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치히, 바이에른전 2-1 역전승. 이번 시즌 처음으로 스리백과 케이타 공격형 미드필더 가동. 활동량 119.7km(시즌 평균 115.5km)에 전력질주 768회(시즌 평균 629회)를 바탕으로 강도 높은 압박과 속공 감행. 훔멜스 공략
[골닷컴] 김현민 기자 = RB 라이프치히가 변칙 스리백 전술을 바탕으로 바이에른 뮌헨을 잡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와 함께 바이에른은 공식 대회 18경기 무패(17승 1무)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 라이프치히, 바이에른에 첫 승 거두다
라이프치히가 레드 불 아레나 홈에서 열린 바이에른과의 2017/18 시즌 분데스리가 27라운드 경기에서 2-1 역전승을 거두었다.
이 경기에서 라이프치히는 슈테판 일잔커를 중심으로 다요트 우파메카노와 이브라히마 코나테를 좌우에 배치하는 변칙 스리백 전술을 들고 나왔다. 최전방 투톱엔 경미한 부상을 당한 티모 베르너 대신 유수프 포울센과 마르첼 자비처를 배치했다. 나비 케이타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좌우 측면에 브루마와 콘라드 라이머가 포진했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케빈 캄플과 디에고 뎀메가 나섰다. 3-4-1-2 포메이션을 가동한 라이프치히다.
바이에른 뮌헨은 아르옌 로벤과 킹슬리 코망이 동시에 부상으로 빠지면서 측면 공격수 구성에 있어 문제점이 발생했다. 만 34세 베테랑 프랑크 리베리 역시 3일 간격으로 2경기 연속(함부르크와의 분데스리가 26라운드와 베식타스와의 챔피언스 리그 16강 2차전 원정) 풀타임을 소화했기에 휴식이 필요했다.
이에 유프 하인케스 바이에른 감독은 원래 포지션이 왼쪽 측면 수비수인 후안 베르낫을 왼쪽 측면 공격수로 전진 배치시켰고, 토마스 뮐러를 오른쪽 측면 공격수에 포진시킨 4-3-3 포메이션으로 라이프치히 원정에 나섰다. 게다가 로테이션 차원에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대신 산드로 바그너가 원톱으로, 하비 마르티네스 대신 제바스티안 루디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제롬 보아텡 대신 니클라시 쥘레가 마츠 훔멜스의 중앙 수비수 파트너로 선발 출전했다.
라이프치히는 이번 시즌 단 한 경기도 스리백을 가동한 적이 없었다. 지난 시즌 역시 분데스리가 25라운드 경기에 스리백을 구사한 게 유일했고, 당시 하위권(15위)에 위치하고 있었던 베르더 브레멘에게 0-3으로 대패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러하기에 더 이상 라이프치히가 스리백을 구사할 일은 없어보였다.
하지만 랄프 하젠휘틀 라이프치히 감독은 과감하게 스리백을 다시 꺼내들었다. 정공법으로는 바이에른이라는 분데스리가 절대 강자를 막기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 이루어진 선택이었다. 이미 지난 바이에른과의 분데스리가 3경기에서 모두 패한 라이프치히였기에 정상적인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바 있었다.
이에 대해 하젠휘틀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에서 "바이에른전에 단 한 번도 승점을 챙기지 못한 이후 우리는 뭔가 다른 걸 해야 한다고 느꼈다. 우리는 금요일 오후에 계획을 준비했고, 토요일에 들어서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 포메이션을 훈련했다"라고 밝혔다.
출발은 당초 계획과는 달리 불안했다. 경기 시작 10분 만에 자비처가 부상을 당해 베르너를 이른 시간에 교체 출전시켜야 했다. 일찌감치 계획이 차질이 발생한 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분 뒤(12분), 바이에른에게 선제 실점마저 허용하고 말았다. 바이에른 플레이메이커 하메스가 측면 공격수 뮐러와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측면으로 빠져나간 걸 저지하지 못한 게 실점으로 이어졌다(하메스의 크로스를 장신 공격수 바그너가 헤딩골로 꽂아넣었다). 스리백의 약점이 측면 수비에 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난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른 실점에도 라이프치히 선수들은 주눅들지 않고 도리어 더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파상공세에 나섰다. 뎀메와 캄플 왕성한 활동량으로 중원을 장악한 가운데 케이타가 양질의 패스를 찔러주었고, 장신 공격수 포울센이 바이에른 수비수들과 직접 몸싸움을 펼치는 동안 베르너가 빠르게 바이에른의 배후를 공략해 나갔다. 브루마와 라이머도 적극적으로 측면을 침투해 나갔다.
라이프치히는 14분부터 34분까지 20분 사이에 무려 9회의 슈팅을 쏟아부었다. 반면 바이에른은 단 한 차례의 슈팅조차 시도하지 못할 정도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스벤 울라이히 골키퍼의 선방쇼 덕에 어렵게 무실점을 이어나간 바이에른이었다.
결국 라이프치히는 36분경 동점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루디가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걸 라이머가 가로챘고, 케이타의 패스를 베르너가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쥘레의 태클에 저지됐다. 하지만 바로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케이타가 리바운드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전반전을 1-1로 마무리했다.
전반전 양 팀의 슈팅 숫자는 13대1로 라이프치히가 절대적인 우위를 점했다. 바이에른이 전반전을 1-1로 마무리한 게 운이 좋았던 결과였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기세가 오른 라이프치히는 후반에도 공세를 이어나갔다. 이 과정에서 라이프치히의 역전골이 나왔다. 후반 11분경 케이타의 스루 패스를 받은 베르너가 빠른 스피드를 살린 돌파에 이은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킨 것.
다급해진 바이에른은 후반 16분경 베르낫을 빼고 리베리를 투입하면서 측면 공격 강화에 나서다. 후반 27분경엔 미드필더 하메스를 대신 간판 공격수 레반도프스키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공격에 박차를 가했다.
바이에른은 역전골을 허용하고 난 이후에서야 뒤늦게 8회의 슈팅을 시도하며 골 사냥에 나섰으나 라이프치히 스리백이 안정적인 수비를 펼치면서 이를 모두 저지해냈다. 결국 승부는 2-1, 라이프치히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 변칙 스리백과 강점 극대화가 승리의 원동력
비단 결과만이 아닌 내용 면에서도 라이프치히의 완승이었다. 슈팅 숫자에서도 16대9로 앞섰고, 점유율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분에서 라이프치히가 우세를 펼쳤다. 당연히 xG 스탯(기대 득점. Expected Goals의 약자로 슈팅 지점과 상황을 통해 예상 스코어를 산출하는 통계)에서도 라이프치히가 2.62로 바이에른(1.17)에 크게 앞섰다. 반올림하면 3-1로 라이프치히가 이겼어야 했던 경기였다.
이에 하젠휘틀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종합적으로 매우매우 좋은 경기를 펼쳤다. 특히 전반전은 올해 우리가 펼친 모든 경기를 통틀어서도 단연 최고였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적장 하인케스조차 "라이프치히는 상당히 좋은 팀이고,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려는 야망으로 가득차 있다. 그들이 승리할만 했다"라고 패배를 인정했다.
이 경기에서 라이프치히 스리백의 주안점은 크게 2가지였다. 첫째 중앙 수비수 한 명을 더 투입해 바이에른의 중앙 공격을 봉쇄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바이에른에 측면을 공략할 만한 전문 측면 공격수가 전무하다시피 했고(로벤-코망 부상과 리베리 벤치), 라이프치히 역시 주전 왼쪽 측면 수비수 마르첼 할슈텐베르그가 십자인대 파열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측면 수비에 문제를 노출하고 있었기에 측면을 내주더라도 중앙을 봉쇄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는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두드러졌다. 바이에른은 60분경까지 단 1회의 슈팅에 그쳤다. 그나마 리베리가 투입되고 나서야 비로소 공격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남은 30분 사이에 8회의 슈팅을 시도했으나 이미 수비로 전환한 라이프치히를 공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인케스 감독이 승부수로 투입한 베르낫의 부진이 이래저래 아쉬울 따름이었다.
둘째 케이타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투입이었다. 케이타가 4-2-2-2 포메이션에서 에밀 포르스베리 혹은 자비처와 함께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적은 있지만 홀로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중책을 수행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케이타를 홀로 공격형 미드필더에 배치한 만큼 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었지만 대신 이는 허리 라인 강화 및 활동량의 증가로 이어졌다. 특히 주장 뎀메는 13.17km의 경이적인 활동량을 자랑했다. 그 뒤를 캄플(11.84km)과 공격수 포울센(11.84km)이 이었다. 바이에른에서 가장 활동량이 많은 선수는 아르투로 비달로 11.64km에 불과했다.
자칫 케이타가 고립될 수도 있었던 다소 위험천만한 도박이었으나 그는 하젠휘틀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다. 1골 1도움으로 팀의 2골을 모두 책임졌을 뿐 아니라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4회의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를 기록하며 찬스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뛰어난 개인 기량을 통해 바이에른 미드필드 라인의 압박을 풀어내면서 양질의 패스를 전방에 공급해낸 것.
이에 독일 스포츠 전문지 '키커'는 케이타에게 평점 1.5점(독일은 1점부터 6점까지 평점이 책정되고, 1점 만점에 낮은 숫자일수록 높은 평점에 해당한다)을 얻으며 이 경기 최우수 선수(Spieler des Spiels)로 뽑았다.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는 한발 더 나아가 케이타를 27라운드 분데스리가 전체 최고의 선수로 선정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시즌 들어 가장 라이프치히다운 경기를 펼쳤다. 지난 시즌 라이프치히가 독일 무대에 승격팀 돌풍을 일으키면서 바이에른에 이어 분데스리가 2위를 차지했던 원동력은 강도 높은 압박과 경이적인 속공 스피드에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유럽 대항전(전반기엔 챔피언스 리그, 후반기엔 유로파 리그)를 병행하면서 에너지 레벨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이 경기는 달랐다. 도리어 지난 시즌 한창 때보다도 더 왕성한 활동량과 속공 능력을 과시했다. 실제 라이프치히의 바이에른전 활동량은 무려 119.7km에 달했다. 라이프치히의 시즌 평균 활동량(115.5km)보다 4km 이상 더 뛰었다.
더 놀라운 건 바로 전력질주에 있었다. 통상적으로 전력 질주는 700회만 넘어도 매우 많은 수치에 해당한다. 속공 특화 축구를 펼치는 라이프치히가 이번 시즌 700회 이상의 전력질주를 기록한 건 13라운드 베르더 브레멘전(704회)이 전부였다. 라이프치히의 시즌 평균 전력 질주 횟수도 629회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라이프치히는 무려 768회의 전력 질주를 기록했다. 경이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과연 이 팀이 주중 유로파 리그를 치르기 위해 러시아 원정(제니트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갔다 온 팀이 맞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전력질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하젠휘틀 감독은 경미한 부상을 안고 있는 베르너를 경기 중간중간 사이드 라인 바깥으로 불러내 휴식을 취하게 했다. 필요한 순간마다 장기인 스피드로 바이에른을 공략해 나간 베르너였다.
라이프치히가 많이 뛰고 빠르게 공격을 감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바이에른도 평소보다 많이 뛰고 빠르게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실제 바이에른의 시즌 평균 활동량은 112.4km이고, 전력 질주 횟수는 617회지만 라이프치히전에선 116.7km의 활동량과 764회의 전력질주를 기록했다.
원래 바이에른은 점유율을 극대화하면서 활동량을 최대한 적게 가져가는 팀이다. 바이에른답지 않게 템포 싸움에서 라이프치히에게 말려들었고,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선수들의 체력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훔멜스 공략에 있다. 이와 관련해선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포울센의 헌신이 있었다. 포울센은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전력질주(46회)와 2번째로 많은 활동량(11.84km)을 자랑했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바이에른 후방 빌드업을 책임지고 있는 훔멜스를 괴롭혔다. 이것이 바이에른이 점유율 축구를 할 수 없었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대해 하젠휘틀 감독은 "우리는 훔멜스를 공략해 그가 패스 플레이를 할 수 없게 만들려고 했다. 이것이 통했기에 우리가 경기 내내 우세를 점할 수 있었다"라고 소견을 밝혔다.
이렇듯 라이프치히는 포메이션에 있어선 바이에른 맞춤형으로 변화를 모색했으나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있어선 기존 방식을 극대화하면서 역전승을 쟁취해냈다. 랄프 랑닉 라이프치히 단장의 인터뷰 내용이 이 경기를 가장 잘 대변해준다고 할 수 있겠다.
랑닉 "이 전술적인 아이디어는 하젠휘틀 감독의 머리에서 나왔다. 이는 바이에른에게 최적화된 방식이라는 걸 경기를 통해 입증해냈다. 항상 수비만 해선 바이에른에게 승리할 수 없다. 새로운 기초(포메이션) 하에 모든 지역에서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경기를 지배했다. 전반전에 바이에른 상대로 슈팅 숫자에서 13대1로 우세를 점했다는 건 많은 걸 시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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