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MLB+] 흔들렸지만 끝내 무너지지 않은 류현진
[엠스플뉴스]
류현진(31·LA 다저스)이 공격적인 투구를 앞세워 부상 복귀 후 첫 승리를 거뒀다.
류현진은 2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2이닝 동안 11피안타를 허용했으나, 2실점만을 내주고 팀이 4-2로 앞선 가운데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후 다저스가 7-3으로 승리하면서 류현진은 지난 4월 22일 이후 127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승부를 한 까닭에 피안타가 11개나 됐지만, 볼넷을 하나밖에 내주지 않았고 탈삼진을 8개나 잡아낸 것이 투구수 86개로 5.2이닝을 소화한 비결이다. 한편, 다저스 감독 데이브 로버츠가 "안타를 11개 맞았지만, 약한 타구가 많았다"고 말한 데서 알 수 있듯이 피안타 대부분이 빚맞은 타구였다는 점도 주효했다.
한편, 류현진은 타석에서도 2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특히 5회말 2아웃 상황에서 나온 두 번째 안타는 팀이 대거 4점을 뽑아내는 시발점 역할을 했기에 의미가 컸다. 이에 팀 동료 저스틴 터너는 "류현진에게 투구도 좋지만, 타격은 더 좋은 것 같다"는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날 류현진의 투구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공격적인 승부와 집중력으로 3연승을 견인하다
류현진은 1회초 91.9마일(147.9km/h)을 기록한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지난 경기에 비해 패스트볼 구위가 확연히 좋았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경기 초반 류현진은 패스트볼 위주로 볼배합을 가져가며 공격적인 승부를 펼쳤다. 그 결과 류현진은 1회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는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2회 선두타자 프란밀 레예스에게 던진 높은 패스트볼(88.1마일)이 홈런으로 연결된 데 이어, 다음 타자인 오스틴 헤지스에게 던진 한 가운데 패스트볼(90.2마일)마저 안타가 되자, 류현진은 전략을 바꿔 패스트볼과 컷패스트볼(이하 커터)을 섞어 던지기 시작했다.
이 전략이 먹힌 덕분에 류현진은 다음 세 타자를 연속(땅볼, 삼진, 삼진)으로 잡아내며 2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3회부터는 커브의 비율을 급격히 끌어올리며 다양성을 더했다. 오늘 경기에서 커브볼은 카운트를 잡는 용도뿐만 아니라, 결정구로서의 역할까지도 맡은 류현진의 실질적인 주력 구종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3회 윌 마이어스와 헌터 렌프로에게 다시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2회에 이어 추가점을 내준 부분이다.
이 안타 두 개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류현진의 실투였다. 또한, 6회 2아웃 주자 1루 상황에서 레예스를 상대로 5구만 에 볼넷을 내준 점 역시 아쉬웠다. 이 이닝에서 류현진은 90마일이 넘는 공을 한 개도 던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제구마저 흔들리는 등 교체돼도 할 말이 없을 만큼 체력적으로 저하되어 있었다.
하지만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음에도 2실점으로 틀어막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류현진은 승리 투수가 될 자격이 있었다.
낮아진 체인지업 비율과 두 종류의 커브
류현진의 복귀 후 투구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바로 '체인지업 투구 비율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체인지업은 구사율 21.6%로 제1 변화구였다. 그러나 류현진은 복귀 첫 경기에서 체인지업을 10.1% 비율로 던졌다. 복귀 두 번째 경기에서도 체인지업 구사율은 16.7%에 그쳤다. 오늘 경기에서는 12.8%에 불과했다.
그 이유를 짐작해보긴 어렵지 않다. 체인지업의 제구 불안 때문이다. 복귀 후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볼과 스트라이크의 격차가 커졌고, 그 이유로 인해 카운트를 잡는 용도로도 사용됐던 과거와는 달리, '유인구로서의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다. 이에 커브볼이 기존에 체인지업이 해주던 '구속 가감 효과'를 통해 패스트볼의 위력을 더해주는 역할까지 떠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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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이 호투를 이어가고 있는 비결은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 장착한 스파이크 커브(높은 회전수의 커브)에서 찾을 수 있다. 올 시즌 류현진은 시즌 초부터 기존의 슬로우 커브(카운트 조성 및 구속 가감)와 새로 장착한 스파이크 커브(결정구)를 섞어서 던지고 있다. 그 덕분에 체인지업이 좋지 않은 날에도 류현진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문제는, 커브볼이 맡고 있는 역할이 점차 많아지면서 과부하의 전조 증상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류현진은 최근 세 경기에서 경기 후반이 될수록 커브볼을 던졌을 때, 인-플레이되는 비율이 늘어났다. 한마디로 말해 류현진의 커브를 노리고 치는 타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막기 위해선 결국 체인지업이 살아나 줄 필요가 있다.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성급하게 승부하다 안타를 많이 맞았다. 그러나 득점권에선 안타를 맞지 않았다.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소감을 남겼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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