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센타이어, 히어로즈 구단에 메인스폰서비 지급 유보 확인
+ 넥센타이어 “히어로즈는 선수단과 팬을 위해 구단 정상화에 매진하라"
+ 히어로즈 박준상 대표의 주장 "메인스폰서비 잘 받고 있다."
+ “넥센타이어가 메인스폰서 포기하면 서브스폰서 계약해지 도미노 사태 벌어질지도"
[엠스플뉴스]
프로야구단 넥센 히어로즈의 ‘메인스폰서’ 넥센타이어가 스폰서비 지급을 유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넥센타이어가 3월 선지급분인 12억 원을 히어로즈에 미지급 중인 사실이 밝혀졌다. 넥센타이어는 매달 10일 스폰서비를 히어로즈에 지급해왔다.
스폰서비 지급 유보와 관련해 넥센타이어 측은 “엠스플뉴스가 취재한 그대로”라며 “히어로즈의 구단 정상화 노력이 부족하단 판단 아래 3월 스폰서비 지급을 유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윈-윈’ 관계였던 넥센타이어와 히어로즈
히어로즈 구단이 ‘넥센’ 이름을 쓴 건 2010년부터다. 2010년 2월 9일 넥센타이어와 메인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히어로즈는 구단명을 ‘서울 히어로즈’에서 ‘넥센 히어로즈’로 바꿔 사용했다.
양 측의 계약기간은 2년, 이 계약으로 히어로즈 구단은 2010년부터 유니폼과 모자, 헬멧 등에 넥센타이어의 기업명과 로고를 부착했다.
당시 타이어 업계의 후발 주자였던 넥센타이어는 브랜드 런칭 10주년과 매출 1조 원 돌파로 세계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었다. 넥센타이어는 메인스폰서 계약 후 “TV 등 다양한 매체에 ‘NEXEN’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프로야구 파행을 막아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히어로즈와 메인스폰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넥센타이어와 히어로즈의 동행은 ‘윈-윈’이었다. 창단 이후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던 히어로즈는 메인스폰서 계약 이후 빠르게 경영 안정을 이뤘다. 넥센타이어도 프로야구에 메인스폰서로 참여하며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큰 효과를 거뒀다.
양 측은 2012년 메인스폰서 계약을 2년 더 연장했다. 2번째 계약의 마지막 해인 2013년, 넥센이 리그 4위로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자 넥센타이어와 히어로즈는 2014년 세 번째 메인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이때도 계약기간은 2년이었다. 넥센은 재계약 첫해인 2014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란 큰 성과를 거뒀다.
넥센타이어와 히어로즈가 네 번째 계약을 체결한 건 2016년이었다. 양 측은 기존 2년에서 1년이 늘어난 ‘3년 계약’을 맺었고, 넥센타이어는 스폰서비로 연 100억 원을 주기로 약속했다.
야구계는 “모기업 없이 야구단을 운영하는 히어로즈의 순항은 넥센타이어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앞으로 구단과 메인스폰서의 유기적 협력 관계가 윈-윈 효과로 이어지는 ‘히어로즈식 구단 운영 모델’이 한국 스포츠계의 표준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참고 참았던 넥센타이어 “히어로즈는 선수단과 팬을 위해 구단 정상화에 노력하라”
양 측의 관계가 악화한 건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히어로즈 이장석 전 대표이사가 사기, 횡령 등의 혐의로 법원을 드나드는 신세가 되면서, 넥센 구단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게 발단이었다.
재계에선 “야구단뿐만 아니라 넥센타이어 이미지마저 손상됐다”며 “전폭적인 지원 외엔 한 게 없는 넥센타이어가 소비자로부터 부정적 브랜드로 낙인찍힐까 우려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넥센타이어는 이때만 해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구단 정상화를 바라는 우리 측의 입장을 히어로즈 구단에 전달하긴 했지만, 고생하는 선수들과 항상 구장을 찾아 소리 높여 응원하는 팬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공식 입장 발표는 자제했다”며 “하지만, 야구단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서 ‘메인스폰서로서 책임지는 자세를 견지해야 하지 않느냐’는 문제의식이 생기기 시작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 2월 2일 이장석 대표가 법정구속 되자 넥센타이어는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넥센타이어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서울 히어로즈 프로야구단의 경영진은 한국야구를 사랑하는 팬들과 운동에만 전념해온 선수들, 그리고 많은 후원사의 믿음을 저버린 채, 큰 실망을 안겨 주었다. 당사는 현재의 서울 히어로즈 프로야구단의 경영 및 구단 운영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앞으로 좀 더 투명하고 건전하며 팬들에게 사랑받는 팀으로 거듭나기 위한, 구체적인 개선안과 일정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선수단과 팬의 혼란을 우려해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긴 했지만, 넥센타이어의 공식 입장문을 접한 야구계 인사들은 “넥센타이어가 ‘히어로즈 구단의 경영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스폰서 계약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며 “히어로즈 구단이 지금처럼 구단 정상화에 미온적이라면 넥센타이어가 메인스폰서에서 물러나도 할 말이 없다”는 말로 히어로즈 구단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히어로즈 구단은 ‘구단 정상화’보단 ‘이장석 체제의 공고화’에 주력하는 인상을 풍겼다. 구단 정상화를 진두지휘해야 할 새 구단 대표로 수감된 이 대표의 측근 인사가 선임된 게 대표적이다.
히어로즈는 구단 운명의 최대 위험요소인 ‘주식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 되레 재계엔 “수감 중인 이장석 전 대표가 히어로즈 주식을 팔려고 물밑 작업을 펼치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가장 큰 문제는 ‘이장석 체재’ 아래서 철저히 소외됐던 히어로즈 주주들이 여전히 구단 운영과 경영에서 제외돼 있다는 데 있다. 야구계에선 ‘히어로즈 정상화’의 키를 쥔 이들을 이 대표를 제외한 다른 주주들로 보고 있다.
히어로즈 경영진이 구단 정상화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자 넥센타이어는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망이 결국 메인스폰서비 지급 유예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넥센타이어의 책임감과 히어로즈 경영진의 부인. "현재까지 (입금) 잘 되고 있다."
월 12억 원은 히어로즈 입장에선 적지 않은 금액이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넥센타이어’란 큰 기업을 보고서 서브스폰서가 되기로 마음먹은 기업이 많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넥센타이어가 메인스폰서에서 물러날 때 서브스폰서 기업들이 도미노처럼 연쇄 계약해지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넥센타이어 측은 "2010년 '프로야구가 7개 구단 체재로 운영되는 파행은 막아야 하지 않느냐'는 여러 곳의 호소와 프로야구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심정으로 히어로즈와 메인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지금 역시도 KBO리그의 파행을 막아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히어로즈가 우리가 가지는 책임감을 함께 느껴 하루라도 빨리 구단 정상화에 노력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29일 엠스플뉴스의 전화 인터뷰에 응한 히어로즈 박준상 대표는 취재 내용과는 정반대의 얘길 들려줬다. 박 대표는 "넥센타이어가 스폰서비를 계속 지급 중이냐"는 취재진의 질의에 “현재까지는 그렇고요"라며 "(넥센타이어와) 긴밀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마디로 이상없이 스폰서비를 입금받고 있다는 얘기였다.
돈 주는 사람은 '책임지는 자세를 취할 때까지 입금을 보류하겠다'고 하는데 돈 받는 사람은 '이미 받았다'라고 주장하는 묘한 현실, 어쩌면 이것이 지금 히어로즈 구단의 현재이자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바뀌지 않을 미래일지 모른다.
이동섭,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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