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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섭의 하드아웃] 신재웅 “선수 황혼기에 맡은 마무리, 영광이죠”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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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30 (토) 10:22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올 시즌 SK 와이번스는 ‘불펜 불안’으로 고민이 깊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한 줄기 빛’처럼 등장해, 마무리를 꿰찬 서른일곱 베테랑 투수 신재웅이다.
 
[이동섭의 하드아웃] 신재웅 “선수 황혼기에 맡은 마무리, 영광이죠”

 
[엠스플뉴스]
 
신재웅의 전성기는 바로 지금이다. 
 
SK 와이번스 베테랑 좌완투수 신재웅에게 봄날이 왔다. 6월 30일 기준 신재웅은 30경기에 등판해 28.1이닝을 던져 평균자책 1.27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연이은 호투 덕분에 신재웅은 5월 말부터 비룡군단의 마무리를 맡고 있다. 
 
신재웅은 6월 한 달간 4세이브를 수확하며, SK 뒷문에 안정감을 더했다. SK 불펜의 ‘한 줄기 빛’ 신재웅의 이야기를 엠스플뉴스가 들어봤다. 
 
클로저 신재웅의 각오 "후회 없이 공 던지겠다"
 
[이동섭의 하드아웃] 신재웅 “선수 황혼기에 맡은 마무리, 영광이죠”

[이동섭의 하드아웃] 신재웅 “선수 황혼기에 맡은 마무리, 영광이죠”



6월 27일 KIA 타이거즈 전에서 선보인 다이빙캐치, 정말 대단했습니다. 몸을 날려 팀 승리를 지켜냈어요. 
 
대단한 건 아니에요. 제가 불을 붙였으니, 제가 끄는 게 당연한 겁니다(웃음). 
 
올 시즌 맹활약으로 마무리투수 자리를 꿰찬 덕분에, 'SK 불펜의 한 줄기 빛이란 별명을 얻었습니다.
 
하하하. 원래 다들 성적이 좋으면, 주위에서 그런 별명을 붙여주지 않나요(웃음)? 좋은 별명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앞으로도 잘해보겠습니다. 
 
시즌이 절반 지났습니다. 지금까진 ‘커리어 하이’에 근접해 있어요. 그야말로 ‘대기만성’의 전형입니다. 서른일곱 적지 않은 나이에 ‘전성기’를 맞은 비결은 무엇일까요?
 
철저한 준비가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비시즌 기간 준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시즌 성적이 좌우된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비시즌 철저한 준비’,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췄는지 궁금합니다. 
 
캠프 기간이 짧아지고, 개인 훈련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환경이 바뀐 거죠. 개인 훈련 시간이 늘어난 만큼, 제가 아는 ‘전문가’를 초빙해서 몸 관리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제가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려 노력했어요. 
 
[이동섭의 하드아웃] 신재웅 “선수 황혼기에 맡은 마무리, 영광이죠”

 
‘철저한 준비’가 효과를 톡톡히 본 듯합니다. 시즌 초반부터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가며, 5월부터는 SK ‘클로저’로 전격 낙점됐습니다. 아직도 1점 대 평균자책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불펜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경기 한 경기 버텨내고 있습니다. 아직 ‘마무리’란 보직이 많이 낯설어요(웃음). 부담감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 해요. 오직 타자 세 명을 잡는 데 집중할 뿐입니다.
 
‘투수 신재웅’은 베테랑이지만, ‘클로저 신재웅’은 초보입니다. 그야말로 새로운 도전인데요. 
 
그렇습니다. 마무리는 팀 승리를 지켜내야 하는 중요한 위치예요. 스스로 준비를 철저히 해서, 팀에 폐를 끼치지 않는 게 최우선입니다. 경기 마지막을 책임지는 역할을 제대로 해낼 각오입니다.
 
책임감이 막중할 듯합니다.
 
마무리 투수가 승리를 지키지 못했을 때 팀 동료들이 받는 ‘정신적 충격’은 상당합니다. 책임감이 막중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경기에 임할 때 책임감이 막중한 건 저 뿐만이 아니에요. 
 
‘마무리 투수’뿐 아니다?
 
그라운드에 올라가는 선수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합니다. 단지, 그라운드에 등장하는 순서가 다를 뿐이에요. 준비한 만큼, 결과는 따라온다고 믿습니다. 책임감에 짓눌리기보다, 후회 없이 공을 던지고 있어요. 
 
"테임즈 덕분에, 야구사에 제 이름이 기록됐습니다."
 
[이동섭의 하드아웃] 신재웅 “선수 황혼기에 맡은 마무리, 영광이죠”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에 데뷔한 지 13년이 지났습니다. 6년 동안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던 적도, 오뚝이처럼 일어난 경험도 있는데요. 위기를 극복하고,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맞습니다. 힘든 순간이 많았습니다. 주변에서 걱정도 많이 해주셨고요. 지금 제가 있기까지 도움을 주신 고마운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본인의 의지더라고요. 일어나려는 의지가 있다면, 언제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스스로가 자신의 운명을 얼마든 개척해야 하죠. 그게 ‘야구의 묘미’인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일들 중 이 일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15년 에릭 테임즈가 'KBO리그 최초 40홈런-40도루 대기록'을 완성할 당시 '마지막 도루를 허용한 투수'가 바로 신재웅인데요.
 
허허(허탈한 웃음). 그 순간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대기록을 헌납한 투수의 심정, 이젠 말할 수 있을까요?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펼쳐진 경기였어요. 테임즈가 도루를 하나 추가하면, 40홈런-40도루를 달성하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테임즈가 주자로 나갔는데, 뛰고 싶어 하는 게 눈에 보이는 거예요.
 
예상대로 테임즈가 2루로 전력질주 했습니다.
 
도루를 의식하고, 공을 던졌습니다. 충분히 아웃 타이밍이라 봤는데, 테임즈가 정말 빨랐어요. 간절함이 느껴졌습니다(웃음). 어느새 테임즈가 2루에 가 있더라고요. 뭐 어떻게 할 수 없잖아요? 이미 세이프 된 걸 돌이킬 수 없는 거니까요.
 
당시를 추억하는 얼굴에 웃음이 가득합니다(웃음).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이죠. 덕분에, 제 이름이 KBO리그 역사에 기록됐잖아요? 그 자체로 영광스런 일이에요(웃음). 제게 좋은 기록은 아니지만, 야구사에 이름이 기록됐다는 점.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운드에 서는 게 즐거운 서른일곱 베테랑 "오랫동안 야구하고 싶다"
 
[이동섭의 하드아웃] 신재웅 “선수 황혼기에 맡은 마무리, 영광이죠”

 
벌써 프로 데뷔 14년 차입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등판하는 시점이 점점 뒤 쪽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프로 데뷔 땐 선발투수로, 그 이후엔 불펜이나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활약했습니다. 지금은 경기 마지막을 책임지는 ‘클로저’입니다. 
 
생각해보니, 그러네요(웃음). 돌이켜보면, 프로에서 안 해본 역할이 없어요. 선수 생활 황혼기에 접어든 지금, 마무리 투수를 할 수 있어 큰 영광이에요. 마무리는 언제나 동경해왔던 보직이었습니다. 매력적이잖아요. 경기 마지막을 책임지는 투수니까요. 
 
동경해왔던 보직, 실제로 맡아보니 어떻습니까.
 
막상 마무리투수가 돼 보니, 부담감이 만만치 않더라고요(웃음). 
 
그렇군요(웃음). 선수 생활 끝까지 ‘마무리 보직’을 지키고 싶은 바람은 없나요?
 
욕심은 있어요. 하지만, 보직은 전적으로 감독님이 결정할 사안입니다. 철저하게 준비해서 이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죠. 활약이 뜸해지면, 마무리 보직은 언제든 다른 투수 몫이 될 겁니다. 마무리투수 자리를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어요. 
 
뭡니까.
 
늘 저 자신을 채찍질하며, 나태해지지 않는 거죠. 
 
베테랑 투수 신재웅이 계획한 '선수 생활의 끝'은 언제입니까.
 
생각해본 적 없어요. 제 몸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오래도록 야구를 하고 싶습니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게 즐거워요. 나이가 든 만큼, 철저한 준비가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몸관리가 힘든 건 사실이에요. 준비할 게 많아지고, 회복 속도는 늦어집니다. 신경 쓸 게 너무 많아요(웃음).
 
팬들 역시 오래도록 '마운드 위 신재웅'을 보고 싶어 합니다. 신재웅에 환호하는 팬을 향한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언제나 '철저한 준비'를 무기로 팬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팬 여러분을 위해 언제나 치열하게 경기를 준비합니다. 가끔은 굉장히 힘든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팬 여러분께서 격려를 해주실 때 힘이 납니다. 앞으로도 저를 비롯한 SK 투수들을 사랑으로 감싸주세요(웃음). 감사합니다!
 
이동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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