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찾은 K리그 팬들 "소리 못 질러도 우리 마음 전달될 것"
K리그 올 시즌 첫 '직관'…5월 무관중 개막 후 3개월 만에 관중 입장
(성남·인천=연합뉴스) 안홍석 장보인 기자 =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흐린 날씨에도 프로축구 K리그1 경기장에는 오랜만에 활기가 돌았다.
1일 설레는 표정의 K리그 팬들이 인천 유나이티드와 광주FC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14라운드 경기가 열리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애초 계획보다 두달여 늦은 5월 개막 후 무관중 경기를 진행했던 K리그는 약 3개월만인 이날부터 경기장 수용 가능 인원의 10% 이내로 관중 입장을 시작했다.
마스크를 쓰고 인천 유니폼을 입은 팬들은 경기 시간 3시간 전인 오후 5시부터 무인발권기에서 온라인으로 예매한 티켓을 출력하거나 경기장 주위를 산책하며 입장을 기다렸다.
경기장 입구와 기념품샵 앞에도 줄이 생겼다. 팬들은 1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며 차례를 기다렸다.
오후 6시가 되자 팬들은 각 게이트에서 티켓 확인과 함께 발열 체크, 전자출입명부 QR코드 스캔, 손 소독 등을 거쳐 경기장에 입장했다.
안내 요원들은 계속해서 "1m 이상 떨어져 달라"고 거리두기를 안내했다.
인천 구단은 평소 홈 경기장의 6개의 게이트를 열어 관중을 맞지만, 이날은 4개의 문만 열었다.
경기장에 들어선 팬들은 일정 거리를 두고 배치된 지정 좌석에 앉았다. 각 좌석에는 놓인 인천 선수들의 친필 사인이 팬들을 맞이했다.
이날 친구 두 명과 함께 인천 홈구장을 찾은 김현수(11)군은 "2017년부터 인천을 응원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홈경기를 보러 왔는데, 이번 시즌에는 못 와서 정말 아쉬웠다"며 "경기장에 올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서 날뛰었다"고 말했다.
김군은 "큰 소리로 응원할 수 없는 건 아쉽지만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며 "우리가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선수들에게 팬들의 마음이 다 전해질 것이다. 오늘은 꼭 인천이 이길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기말고사가 끝난 기념으로 경기도 시흥에서 왔다는 박군철(18)군도 인천의 승리를 확신했다.
박군은 "원래 타 구단 팬이었는데, 매 시즌 벼랑 끝에서 살아남는 인천의 생존 스토리가 감동적이라 인천 팬이 됐다"며 "오늘은 인천이 이길 것 같다. 무고사가 골을 넣어줄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경기장에서 응원도 마음껏 못하고 음식도 먹을 수 없어 아쉽지만, 마음속으로 소리 지르면서 박수로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에 앞서 선수들이 몸을 풀기 위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자 팬들은 박수로 반가움을 전했고, 선수들도 관중석 앞으로 다가가 함께 박수로 인사했다.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도 성남FC와 FC서울의 경기를 보려는 팬들이 모여들었다.
팬들은 게이트에서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발열 체크와 입장권 확인을 한 뒤 경기장에 입장했다.
경기장 곳곳에 안내 요원들이 배치돼 관중이 지정 좌석에 앉도록 했고, 관중들이 자리를 옮기면 다가가 제지했다.
성남의 흰색 원정 유니폼을 입은 박중훈(18)군은 시즌 첫 '직관'을 위해 경기도 광주에서 친구 세 명과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
박군은 "성남이 이기는 경기보다 지는 경기가 많은 약팀이지만, 그래서 이기면 기분이 더 좋다"며 "서울이 부진하다고 해도 만만치 않은 팀인데, 그래도 나와 친구들이 직접 응원하러 왔으니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즌 초반 성적이 좋았다가 잠시 주춤한 데, 오늘 홈 팬들의 응원을 받고 시원하게 승리하면 좋겠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이날 인천 홈구장은 1천928석의 좌석을 개방했고 오후 6시 기준 1천668석의 티켓이 판매됐다. 성남은 1천450장의 좌석을 준비했고 이날 오전까지 1천100장의 티켓이 판매됐다.
[email protected]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