.

신고를 접수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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