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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안토니오의 새로운 해결사, 더마 드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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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1 (목) 15:01

                           

샌안토니오의 새로운 해결사, 더마 드로잔



[점프볼=김기홍 인터넷기자] NBA 2018-2019시즌이 개막한지 2주가 지났다. 시즌 전의 예상과 같은 행보를 보이는 팀도 있고, 기대 이상 혹은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는 팀들도 있다. 응원팀의 시즌 초반 분위기에 따라 팬들의 심정도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샌안토니오 팬들의 마음속에는 슬픔과 기쁨의 감정이 공존할 것 같다.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성장이 기대되던 디욘테 머레이(22, 196cm)와 올해 드래프트 1라운드 18순위로 뽑은 로니 워커(19, 196cm)를 개막 직전에 부상으로 잃었다. 수비의 중심을 잡아주던 선수들이 한꺼번에 팀을 떠난데 이어 위 선수들마저 이탈하면서, 샌안토니오는 경기 내내 불안한 앞선 수비력을 노출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도 샌안토니오 팬들을 웃게 만드는 선수가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아니 말은 없었던) 카와이 레너드와 트레이드되어 이번 시즌부터 샌안토니오의 유니폼을 입게 된 더마 드로잔(29, 201cm)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나만 몰랐던 이야기

“그들을 믿을 수 없다. 이 바닥엔 의리란 없다. 얼마 받지도 못하고 날 팔아치우네.”

이번 여름 카와이 레너드의 반대급부로 트레이드 된 드로잔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남긴 말이다. 

2009년 데뷔 이후 9년간 토론토 랩터스에서 뛴 드로잔은 토론토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토론토에서 뛰는 동안 4회의 올스타와 2번의 올-NBA팀에 선정되면서, 동부 컨퍼런스를 대표하는 슈팅가드 자원으로 성장했다. 특히 2015-2016 시즌에는 토론토 구단 창단 이래 첫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을, 지난 시즌에는 정규리그 최다승(59승)을 이끌기도 했다. 그 뿐만 아니라 리그 샐러리캡 상승으로 선수들의 몸값에 거품이 끼었던 2016년 여름, 누구보다 빠르게 5년 1억 3,900만 달러 조건으로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충성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드로잔은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았다. 특히 르브론 제임스가 이끄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게 당한 3년 연속 참패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이유가 어찌되었든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내보내는데, 구단이 선수 본인에게 어떠한 언질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은 꽤나 씁쓸한 뒷맛이 남게 한다. 심지어 이번 여름 토론토 구단과의 미팅에서 구단 프런트가 드로잔을 향해 트레이드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드로잔이 느낄 배신감과 실망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잔혹동화

“덩크 콘테스트에서 르브론 제임스와 겨루게 된다면 즐거울 것이다.”

2009년 6월 25일에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토론토에 지명된 후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드로잔이 남긴 말이다. 까까머리를 한 채 우수에 찬 눈빛으로 인터뷰를 하던 스무 살의 드로잔은, 미래에 중요한 길목마다 제임스가 나타나 자신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예상이나 했을까. 

그렇게 데뷔 이후 점차 성장하여 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은 드로잔은, 2013-2014시즌부터 토론토를 5년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로 이끌었다. 그러나 주전들의 출전시간 비중이 대폭 늘어나는 플레이오프에서 드로잔은 2% 부족한 활약으로 ‘새가슴’ 논란에 휩싸이곤 했다. 매년 정규시즌 대비 플레이오프에서의 야투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고, 평균 득점도 2014-2015시즌을 제외하고는 정규 시즌 대비 감소했다. 이렇게 드로잔이 ‘새가슴’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미지를 갖게 되기까지 제임스가 큰 역할을 했다. 드로잔과 그의 팬들에게는 가슴이 쓰릴 플레이오프 스토리를 잠시 살펴보도록 하자. 

드로잔은 2015-2016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다소 기복 있는 경기력을 보이긴 했지만, 손목 부상을 앉고 뛰는 투혼과 함께 토론토 구단을 창단 첫 컨퍼런스 파이널 무대로 올려놓았다. 인디애나 페이서스와 마이애미 히트를 힘겹게 물리치고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한 토론토를 기다리는 상대는, 제임스, 카이리 어빙, 케빈 러브가 버티는 클리블랜드였다. 1, 2라운드를 모두 7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인 토론토에게, 앞선 두 라운드를 스윕으로 돌파한 클리블랜드는 분명 어려운 상대였다. 토론토는 우려대로 클리블랜드 원정 1, 2차전을 연달아 패했지만, 홈구장인 에어 캐나다 센터에서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드로잔이 홈 2연전에서 각각 32득점으로 활약하며 승부를 2-2 원점으로 되돌린 것이다. 비록 다음 두 경기에서 패하며 토론토는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지만, 토론토 팬들로 하여금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2016-2017시즌은 드로잔에게 악몽과도 같았다. 밀워키를 제물로 플레이오프 1라운드를 통과한 토론토는 2라운드에서 클리블랜드에게 4-0 스윕을 당한다. 특히 2차전에서 11개의 야투를 시도하여 2개만을 성공하는 등 최악의 경기력으로 비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해당 시리즈에서 드로잔은 평균 20.8득점 4.0어시스트 4.0턴오버, 3점슛 성공률 0%라는 처참한 기록을 남겼다. 정규시즌 평균 27.3득점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데뷔 이후 탄탄한 풋워크를 바탕으로 돌파와 미드레인지 게임을 즐기던 드로잔은, 2017-2018시즌부터 3점슛 시도를 대폭 늘리며(경기당 3.6개 시도) 스타일 변화를 꾀했다. 또한 평균 5.2개의 어시스트를 뿌리며 커리어 최초로 평균 5개 이상의 어시스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드로잔을 비롯한 주전 라인업의 활약과 탄탄한 벤치라인업에 힘입어 토론토는 구단 창단 이래 최다승(59승)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최다승을 축하하는 술잔이 식기도 전에 플레이오프 잔혹사는 또다시 시작되었다. 워싱턴 위저즈를 4-2로 꺾고 2라운드에 진출한 토론토를, 어김없이 제임스의 클리블랜드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해당 시리즈에서 제임스는 3점슛 감각이 흔들렸음에도 불구하고(16.7%), 평균 34.0득점, 8.3리바운드, 11.3어시스트, 1.8스틸을 기록하며 토론토를 폭격했다. 반면 드로잔은 16.8득점 2.8어시스트에 그쳤고, 3점슛을 9개 시도하여 모두 놓치는 등 에이스의 면모를 보이지 못했다. 특히 부진한 경기력 탓에 3차전에서는 4쿼터에 아예 출전하지 못했고, 4차전에서는 3쿼터 막판 플래그런트2 파울로 퇴장당하면서 최악의 모습으로 플레이오프를 마무리하게 된다. 이 경기는 결국 드로잔이 토론토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가 되고 말았다.

샌안토니오의 새로운 해결사, 더마 드로잔

좋은 날

“토론토와의 경기가 있는 날은 달력에 두 번의 동그라미를 쳐놓았다.”

토론토의 영광을 시대를 이끌었지만, 중요한 순간에 부진하면서 떠밀리듯 팀을 떠나게 된 드로잔은 이번 시즌부터 샌안토니오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그리고 시즌이 개막하고 2주가 지난 이 시점에서, 드로잔은 이미 샌안토니오 팬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드로잔은 6경기 평균 28.3득점 8.0어시스트 6.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클러치상황에서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의 개막전에서 4쿼터 종료 32초 전 결승 점프슛을 성공시켰고, ‘텍사스 라이벌’ 댈러스 매버릭스와의 시즌 첫 만남에서도 연장 종료 45초 전과 10초 전 두 번의 점프슛을 터뜨리며 해결사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제임스가 둥지를 옮긴 LA 레이커스와의 두 번의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비록 지난 10월 23일(한국시간)에 벌어진 첫 맞대결에서는 야투를 8개 연속 실패하는 등 새가슴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28일 두 번째 맞대결에서는 종료 15초 전 중거리 점프슛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면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물론 불안한 점도 있다. 샌안토니오의 수비를 책임졌던 레너드, 대니 그린, 카일 앤더슨 등이 모두 팀을 떠났고, 머레이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면서 드로잔을 비롯한 나머지 선수들에게 수비 부담이 가중된 것이다. 게다가 드로잔은 평균 이하의 수비수로 분류되고 있고, 그와 함께 백코트를 이루는 패티 밀스(30, 183cm)와 브린 포브스(25, 190cm) 또한 마찬가지다. 이에 샌안토니오는 100번의 수비 기회에서 실점 기대치를 의미하는 디펜시브 레이팅(DRtg) 수치 115.1로 리그 24위에 그치고 있다. 지난 5년간 해당 수치 3-2-1-1-3위를 기록하며 최고의 수비팀으로 군림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아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 초반 샌안토니오는 드로잔을 비롯하여 라마커스 알드리지(33, 211cm), 루디 게이(32, 203cm) 등 베테랑들의 활약에 힘입어 4승 2패로 선전하고 있다. 특히 승리한 4경기 모두 최종 4점차 이내 접전 승부 끝에 승리를 거두었고, 그 중심에 드로잔이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팬들은 벌써부터 샌안토니오와 토론토의 경기를 기대하고 있다. 1월 4일과 2월 23일에 각각 샌안토니오와 토론토의 홈구장에서 승부가 펼쳐질 예정이다. 드로잔이 두 번의 동그라미를 쳐놓았다는 저 날들이 ‘좋은 날’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물론 드로잔의 진정한 시험대는 누가 뭐래도 플레이오프 무대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드로잔이 더욱 강력해진 서부 컨퍼런스에서 샌안토니오를 플레이오프로 이끌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지 지켜보자.

#사진=NBA 미디어센트럴

#일러스트=김민석 작가 제공 



  2018-11-01   김기홍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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