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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지미 버틀러, 그의 불편한 승부욕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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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4 (일) 04:00

                           

[매거진] 지미 버틀러, 그의 불편한 승부욕



[점프볼=김윤호 칼럼니스트] 최근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에서 선수 간의 감정 다툼이 벌어졌다. 지미 버틀러와 칼 앤써니-타운스의 불편한 관계가 언론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이 때문에 타운스가 버틀러가 나가지 않으면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을 거라는 오보까지 퍼지기도 했고, 심지어 버틀러가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타운스를 도저히 이해 못한다는 소문도 퍼졌다. 급기야는 버틀러가 트레이드까지 요청했다. 그만큼 버틀러는 미네소타를 불편해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성향 차이

버틀러와 타운스는 농구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일단 버틀러는 농구에 온 신경을 몰입하는 성격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농구공을 잡은 덕분에 버틀러의 인생이 바뀔 수 있었다. 버틀러에게는 농구가 삶의 전부와 다름없으며, 농구에만 몰입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버틀러는 농구 외의 취미는 거의 접하지 않으며, 경기가 없는 날에도 농구 생각만 한다. 그만큼 농구에 대한 버틀러의 승부욕은 상당한 수준이다.

 

물론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버틀러의 이러한 행동을 보고 ‘올드스쿨 마인드’라고 생각하는 팬들이 있는데, 버틀러의 성향은 올드스쿨 마인드와 아무 상관이 없다. 예전 선수들이 현역 선수들보다 더 농구에 집중했다는 말은 틀렸다.

 

그렇다면 경기가 없는 날에 도박과 골프에 빠져 지냈던 마이클 조던의 행동은 어떻게 설명이 되며, 20대 초반부터 힙합 곡 녹음과 영화 촬영에 관심을 가진 샤킬 오닐은 어떤가? 버틀러 자체가 농구에 몰입하는 성격이라고 보는 것이 맞는 시각이다.

 

버틀러처럼 농구 생각만 하는 경우는 제법 볼 수 있다. LA 레이커스의 전설로 남은 코비 브라이언트는 농구장에 하루라도 가지 않으면 엉덩이에 가시가 돋는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농구에 열정을 쏟아 부었다. 다른 선수들이 오프시즌에 여기저기 놀러 다니는 동안에도 코비 브라이언트는 항상 농구공을 옆에 두고 살았다. 심지어 부인 바네사와 연애할 때에도 농구 얘기가 빠지지 않았을 정도로, 브라이언트의 인생은 농구 그 자체였으며 농구와의 평생 승부였다.

 

반면 타운스는 ‘할 때는 하고 놀 때는 노는’ 성격이다. 경기가 없는 날이나 오프시즌에는 농구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타운스는 「포트 나이트」, 「배틀그라운드」 등의 온라인 게임을 즐기기로 유명하며, 심지어 트위치를 통해 스트리밍 방송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 타운스와 데빈 부커가 같이 훈련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부커의 개인 트레이너에 의하면 타운스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 이후 처음으로 농구공을 잡았다고 한다.

 

타운스가 다소 유별나게 보일 수도 있다. 더구나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NBA 선수는 그리 많지 않아서 더욱 특이해 보일 수 있다. 그런데 타운스처럼 오프시즌에 아예 농구공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선수들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덕 노비츠키이다. 노비츠키는 A매치를 뛰는 경우를 제외하면, 오프시즌에 농구공을 전혀 잡지 않는다. 상당수의 선수들은 8월부터 몸을 만들며 차기 시즌을 준비하지만, 노비츠키는 트레이닝 캠프 때부터 시즌을 준비한다. 자말 크로포드는 오프시즌에 슛 연습을 하지 않았다고 고백한 적이 있으며, 르브론 제임스 역시 오프시즌에는 농구 외의 다른 활동들을 하고 지낸다.

 

같은 NBA 선수라도 라이프 스타일은 제각기 다르다. 버틀러처럼 늘상 몰입해서 승부욕을 끌어올릴 준비를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타운스처럼 몰입하는 때와 그렇지 않는 때를 나누는 이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차이를 인정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쪽에서 다른 한쪽의 성향을 걸고넘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매거진] 지미 버틀러, 그의 불편한 승부욕 

누군가가 나에게 승부욕을 강요한다면?

집단생활에서 구성원 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넘어가면 상관없지만, 차이를 인정 못하고 간섭하기 시작하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집단주의 문화가 갈수록 퇴색되는 현대 사회라면 더더욱 그렇다.

 

더구나 이 문제는 버틀러와 타운스 둘만의 다툼이 아니라, 앤드류 위긴스도 개입되어 있다. 버틀러가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하자, 앤드류 위긴스의 형인 닉 위긴스가 본인의 소셜 미디어에 “만세! (Hallelujah)”라는 글을 남겼다. 버틀러가 위긴스와도 갈등이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년 뒤에 FA 대박을 노려야 하는 입장도 있지만, 결국 버틀러는 타운스, 위긴스와의 차이를 참지 못하고 트레이드를 요청한 셈이다.

 

그런데 버틀러는 이러한 다툼이 처음이 아니다. 시카고 불스 시절에도 유사한 갈등으로 팀 분위기를 해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카고에서 뛸 당시에 버틀러는 제리안 그랜트, 덴젤 발렌타인, 니콜라 미로티치, 덕 맥더맛 등의 어린 선수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적이 있다. 시카고가 애틀랜타에게 4쿼터 종료 3분을 남기고 역전패를 당하고도 어린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분노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며 시카고 선수들을 저격한 것이다.

 

이 인터뷰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버틀러는 같은 팀 선수들과의 관계가 서먹해졌고, 설상가상으로 어린 선수들이 라존 론도를 따르면서 론도와의 관계까지 악화되었다. 당연히 기자들의 질문 앞에서는 두 사람 사이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둘러댔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없었다. 이미 팀내 분위기는 악화되었고 버틀러는 시카고에서 뛰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다. 그가 미네소타로 트레이드된 데에는 본인의 승부욕이 빚어낸 갈등도 일조했다.

 

당시 시카고는 버틀러와 론도, 그리고 드웨인 웨이드를 중심으로 야심차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팀내 갈등으로 분위기가 와해되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둬야 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선수 간의 갈등이었는데, 그 갈등의 중심에 버틀러가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본인이 시카고의 중심으로 올라올 즈음에 데릭 로즈가 부상에서 복귀했는데, 로즈와의 관계도 내내 불편했다. 무릎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시카고의 에이스는 로즈였지만, 로즈가 오랫동안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틈에 버틀러가 자리를 잡았다. 다시 팀의 중심이 되려는 로즈와 자신의 힘으로 차지한 중심의 자리를 지키려는 버틀러 사이에 갈등이 생긴 것이다. 표면적으로 두 사람이 크게 싸우지는 않았으나, 시즌 내내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불편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따라서 미네소타에서도 같은 현상이 반복된 셈이다. 버틀러는 자신의 힘으로 팀을 이기기 위한 승부욕을 감추지 못하고 타운스와 위긴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여기에 두 사람이 반발하면서 분위기가 와해되었고, 버틀러가 트레이드되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불편한 승부욕은 독이다

버틀러의 승부욕은 분명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 자신을 채찍질하며 발전하는 기폭제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과해서 다른 사람을 건드린다면, 그것은 다른 문제가 된다. 팀워크를 저하시키기 때문에 팀 전체 경기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승부욕을 주체 못하는 선수들로 팀이 구성되어 있는 경우는 없다. 있더라도 실패로 끝난다. 서로가 서로를 불편해하기 때문에, 팀워크를 끌어올릴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버틀러와 같은 성격의 선수도 있고 타운스와 같은 성격의 선수도 있어야 서로 간 존중이 존재할 수 있고 조화가 가능하다.

 

이미 버틀러는 시카고와 미네소타에서 모두 같은 문제를 일으켰다. 본인의 승부욕이 주변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고 팀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이는 또 다른 팀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이다.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진지함은 굳이 드러낼 이유도 없다. 타인을 불편하게 만드는 기질은 리더십이 아닌 고집이다.

 

#사진=손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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