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前 야구단 직원 ‘ML 스카우트협회장’ 사칭 논란…“금전문제·무전취식 전력자”
-NC 다이노스 前 직원, 'ML 스카우트 협회장' 사칭 논란
-과거 금전 문제, 무전취식, 10구단 사기극 의혹 등으로 물의 빚은 인물
-NC 대표이사 특별보좌로 야구계 복귀했다가 2017년 말 돌연 퇴사
-부산지역 호텔들 "미국 국적자에 행방까지 묘연해 그간 무전취식 책임 묻지 못했다. 어떻게 이런 인물이 프로야구단 프런트로 일했는지 이해 불가"
[엠스플뉴스]
부산지역 호텔들을 중심으로 ‘사기 주의보’가 발령됐다. 최근 NC 다이노스 전(前) 직원 A 씨가 부산지역 호텔들을 상대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협회 회장을 사칭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돌면서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A 씨는 NC 입사 전 이미 각종 사기 사건과 상습 무전취식으로 큰 물의를 빚었던 인물로 밝혀졌다.
부산 호텔업계 관계자 "A 씨가 자신을 'ML 스카우트 협회장' 소개하며 계약 제안". A 씨는 과거 10구단 창단 사기극 의혹과 각종 금전문제와 상습 호텔 무전취식으로 물의 빚었던 인물
부산지역 한 호텔 관계자는 최근 엠스플뉴스에 “어떤 사람이 자기를 ‘메이저리그 스카우트협회장’ 으로 소개하며 ‘호텔과 계약을 맺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 이 사람이 정말 메이저리그 스카우트협회장이 맞느냐”고 문의했다.
문제의 인물은 호텔 직원에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선수를 보러 부산에 자주 온다. 스카우트들을 대표해 호텔과 계약을 맺고 싶다. 호텔 투숙비를 얼마까지 할인해줄 수 있는지 알려주면, 스카우트들에게 전달해 호텔을 자주 이용하게끔 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화를 걸어온 인물의 정체는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 전(前) 직원 A 씨로 밝혀졌다. A 씨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NC 구단에서 근무했다. 당시 공식적인 업무는 미국 스프링캠프 코디네이터와 구단 대표이사 보좌역이었으나, 실제 주업무는 대표이사 운전기사와 비서 업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과거 스포츠매니지먼트사 대표를 맡아 이승학, 김일엽(이상 전 롯데)의 미국 진출과 2005년 구대성의 뉴욕 메츠행을 주선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2008년 12월엔 FA(자유계약선수)로 풀려 국외리그 진출을 시도한 김동주(전 두산)의 에이전트를 맡기도 했다.
화려한 이력에도 A 씨는 자주 구설에 올랐다. 구대성과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2005년 구대성 측은 “A 씨가 ‘미국 현지생활에 필요하니 돈을 송금해달라’고 요구해 1억 1천 250만 원을 보냈다. 하지만, A 씨가 이를 몰래 인출해 유용했다. A 씨가 수 차례 반환을 약속하면서 공증까지 했으나 이후 연락이 끊겼다”며 A 씨의 금전 유용 의혹을 폭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A 씨가 미국행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야구선수 B 역시 2000년대 초반 억대 대출을 받아 A씨에게 빌려줬으나, 이를 돌려받지 못해 애를 태운 바 있다.
A 씨의 과거 행적을 소상히 아는 한 구단 관계자는 “지금도 전직 선수나 코치 중엔 ‘과거 선수 시절 A 씨에게 큰 피해를 봤다’고 벼르는 이가 적지 않다. 그런 A 씨가 어느날 갑자기 프로야구단 '대표이사 특별보좌' 직함을 달고 야구장에 나타났을 때 야구 관계자 모두가 깜짝 놀랐다”며 “잘아는 NC 프런트에게 '왜 저 사람이 NC 유니폼을 입고 있느냐'고 물으니 '우리도 잘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귀띔했다.
A 씨는 ‘10구단 창단 사기극’ 의혹에도 연루된 것으로 유명하다. 2010년 8월 A 씨는 KBO(한국야구위원회)를 찾아와 자신을 ‘메이저리그 에이전트’로 소개한 뒤 “경기도 안산 돔구장 건설을 조건으로 안산 연고 프로야구단을 창단하고 싶다. 한해 150억 원을 투자할 수 있는 재력가가 뒤에 있다”며 10구단 창단 의향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A 씨가 재력가로 소개한 미국인은 10구단 창단엔 별 뜻이 없는 이였다. 특히나 A 씨는 10구단 창단을 빌미로 모 프로야구팀 감독의 동생에게 돈을 받아 챙긴 뒤 이를 변제하지 않은 채 미국으로 떠나 큰 물의를 빚었다. 안산 돔구장 사기극 의혹과 관련해 최근 엠스플뉴스는 각종 인사의 명단과 그들의 행적이 상세히 적힌 파일을 입수했다.
2015년 소리소문없이 NC 구단 직원으로 입사한 A 씨는 2017년 말 다시 소리소문없이 NC를 떠났다. 그리고 올해 한 자산운용사의 여자프로농구팀 인수 작업에 관여하며 다시 화제의 인물이 됐다. 거창한 인수 의향서 제출에도 A 씨가 관련된 자산운영사의 여자프로농구단 인수는 결국 '없던 일'로 끝나고 말았다.
A 씨가 회장으로 소개한 'ML 스카우트 협회'. 취재 결과 실체 없는 단체로 밝혀져
A 씨는 부산에선 ‘메이저리그 에이전트’보다 ‘무전취식’으로 더 유명한 이다. 부산의 여러 특급호텔이 과거 A 씨의 무전취식으로 적지않은 손해를 본 까닭이다.
실제로 2010년 A 씨는 부산 모 호텔에 자신을 ‘미국에서 활동하는 야구 스카우트’로 소개하고서 9일간 투숙했다. 그리고선 직원 서비스를 문제삼아 불만을 제기한 뒤 약 200만 원의 숙박비를 미정산한 채로 호텔을 떠났다. 해당 호텔이 숙박비 정산을 요구하자 A씨는 ‘아프다’ ‘미국에 있다’며 정산을 미룬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지역 호텔 관계자는 “A 씨가 무전취식한 호텔이 한 두곳이 아니다. 시쳇말로 A 씨는 오래 전부터 부산지역 호텔업계에선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사람”이라며 “무전취식으로 A 씨에 대해 고소를 준비한 호텔이 꽤 됐지만, A 씨가 미국 국적자고, 행방이 묘연해 그간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호텔 관계자는 A 씨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에 있으면서 NC 구단 직원으로 일한 걸 아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최근에야 사실을 알았다. 알았다면 법적으로 어떻게 수를 썼을 것”이라며 “이전까진 A 씨가 미국에 있는지 알았다. 이런 사람이 한국 프로야구단에서 일하리라곤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A 씨는 NC 근무 시절 부산 원정시 호텔 숙박이 어려워 혼자만 다른 형태의 숙박업소에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 중 만난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A 씨가 NC에 입사했을 때부터 '여러 건의 무전취식과 사기건에 연루된 A 씨를 NC가 왜 고용하는지 의문'이란 말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야구계 "A 씨가 NC 입사한 사실 알고서 깜짝 놀라", NC "어떻게 입사했는지 알지 못한다."
부산지역 호텔업계에서 다시 A 씨의 이름이 회자하기 시작한 건 최근이다. A 씨가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협회장'을 자처하며 부산지역 호텔과 접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그렇다면 과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협회'는 실체가 있는 단체일까?
엠스플뉴스 취재에 응한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들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협회'란 단체 자체가 없을 뿐더러 설령 그런 단체가 있다손 쳐도 A 씨에게 회장을 맡길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A 씨를 둘러싼 여러 의혹과 관련해 NC 구단은 “A 씨는 이미 구단을 떠나 우리와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며 과거 사기 사건과 무전취식에 대해서도 “처음 듣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NC 전 직원은 “유명 프로야구 감독의 동생을 비롯해 많은 야구인과 야구 관계자가 A 씨 때문에 큰 금전적 손해를 봤다. A 씨의 상습 호텔 무전취식건도 야구계에선 익히 알려졌던 사실이다. NC 직원 거의 전부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구단만 모르고 있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NC가 하고 많은 사람 중에서 왜 A 씨를 채용했는지 지금도 미스터리”라고 고갤 갸웃했다.
엠스플뉴스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협회장 사칭 논란'과 관련해 A 씨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취했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다는 A 씨는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부산지역 호텔과 접촉한 사실은 있다”면서도 “나는 이제 야구계를 떠난 사람이라, 더는 답변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박찬웅, 유재학 기자 [email protected]
ⓒ <엠스플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