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대어' 잡는 데 성공한 LA 갤럭시, 어떻게 연이은 유럽 무대 스타 영입 성사시키나
[골닷컴] 한만성 기자 = 지난 2007년 데이비드 베컴의 입성 후 무려 11년 만에 북미프로축구 MLS가 또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6)의 미국행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MLS 역대 최다 우승팀 LA 갤럭시는 23일(한국시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의 계약을 해지한 공격수 이브라히모비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유벤투스, 인테르, 바르셀로나, AC밀란, PSG, 맨유 등을 거친 세계적인 '빅스타'다. 비록 그는 나이가 30대 후반을 향하며 전성기를 지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긴 하지만, 불과 지난 시즌 부상 전까지 맨유에서 28골을 터뜨리며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이브라히모비치가 구가하는 국제적인 유명세와 인기를 고려할 때 그의 갤럭시 이적은 올해 월드컵 진출에 실패해 침체된 미국 축구계에 기폭제가 될 만한 소식이다.
이쯤되면 2007년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하던 베컴 영입을 시작으로 빅리그 출신 스타 선수를 영입한 갤럭시의 비결을 조명해볼 만하다. 갤럭시는 MLS의 인지도가 지금보다 한참 떨어진 2000년대 중후반 베컴을 시작으로 지난 10여년간 로비 킨, 스티븐 제라드, 지오반니 도스 산토스, 카를로 쿠디치니, 애쉴리 콜에 이어 이브라히모비치까지 영입하며 인기 구단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혹자는 연이어 빅스타를 영입한 갤럭시의 비결이 모기업이자 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현재 환율 기준, 10조7천9백억 원)에 달하는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AEG'의 자금력과 직결됐다고 말한다. 물론 베컴, 제라드 등은 갤럭시가 샐러리캡 제도를 유지하는 MLS의 고연봉자 영입을 가능케 하는 '지정 선수 제도(이하 DP 룰)'에 따라 영입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갤럭시가 이러한 국제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선수를 영입한 비결은 돈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갤럭시와 2년 계약을 맺은 이브라히모비치의 연봉은 150만 달러(약 16억) 정도다. 이는 애쉴리 콜의 작년 연봉 350만 달러보다 낮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최근 계약을 해지한 맨유에서 '연봉'이 아닌 '주급'으로만 31만 달러(약 3억3천5백만 원)를 받았다. 그는 선수 몸값으로는 세계에서 지출이 가장 큰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폴 포그바(주급 40만 달러), 로멜루 루카쿠(약 35만 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주급을 받았다. 이러한 그가 시즌 도중 맨유와의 계약을 해지하면서까지 기존 '월급' 수준의 '연봉'을 받고 갤럭시를 택한 셈이다.
그런데도 이브라히모비치가 갤럭시 이적을 택한 이유는 바로 구단의 정성어린 '물밑 작업' 덕분에 가능했다. 더 결정적인 요인은 갤럭시가 그를 잡기 위해 구단의 모든 인력을 동원한 데 있다.
이브라히모비치 영입 작업에 앞장선 인물은 요반 키로프스키(42) 갤럭시 기술이사다. 현역 시절 갤럭시에서 활약한 그는 2012년 코치직을 시작으로 2013년부터는 줄곧 기술이사로 활약했다.
키로프스키 이사는 미국에서 태어났으나 어린 시절 가족이 유럽 이민을 갔고, 1992년 맨유 유소년 팀에 입단했다. 베컴,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게리 네빌 등 1992년 맨유 유소년 아카데미를 졸업해 1군으로 승격해 훗날 '레전드'가 된 이들을 아울러 부르는 애칭인 '클래스 오브 92'에는 키로프스키도 포함돼 있었다. 다만 공격수였던 그는 당시 에릭 칸토나 등을 앞세워 스타군단으로 맹위를 떨친 맨유에서 주전으로 도약하지 못했고, 2군에서 활약하다가 1996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이적하며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도르트문트와 1997년 챔피언스 리그 우승까지 차지했다.
도르트문트에서 활약한 키로프스키는 포르투갈 명문 스포르팅 CP를 거쳐 크리스탈 팰리스, 버밍엄 시티에서 활약한 뒤, 2004년 고향팀 갤럭시로 이적했다. 그가 현역 은퇴를 선언한 2011년 마지막으로 몸담은 소속팀 또한 갤럭시였다. 갤럭시는 유럽에서 유소년 레벨을 거쳐 프로 선수로도 경쟁력을 발휘한 키로프스키의 인적 네트워크와 성품을 높게 평가해 은퇴 후에도 그와 함께하고 있다.
특히 키로프스키 이사가 이브라히모비치 영입을 성공적으로 매듭지은 비결은 베컴과의 인연도 한몫을 했다. 그는 베컴과 맨유 유소년 팀, 성인팀에서 동료로 활약한 데 이어 갤럭시에서도 함께 뛰었다. 베컴은 과거 PSG 시절 이브라히모비치와 호흡을 맞추며 그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으며 현역 은퇴 후에는 MLS 신생팀 창단을 준비 중인 마이애미 구단주를 맡고 있다. 키로프스키 이사는 친한친구인 베컴을 통해 지난 2016년 여름 PSG와 계약이 종료된 이브라히모비치에게 처음으로 접촉했다. 유럽 빅리그에서 미국 무대에 정착한 경험이 있는 그는 이브라히모비치를 설득할 적임자였다.
키로프스키 이사는 갤럭시가 이브라히모비치 영입을 완료한 후 미국 언론을 통해 "우리가 영입 대상으로 여긴 유럽 출신 선수들은 내가 직접 접촉해오면 내가 과거 유럽 빅클럽에서 챔피언스 리그를 경험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대화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도 내가 맨유에서 뛰었다는 사실을 안다. 미국 진출에 관심이 있는 선수라면 유럽 무대를 거쳐 갤럭시로 온 내 경험담을 궁금해하는 건 당연하다. 나는 그들에게 MLS의 장단점, 이외 미국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모든 걸 다 자세히 설명해준다. 이런 점이 우리가 유럽 스타를 영입할 수 있게 하는 큰 요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갤럭시는 키로프스키 이사를 앞세워 2016년 여름 이브라히모비치를 LA로 초대했다. 키로프스키 이사는 이브라히모비치에게 미국 대표팀 훈련 시설로도 활용되는 갤럭시의 홈구장 '스텁헙 센터' 투어를 시켜준 뒤, 베버리힐스에서 베컴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주력했다. 당시 이브라히모비치는 고심 끝에 갤럭시가 아닌 맨유 이적을 택했지만, 키로프스키 이사는 이후에도 줄곧 그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다시 영입을 시도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렸다. 결국, 이브라히모비치가 부상으로 맨유에서 입지가 흔들린 올 시즌 중반이 그를 영입할 적기가 된 셈이다.
키로프스키 이사는 "지난 1년 반 동안 이브라히모비치에게 수시로 전화를 하거나 그를 직접 만나 그와 관계를 유지했다"며, "설마 우리가 그를 영입할 수 있을 거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결국 이브라히모비치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사진: 갤럭시 구단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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