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손대범 기자] 많은 전문가들은 KBL과 한국농구에 리-브랜딩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강조한다. 소비자라 할 수 있는 팬과 대중의 불신을 해소하고, 좀 더 비즈니스적 관점으로 다가가 재원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7월 취임한 새 집행부는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이정대 총재를 보좌해 연맹 살림살이를 꾸리고 방향을 제시할 최준수 신임 사무총장은 마케팅과 기획에 있어서는 검증된 인물이라는 평가다. 점프볼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이와 관련된 야심찬 포부를 드러냈다.
Q. KBL 사무총장 취임 두 달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2개월을 돌아본다면?
많은 분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만, 아직 더 많이 만나고 들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KBL이란 조직이 생긴 지도 어느덧 20년이 넘었는데, 겨우 한 달 반 정도 듣는 걸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광고대행사 본부장 역할을 하다 이 일을 맡게 됐습니다. 그간 저는 클라이언트, 즉 광고주의 이익 중심으로 일을 생각해왔습니다.
KBL에서도 프로농구의 이익 중심으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프로농구 사무총장이라는 일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의사결정의 수준이나 양이 많더군요. 제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한 자리라 생각해서 부담감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웃음). 그래도 다행히 우리 직원들이 워낙 역량이 좋다보니 혼자 다 한다는 생각보다는, 함께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믿고 나아가고 있습니다.
Q. 전에 몸담으셨던 회사 역시 스포츠 빅 이벤트와는 밀접했습니다. KBL을 총괄하는 점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전 직장에서는 K리그를 비롯해 많은 클라이언트의 스폰서십을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스폰서십을 운영하는 입장이었고, 지금은 프로농구라는 아이템을 관리하는 입장이기에 업무의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프로농구’라는 하나의 상품을 직접 매니징하면서 가치를 올리는 일이라 확연히 다른 것 같습니다.
Q. 최근 조직개편을 마치고 완전체(?)로 시즌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집행부에서 새 시즌에 대해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취임 당시 우리 직원들이 갖고 있는 침체된 분위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죠. 급여수준이나 복지 같은 부분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총재님도 그 부분을 간파하셨더군요. 그래서 취임하자마자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우선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이런 근로조건에서 일하는 분들한테 열심히 해달라고 말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각 부서별로 인원도 충분하지 않았기에 인원충원도 병행했습니다. 또 그간 경기본부장이 없었는데 이를 비롯해 여러 부서에 적임자를 채우면서 조직적인 구멍은 일단 다 메웠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이제는 직원들도 한번은 해볼만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출발선에 섰기에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현재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재미있는 농구’를 만드는 것입니다. 총재님도 농구가 재미를 되찾아서 팬들의 사랑을 다시 한 번 얻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많이 합니다. 경기본부나 사무국 모두 익사이팅한 농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농구의 매력이 본래 익사이팅한 플레이에 있는데, 그런데 그런 본질적인 매력이 팬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안타깝습니다. 저희는 그 재미있는 농구로 팬들의 사랑을 되찾고자 합니다.
Q. 사무총장 입장에서 보셨을 때 KBL이라는 브랜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었는지요?
브랜딩을 하는 관점에서 보면 사실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농구가 팬들 마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크기가 줄고 있다는 것보다 팬들 마음속에 자리 잡았던 프로농구라는 색깔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이 더 걱정거리입니다. 어떤 안 좋은 일이 일어날 때면 팬들과 마니아들이 비판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게 KBL의 위기라 생각하지 않아요. 비판은 애정의 또 다른 표현이니 그때는 그나마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 비난의 목소리조차 없어지는 시점이 오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의 반대말이 무관심이라는데, KBL이 갈수록 무관심의 영역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KBL의 색깔을 더 선명하게 해야 크기도 커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제는 그 색을 선명하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하향평준화에 있다고 봅니다. ‘평준화’라는 개념이 갖고 있는 위험성이 큽니다. 이는 ‘익사이팅’과 대치되는 말입니다. 물론 왜 평준화가 되었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어떻게 합의되었는지 그 과정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KBL이 프로답게 비즈니스라는 개념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합당한 가치를 만들어 가져가야 하는 구조가 되어야 하는데, 획일화 된 기준과 컨디션으로는 비즈니스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평준화가 된다면 구단별로 색이 비슷해지고, 구분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변이라는 단어가 무의미해지고, 그래서 누가 이기고 지든 그게 뉴스가 되지 않는 현실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승패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KBL은 타 프로스포츠와 경쟁해야 하지만, 구단은 10개 구단끼리 치열하게 경쟁해서 더 많은 팬들을 확보해야 하는 비즈니스적인 숙명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각각 색깔을 더 진하게 가져가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관심이 생기고 그게 또 흥행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대한 그런 색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것도 많을 것입니다.
Q. 외국선수 제도와 관련된 팬들의 불만이 많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요?
7월 2일 출근하기로 결정한 뒤부터는 기사를 많이 읽어봤습니다. 외국선수 이슈부분은 전방위적으로 비난도 많이 받았습니다. 이 부분은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전임 집행부와 이사회가 내린 의사결정이고 그 기준에 맞춰서 계약이 이뤄진 상태라 이번 2018-2019시즌에는 갑자기 제도를 바꾸기는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일단은 현 제도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 냉정히 볼 계획입니다. 또 여기서 나오는 현장과 팬들의 목소리를 듣고 다음 시즌에는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언론과 종사자, 관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은 한번 해봐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Q. 경기부에서는 김동광 전 해설위원이 선임되었는데, 사무국과의 조화도 무척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호흡을 맞춰나갈 계획인지요?
저와 총재님 모두 농구전문가는 아닙니다. 저희가 농구전문가가 아닌 것에 대한 우려도 많았습니다. 총재님이 처음 올 때부터 경기부는 두루두루 평판이 좋은 분을 영입해 심판과 경기 등 운영에 관련해서는 끌고 갈 수 있는 분을 모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후보가 있었지만 여러 형편에서 가장 적임자는 김동광 본부장이라고 봤습니다. 프로농구에 대한 아쉬움이 많기에, 굉장히 무거운 마음이지만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기대대로 오시자마자 모든 연습경기를 찾아가시면서 듣고 보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작년과는 다른 분위기의 경기 운영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 9시에 경기본부장, 총재님, 사무차장과 함께 회의를 합니다. 업무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다양한 이슈를 논의할 것입니다. 공개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의사결정은 없을 것입니다. 또, 경기본부와는 한 몸처럼 일할 것이기에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입니다.
Q. 사무국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면?
직원들에게 그간의 의사결정들에 대해 몇 차례 ‘왜?’라고 묻다보면 말문이 막히는 결정이 더러 있더군요. 저는 기자나 팬들 앞에서 당당히 설명할 수 없는 의사결정은 하면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그간 직원들의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총재님도 최대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줄 테니 자신감 있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달라고 했습니다.
Q. 한 달만 지나면 본격적으로 시즌 분위기가 날 것 같은데, 타이틀스폰서를 비롯한 여러 재원확충을 위한 움직임은 순조로운지 궁금합니다.
총재님도 말씀하셨지만, KBL 재정이 너무 악화되어 많이 놀랐습니다. 총재님 입장에서도 이 상태를 개선하지 않으면 다음, 혹은 그 다음 총재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보고 재원확충 부분을 선결과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폰서십도 현대 모비스가 총재사를 맡고 있기에 어느 정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농구가 인기스포츠여서 스폰서십을 경매, 입찰처럼 따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 여러 방안을 고심 중에 있습니다. 또 클라이언트에게 더 많은 이점을 주어 유치하는 방안도 테이블에 올려놓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Q. 임기기간 중 목표로 하는 부분이 있다면?
프로농구 흥행은 스타급 선수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잘 생기거나 개성 있는 선수들이 실력과 함께 자기 색깔을 잘 보여줘야 합니다. 저희는 이것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물론 이는 선수들 본인들도 자기 정체성을 보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Q. 농구팬 및 점프볼 독자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점프볼 독자들은 일반 팬이 아니라 생각해요. 기사를 챙겨볼 정도로 농구마니아들인 만큼, KBL이 잘못했을 때 질책도 가장 많이 해주신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것이 애증의 반증이라 보고 있습니다. KBL은 새롭게 거듭날 것입니다. 반드시. 재미있는 농구를 만들어서 농구마니아라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더 많이 노력할 테니 격려와 질책, 비판 모두 부탁드립니다.
최준수 사무총장은…
최준수(53) 총장은 전략 기획과 마케팅 분야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연세대 금속공학, 중앙대 광고홍보학을 전공한 그는 글로벌 광고전문기획사 이노션에서 해외광고 팀장, 인도법인장 등을 거쳐 광고기획 본부장을 지내며 IMC(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와 브랜드 매니지먼트 분야에서 내공을 쌓았다. 급속도로 변모하는 커뮤니케이션 시장에서 발 빠른 트렌드 파악과 기획력을 통해 대중과의 합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검증된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 본 기사는 2018년 9월호 점프볼 잡지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 사진_문복주 기자
2018-08-29 손대범([email protected])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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