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스플뉴스]포심 패스트볼, 투심 패스트볼, 컷 패스트볼(커터), 체인지업, 슬로우 커브, 스파이크 커브, 슬라이더, 고속 슬라이더류현진(31·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던진 구종이다. 어깨 부상 이후 구사를 자제하고 있는 고속 슬라이더를 제외해도 7가지나 된다. 놀라운 점은 포심 패스트볼, 체인지업을 제외한 나머지 구종은 모두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새로 장착하거나(투심 패스트볼, 커터, 스파이크 커브, 고속 슬라이더), 개량한 구종(슬로우 커브, 슬라이더)이란 것이다.류현진은 22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에서 7이닝 2피안타 무실점(3볼넷 8탈삼진) 호투를 펼쳤고, 팀이 4-0으로 이기면서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3번째 승리이자, 3연승. 시즌 평균자책점은 1.99로 낮아졌다.경기가 끝난 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여러 구종을 잘 섞어 던졌다. 매우 수준 높은 투구였다"고 류현진의 투구를 평했다.이는 최근 류현진의 호투 원인을 집약적으로 표현해주는 말이다.
이날 류현진은 총 7가지 구종을 섞어 던졌다. *포심(15), 투심(10), 커터(26), 체인지업(21), 슬로우 커브(11), 스파이크 커브(5), 슬라이더(1)가 그것이다. 모든 구종을 완벽하게 제구해낸 것은 덤이다. 류현진 역시 호투 비결로 "던질 수 있는 모든 구종의 제구가 잘된 점"을 꼽았다. 실제로 이날 류현진은 볼넷 3개를 허용했지만, 여기엔 다분히 의도적인 목적이 있었다.* 패스트볼은 <브룩스베이스볼>의 기준을 따라 상하 무브먼트 +7.5인치를 기준으로 그보다 높으면 포심, 낮으면 투심으로 분류했다. 커브는 시속 74.5마일+분당 회전수 2600회 이상을 스파이크 커브로, 이하를 슬로우 커브로 구분했다. <베이스볼서번트>가 슬라이더로 분한 공 1개는 75.9마일에 회전수 2311rpm으로 측정됐다.류현진이 허용한 볼넷 3개 3번 타자 하퍼(2개), 4번 타자 짐머맨(1개)을 상대할 때만 나왔다. 3회초에는 2사 1루 상황에서 하퍼와 짐머맨에게 연거푸 볼넷을 허용하며 만루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원래는 볼넷을 내주는 걸 싫어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하퍼와 짐머맨보다 모이세스 시에라가 상대하기 좋은 타자이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두고 던졌다"고 말했다.실제로 류현진은 2연속 볼넷 이후 5번 타자 시에라를 유격수 땅볼로 가볍게 막아내며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이어 12타자를 연속으로 범타 처리한 후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정면승부보다는 '우회 전략'을 통해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해낸 것이다. 7이닝 동안 2볼넷 10탈삼진을 기록했지만, 솔로 홈런 2방으로 2점을 내준 스트라스버그와 대조되는 지점이다.
이럿듯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팔색조로 변신하면서 류현진이 얻게 된 가장 큰 이득은 '타자들이 한 구종을 노리고 치는 게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류현진은 올 시즌 2스트라이크까지 간 42타수에서 피안타율 .000을 기록 중이다. 이는 승부구가 패스트볼(16타수), 체인지업(10타수), 커브(6타수), 커터(10타수)로 어느 한 구종에 편중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22일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류현진은 패스트볼, 체인지업, 커터, 커브로 각각 2탈삼진을 잡아낸 데에서 알 수 있듯이 매 타석마다 승부구를 바꿔가며 던졌다. 게다가 하퍼를 상대로는 패스트볼 구속 93마일(149.7km/h)을 기록하며, 올 시즌 최고 구속(기존 91.8마일)을 경신했다. 시즌 초반 있었던 구속 저하에 대한 우려를 날려버리는 장면이었다.
2018시즌을 선발 로테이션의 끝자락에서 시작한 류현진은 첫 경기에서 난조를 보이자 곧바로 선발 탈락 위기설까지 대두됐다. 하지만 이후 3경기에서 20이닝 6피안타 2실점(2자책) 4볼넷 25탈삼진 평균자책 0.95을 기록하자, 류현진의 팀 내 입지가 변했다. 류현진은 닷새 휴식 후 28일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원정 3연전 첫 경기에 선발 등판이 유력하다.2경기 연속으로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 등판 후 다음 경기에 등판한다는 것은 류현진의 달라진 입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 준다. 팔색조로 변신한 류현진은 부상 이전보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투수로 진화했다.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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