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이현우의 MLB+] 오타니, 시범경기와 뭐가 달라졌을까?

일병 news1

조회 573

추천 0

2018.04.05 (목) 13:22

                           


 
[엠스플뉴스]
 
오타니 쇼헤이(23, LA 에인절스)가 이틀 연속 홈런, 멀티 히트를 동시에 달성했다.
 
이로써 4월 5일(이하 한국시간) 기준 오타니의 정규시즌 성적은 타자로서 3경기 2홈런 5타점 타율 .429 OPS 1.286, 투수로서 1승 0패 6.0이닝 1볼넷 6탈삼진 평균자책 4.50이 됐다. 이러한 오타니의 투타를 넘나드는 활약에 전 세계 야구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드물게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오타니는 메이저리그에 상륙할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오타니는 만 25세 이하 선수로서 국제 유망주로 분류됐다. 포스팅 금액 최대 2000만 달러, 계약금 최대 355만 달러에 2016년 NPB리그 MVP를 영입할 수 있다는 매력적인 조건으로 인해 30개 구단 가운데 무려 27개 구단이 오타니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오타니 한 명에게 화제가 지나치게 집중되던 현상은 반작용을 불러일으켰다. 시범경기에서 투수로서 1패 2.2이닝 평균자책 27.00을, 타자로서 타율 .125 0홈런 1타점을 기록하자, 오타니는 수많은 언론과 팬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실력도 안 되면서 뭘 그리 유난을 떨었냐는 반응부터 고등학생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런데 정규시즌이 되자, 반전이 일어났다. 오타니는 언제 부진했냐는 듯 시즌 초반부터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대체 그사이 오타니는 어떤 점이 달라진 것일까?
 
일본 시절과 올해 시범경기에선 레그킥을 구사했던 오타니
 


 
지난 2일 필자는 [이현우의 MLB+] 데뷔전에서 반전을 만들어낸 오타니란 칼럼을 통해 '투수 오타니'의 달라진 점을 분석한 바 있다. 해당 글에서 필자는 시범경기 동안 거의 구사하지 않았던 주무기 스플리터를 적극적으로 구사한 점을 오타니의 첫 경기 호투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투수 오타니'의 성공 가능성을 내다본 이들은 애초부터 많았다.
 
그의 활약에 전 세계 야구팬들이 열광하고 있는 진짜 이유는 많은 이들이 부정적으로 전망했던 '타자 오타니'마저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필자는 오타니의 타격 영상을 분석하던 중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레그킥(leg kick, 타격을 할 때 한쪽 다리를 들어 타이밍을 맞추는 동작)이다. 
 




 
일본 시절 오타니는 레그킥 타법을 구사했다. 레그킥은 중심 이동이 원활하게 해주기 때문에 레그킥 타법은 '공을 강하게 멀리 치는 것'에 특화된 타격폼이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는 '뜬공 혁명 이론(Air Ball Revolution, 발사 각도를 높임으로써 타격성적이 향상될 수 있다는 이론)'이 화두가 되면서 어퍼스윙과 레그킥 타법이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레그킥에는 단점도 있다. 
 
레그킥을 하고 타격을 할 경우에는 양발을 땅에 붙인 상태에서 칠 때보다 준비 자세가 길어지므로 빠른 공에 약점을 갖기 쉽다. 지난 2015년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강정호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았던 이유기도 했다. 뛰어난 배트스피드와 타이밍을 맞추는 감각을 타고난 선수라면 이런 단점을 상쇄할 수 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특히 메이저리그보다 상대적으로 구속이 느린 KBO리그 또는 NPB에서 뛰다가 미국 무대를 밟은 타자라면 말할 것도 없다. 이것이 오타니가 시범경기에서 부진을 겪었던 가장 유력한 원인이다. 오타니는 3월 22일에 열린 시범경기에서까지 레그킥 타법으로 타격에 임했고,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패스트볼을 활용한 몸쪽 승부에 전혀 대처하지 못했다.
 
그런데 정규시즌을 사흘 앞둔 3월 27일 반전이 일어났다.
 
사라진 레그킥, 그럼에도 사라지지 않은 파워
 




 
지난 27일 LA 다저스와의 시범경기에 8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오타니는 레그킥을 하지 않고 타격을 해, 리치 힐을 상대로 밀어친 안타를 뽑아냈다. 이후 27, 28일에는 휴식을 취한 오타니는 30일 열린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개막전에서 바뀐 타격폼으로 메이저리그 데뷔 첫 타석에서 초구를 공략해 안타를 뽑아냈다.
 
레그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강속구에 대응하기 위해 레그킥 타법의 장점인 '중심 이동이 원활하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공을 강하게 멀리 칠 수 있다는 점'을 포기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선배 이치로 스즈키가 미국 진출 당시 강속구에 대응하기 위해 '진자타법(마치 시계추가 움직이듯 무게중심을 앞뒤로 옮기는 타격폼)을 포기한 것과 유사하다.
 
놀라운 점이 있다면 레그킥을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타니가 연일 홈런을 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그가 레그킥으로 인한 파워 증가 효과 없이도 홈런을 만들어낼 만한 선천적인 힘(raw power)를 타고 났기 때문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게다가 오타니가 레그킥을 하지 않는 타법을 실전에서 연습할 수 있는 기회는 27일 하루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뀐 타격폼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천부적인 재능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물론 오타니는 아직 타자로서 3경기, 투수로서 1경기에 출전했을 뿐이다. 지금 성적을 시즌 끝까지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메이저리그의 현미경 같은 분석력으로 인해 약점을 파악 당하고 곧 부진에 빠지게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지난 4경기에서 보여준 오타니의 재능은 투타에서 모두 빅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임은 틀림이 없다.
 
글을 쓰는 지금도 오타니의 다음 경기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 <엠스플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신고를 접수하시겠습니까?

이전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