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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금메달 마무리’ 정우람 “고생을 즐겼기에, 여기까지 왔죠”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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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6 (목) 10:00

                           
| 9월 2일엔 인도네시아에서, 이틀 뒤엔 대전에서. 정우람은 대표팀의 승리를 지키고, 한화 이글스의 승리를 지켜냈다. ‘금메달 마무리’ 정우람은 쉴 틈이 없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금메달 마무리’ 정우람 “고생을 즐겼기에, 여기까지 왔죠”

 
[엠스플뉴스]
 
편하게 살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다. 할 수만 있다면 좀 더 자고, 좀 더 쉬고, 부담스러운 책임은 남에게 미루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하지만 한화 이글스 마무리 정우람의 마음가짐은 좀 다르다. 해마다 ‘혹사 논란’이 나올 만큼 많은 경기와 이닝을 던지면서도, 정우람은 팀을 위해 희생하며 꿋꿋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고생을 즐긴 덕분에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며 '긍정론'을 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는 생각부터 다르다. 
 
엠스플뉴스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AG) 야구 대표팀 마무리로, 또 한화 이글스의 마무리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정우람과 만나 AG 대표팀 뒷이야기와 '가을야구'를 앞둔 심정을 들어봤다. 
 
AG 대표팀 마무리, 이틀 뒤 한화에서 마무리... 정우람은 쉴 새가 없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금메달 마무리’ 정우람 “고생을 즐겼기에, 여기까지 왔죠”

 
대표팀에서 고생 많았습니다. 어떻게, 피로는 좀 풀렸나요.
 
오자마자 첫 경기부터 등판하느라... (웃음)
 
아, 맞다. 피로가 풀릴 새가 없었겠군요.
 
피곤의 연속이죠. 일단 시즌 시작하면 어쩔 수가 없어요. 시즌 끝날 때까지는 계속 그렇게 가는 거죠. 선수니까 당연한 겁니다.
 
대표팀 마무리투수로 좋은 피칭을 선보였습니다. 금메달을 따는 순간에도 마운드를 지켰구요.
 
뭐, 제가 잘했다기보다도 후배들에게 고맙죠. 후배들이 다들 자기 맡은 임무를 잘 해줬어요. 앞의 경기를 후배들이 워낙 잘 만들어준 덕분에, 어쩌다 보니 마지막 경기에 제게 기회가 왔습니다. 제가 최고참이잖아요.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밖엔 없었어요.
 
대회 후반으로 갈수록 조금씩 컨디션이 살아나는 것 같던데요. 정우람 선수의 컨디션 회복은 리그 재개를 앞둔 한화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입니다.
 
글쎄요, 다 결과 아닐까요. 결과가 잘 나오면 컨디션이 좋은 거고. 전 항상 컨디션이 좋다 나쁘다 생각하기보단 그저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컨디션이 안 좋은 날 잘 막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제 무더위도 좀 가셨고, 몇 경기 안 남았으니까 좀 더 집중해서 던지다 보면 전보다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올해 8월은 예년보다 유난히 더웠습니다. 정우람 선수 개인적으로도 힘든 8월이었을 것 같아요.
 
음, 8월이라. 그렇죠.
 
해마다 유독 8월 성적이 다른 달에 비해 좋지 않은 편입니다. 그래서 ‘8월 징크스’가 있다는 얘길 듣기도 하는데요.
 
선수가 항상 좋을 순 없으니까요. 저는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하는 걸 가장 중요한 목표로 생각합니다. 시즌을 완주하려면 어느 정도 업 앤 다운은 안고 가야 하는 면이 있어요. 그래서 크게 개의치는 않습니다. 제가 안 좋을 때 다른 선수들이 잘 메워주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제가 그렇게 할 때도 있구요. 누구나 안고 가야 하는 부분일 것 같아요.
 
특별히 8월이 힘든 이유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날씨가 덥고, 그러다 보면 누구나 집중력이 조금 떨어질 수 있으니까요. 144경기 페넌트레이스 동안 계속 집중하다 보면, 집중력이 약간 떨어지는 시기가 찾아오는 것 같아요. 그게 더운 날씨와 맞물리면서 그렇게 되는 게 아닐까. 사실 성적에 대해선 변명의 여지가 없죠. 계속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고생하는 걸 즐겼기에 여기까지 온 것 아닐까요”
 
[배지헌의 브러시백] ‘금메달 마무리’ 정우람 “고생을 즐겼기에, 여기까지 왔죠”

 
예년까지만 해도 많은 경기에 나와서 많은 이닝을 던졌잖아요. 마무리투수라곤 하지만 나오는 상황이 일정하지도 않았고. ‘혹사’를 겪은 만큼 여름쯤에 힘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현상인 것 같은데, 정우람 선수는 그런 핑계를 대지 않는군요.
 
음, 전 잘 몰라요. (웃음) 선수는 그냥 시키는 대로 나가서 던질 뿐입니다.
 
다행히 올해는 철저하게 세이브 상황 위주로 등판하고 있습니다. 좀처럼 1이닝 이상 던지는 경우도 없구요. 컨디션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실제로 느끼기엔 어떤가요.
 
차이가 있죠. 일단 제가 나갈 상황을 확실하게 인지하게 되니까, 좀 더 집중할 수 있고 계산이 가능한 면이 있습니다. 몸도 거기에 맞춰서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분명히 플러스 되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작년까지는 정말 고생이 많았습니다.
 
음, 그런데 지금 이렇게 관리를 잘 받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나름대로 힘든 부분이 있어요. 또 제 자신을 항상 힘들게 몰아가야 더 긴장도 하고, 매일매일 버틸 힘도 생기거든요. 지금도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실 그 당시엔 팀 상황이 어려웠고, 제가 많이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힘든 와중에도 제가 많이 던져야 팀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설마 고생하는 걸 즐기는 건 아니겠죠. (웃음)
 
고생하는 걸 즐겼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아닐까요. (웃음)
 
아.
 
고생하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힘들다고 생각 안 하고 당연히 선수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좋은 시기도 오고, 계속 그렇게 돌아가는 것 아닐까요.
 
충분히 핑계로 삼을 수도 있을 텐데, 절대 그렇게 하질 않네요.
 
핑계는 별로 만들고 싶지가 않아요. 못하면 그냥 제가 못하는 거죠. 잘 못 하니까 못하는 거구요. 또 잘하면 물론 제가 잘한 것도 있지만 다른 선수들의 도움 덕분에 가능했다, 그런 마음으로 하려고 해요. 그게 제일 마음이 편하고, 앞으로 제가 계속 야구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투 피치’ 투수 정우람 “자신 있는 공을 던져야 후회가 없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금메달 마무리’ 정우람 “고생을 즐겼기에, 여기까지 왔죠”

 
올해 투구내용을 살펴보면 예년과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슬라이더 구사율을 줄이고 거의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두 가지 구종으로만 승부하던데요.
 
경기가 계산대로 흘러가지 않더라구요. 해마다 연습하면서 ‘이렇게 가봐야지’ ‘이 상황이면 이렇게 다른 공 던져봐야지’ 하는데 생각대로 흘러가질 않아요. 짧게 던지는 투수는 이것저것 다양한 공을 던지기 어려운 면도 있구요.
 
긴 이닝 동안 버텨야 하는 선발투수와는 다르죠.
 
내가 제일 자신 있는 공 위주로 던지게 돼 있거든요. 그래야 맞더라도 후회가 없어요. 여러 구종 던지다 안타를 맞으면 너무 아쉽거든요. 
 
그래선지 올해는 거의 ‘투 피치’ 투수가 됐습니다.
 
그래도 생각은 하고 있어요. 앞으로 1년, 2년 지나면서 조금씩 계속해서 변화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 변화가 크지 않더라도 그런 마음가짐을 계속 가져야죠. 긴장감을 잃지 않고, 방심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끈을 유지해야죠. 그런 원동력을 갖고 계속 변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정우람 선수가 엄청난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는 아닌데, 두 가지 구종만으로 타자를 공략할 수 있다는 게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공이 빠르지 않고 투 피치다 보니, 조금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엔 경기에서 안 좋은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구종이 많다고 그런 상황이 오지 않는 건 아니니까요. 받아들이면서 계속 변화하고 어떻게든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계속 안고 가야 할 부분입니다.
 
올해 기록상으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예년보다 삼진율이 줄었다는 겁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9이닝당 10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냈는데, 올해는 9이닝당 탈삼진이 7.89개로 줄었습니다.
 
삼진이 많은 해에도 굳이 삼진을 잡으려고 던지진 않았어요. 던지다 보니 삼진이 나온 거였죠. 올해 같은 경우는 삼진 개수가 생각보다 적은데, 타자들이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려는 모습이 눈에 많이 보여요.
 
이닝당 투구 수도 그만큼 줄었더라구요.
 
타자들도 연구하는 거죠. 불리한 카운트에 몰리지 않으려고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나오는구나 싶어요. 그걸 알고는 저도 초구부터 다른 구종을 던지면서 대응하려고 했구요, 그렇게 상황에 따라 변하는 거죠. 
 
‘SK 왕조’ 출신 정우람, “한화 분위기? 활기차고 의욕적”
 
[배지헌의 브러시백] ‘금메달 마무리’ 정우람 “고생을 즐겼기에, 여기까지 왔죠”


이제 정규시즌도 막바지입니다. 올해 한화가 상위권을 질주하면서, 날마다 이기는 경기 마지막 순간에 마운드에 오르고 있습니다. 마무리 투수로서 느끼는 보람이 클 것 같습니다.
 
제 세이브 갯수보단 팀이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이제 몇 경기 안 남았지만, 지금의 순위가 끝까지 가라는 법은 없습니다. 우리가 더 올라갈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어요. 다 같이 끝까지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
 
팀을 위해 이전보다 좀 더 고생할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습니까. (웃음)
 
시즌 초부터 생각하고 있었어요. 나는 항상 고생해야 한다고. (웃음) 물론 감독님이 관리를 잘 해주시고, 세이브 상황에만 쓰겠다고 하시긴 했지만 전 항상 더 나갈 수 있다고, 팀이 어려울 때 더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마음은 시즌 초부터 줄곧 유지해 왔고, 지금도 변함없어요.
 
과거 최강팀 SK 와이번스의 왕조 시절을 함께 했고, 수많은 우승을 경험했습니다. SK 왕조 출신의 눈으로 볼 때, 지금 한화의 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한화에 처음 왔을 때보다 많이 활기찬 분위기가 됐어요. 선수들이 저마다 하고자 하는 의욕이 많이 생겼고, 투수들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투수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것들을 잘 준비하는 모습으로 바뀌면서, 그게 경기력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화의 비상, 어디까지 계속될까요. SK 왕조 출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상해 주시죠.
 
그걸 알면 제가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멍석을 깔아야죠. (웃음) 예감 같은 것보다도 지금 우리 팀이 너무 잘하고 있고, 정말 좋은 흐름으로 좋은 방향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에 뿌듯합니다. 큰 욕심을 내기보단, 이런 분위기 속에 마지막에 팬들에게 박수를 받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팬들에게 ‘고생했다’ ‘잘했다’는 말만 들어도 만족하고,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은 시즌, 정우람이 보여주고 싶은 ‘정우람 야구’는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항상 제 자리를 잘 지키면서, 우리 팀원들과 함께 끝까지 마무리를 잘하고 싶어요. 좋은 분위기 속에서 우리 모두가 다 수고했다고 격려하고, 박수갈채를 받으면서 한 해를 끝냈으면 합니다. 그게 제 바람입니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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