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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대행 체제 한달’ NC, 그래도 야구는 계속된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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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30 (토) 11:22

                           
| 김경문 감독의 충격 퇴진 이후 거의 한달이 지났다. 대행 체제로 21경기를 치른 NC 다이노스는 서서히 선수단 분위기가 안정을 찾아 가는 중이다. 그와 함께 몇 가지 눈에 띄는 방향성도 보여주고 있다. 대행 체제 NC의 6월을 엠스플뉴스가 돌아봤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대행 체제 한달’ NC, 그래도 야구는 계속된다

 
[엠스플뉴스]
 
“몸무게가 6kg이나 빠졌더라구요. 유니폼이 헐거워졌어요.”
 
만약 세계극한직업경진대회, 국제고난겨루기협회 같은 게 존재한다면 분명 ‘야구 감독’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 최상위권에 속할 것이다. 6월 29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만난 NC 다이노스 유영준 감독대행은 이달 초와 비교해 몰라보게 핼쑥해진 얼굴로 취재진을 맞았다.
 
“대행 맡은 뒤에 쟀을 때 거의 3kg이 빠졌었는데, 얼마 전에 다시 재니까 6kg이 빠졌더라구요. 원래 몸무게가 한꺼번에 빠지는 체질이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유 대행은 프로야구 감독 자리가 주는 스트레스와 고난을 한달 동안 제대로 겪는 중이다. “단장으로 경기를 지켜볼 때와는 느낌이 다릅니다.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아요.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유 대행의 말이다.
 
“그래도 야구는 계속해야 하니까요”
 
[배지헌의 브러시백] ‘대행 체제 한달’ NC, 그래도 야구는 계속된다

 
6월 3일 김경문 감독 전격 경질 사태 이후 거의 한달의 시간이 지났다. 대행 체제로 보낸 NC의 6월이 서서히 막바지를 향해 간다.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보면, 유 대행의 줄어든 몸무게만큼 NC 성적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고 하긴 어렵다. 김 감독 사퇴 전까지 NC는 20승 39패 승률 0.339로 리그 최하위였다. 6월 5일 대행체제가 시작된 이후엔 21경기 동안 8승 13패 승률 0.381를 기록했다. 
 
물론 삼성(0.333)과 KT(0.211)보단 나은 경기를 했지만, 3할대 승률로 최하위에 머무는 현실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야구는 우승 팀이 10경기 중에 6경기를 이기고, 꼴찌 팀이 10경기 가운데 4경기를 이기는 스포츠다. NC가 남은 시즌을 승률 5할로 마치려면, 앞으로 64경기에서 44승 20패를 기록해야 한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아직 ‘승리’의 과실을 거두진 못하고 있지만, 선수단 분위기는 분명 안정을 찾았다. 다른 팀 선수단에선 “요즘 NC 분위기가 달라졌다” “선수들 분위기는 좋아 보인다”는 얘기가 적지 않게 들린다. 더그아웃에 자욱하게 깔렸던 무거운 공기가 걷히고, 선수들의 표정엔 조금씩 웃음이 보인다. 
 
이런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선수는 외국인 투수 로건 베렛이다. 시즌 초만 해도 마치 옛날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의 김진처럼 말없이 웃기만 했던 베렛이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돌아온 지금은 큰 소리로 웃고, 동료들에게 장난을 치며 ‘스크럭스스러운’ 모습이다. 재비어 스크럭스 역시 지난 시즌의 쾌활했던 모습으로 돌아와 분위기를 주도한다.
 
“원래 베렛은 성격이 활달한 친구였습니다.” NC 관계자의 말이다. “아마도 시즌 초반엔 개인 성적도 좋지 않고, 팀내 입지도 불안하다 보니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최근에는 투구 내용도 좋고, 다시 활력을 찾은 것 같아서 보기가 좋습니다.”
 
“야구는 계속 해야 하니까요.” NC 한 중견 선수의 말이다. “솔직히 김경문 감독님께서 갑자기 떠나신 건 적잖은 충격이었습니다. 한동안 어안이 벙벙했던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시즌이 아직 많이 남아있고, 저희를 지켜보는 팬들이 있는 만큼 마음을 잡고 운동에 전념해야죠.”
 
대행 체제 한달, NC의 방향은 ‘육성’
 
[배지헌의 브러시백] ‘대행 체제 한달’ NC, 그래도 야구는 계속된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건 1군 엔트리에 젊은 유망주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점이다. 김형준, 오영수, 김형준 등 올 시즌 새로 입단한 고졸 신인들이 1군 선수단에 합류해 평균 연령을 확 낮췄다. 유 대행은 “이미 실전 경기에도 출전했다. 앞으로도 상황에 따라 기회를 줄 예정”이라 했다. 1군 선수단은 무슨 반찬을 먹는지 체험학습 차원에서 잠시 등록한 건 아니란 얘기다. 
 
3년차 신인 내야수 김찬형도 NC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까지 거의 1군 출전 기회가 없던 김찬형은 대행 체제가 시작된 6월 5일 엔트리에 등록해 7일 롯데전부터 꾸준히 선발 출전 기회를 얻고 있다. 유격수와 3루수 자리 세대교체를 준비해야 하는 NC가 ‘대놓고’ 키우는 첫번째 후보가 김찬형이다. 
 
16일까지 첫 11경기 동안 김찬형은 20타수 2안타로 1군 투수들을 상대하는 데 애를 먹었다. 하지만 20일 KIA전에서 처음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자신감을 얻었고, 26일엔 두산을 상대로 ‘4안타’ 경기를 하며 서서히 1군 무대에 적응하는 모습이다. NC는 다른 신인급 선수들도 김찬형처럼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려서 미래의 주전으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의 전면 등장은 NC 구단의 남은 시즌 방향이 ‘성적’보단 ‘육성’에 맞춰져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유 대행은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그러면서도 “미래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유 대행은 감독대행을 맡기 전까지 스카우트 팀장과 단장으로 일했다. 오늘만 사는 현장 감독보다는 내일을 준비하는 프런트 마인드를 갖췄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기력과는 별개로, 이미 NC는 몇 가지 부면에서 눈에 띄는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선발투수를 전보다 길게 끌고 가고, 불펜에 가해지는 과부하를 줄였다. 타자들은 타석에서 배트가 나오는 비율을 줄이고, 이전보다 공을 많이 보면서 타석에 오래 머무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6월 3일까지 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었던 도루(29도루)는 대행 체제에서 19개로 해당기간 두 번째로 많았다. 10개 구단 중 가장 적었던 희생번트 시도도 대행 체제에선 10개 팀 중에 두 번째로 많았다. 경기 전 훈련 시간이 줄어들었고, 라인업이 일찍 나오는 것도 달라진 부분이다. 
 
이런 변화는 NC 구단이 정한 방향성을 드러낸다. 구단이 구성한 선수단과 구단이 설계한 방향 안에서 어떻게든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하는 게 유 대행에게 주어진 역할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고, 기꺼운 잔이라기보단 독이 든 성배에 가깝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 하기에 유 대행은 감독대행의 잔을 받아 들었다. 
 
유 대행은 “선수들에게 너무 이겨야 한다는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한다”며 “선수들이 결과를 먼저 생각하기 보단, 가진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런 유 대행체제 아래서 NC 선수단은 서서히 안정과 웃음을 찾아가고 있다. 승패의 스트레스 속에 몸무게가 줄고, 밤잠을 설치는 건 유 대행의 몫이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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