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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국농구 ③ WKBL "여전했던 우리은행, 놀라웠던 박지수"

일병 new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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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1 (월) 13:21

                           

2017년 한국농구 ③ WKBL 여전했던 우리은행, 놀라웠던 박지수



[점프볼=편집부] 2017, 정유년(丁酉年)이 저물고 있다. 1년간의 취재를 바탕으로 2017년 한국농구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여자프로농구는 우리은행이 프로 스포츠 사상 최고 승률을 기록하며 우승했고, 3쿼터에 외국선수 2명이 뛰는 변화도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코트를 떠난 스타 선수들도 있었다.



 



Q. 2017년에도 우리은행이 가장 큰 뉴스를 가져갔다. 우리은행이 승률 94.3%, 프로스포츠 역사상 정규리그 최고 승률을 기록하면서 5년 연속 통합우승을 했다(종전 기록은 2008-2009시즌 신한은행의 93.1%).



민준구_ 역시 우리은행 걱정은 쓸데없었다. 2016-2017시즌도 이승아의 임의탈퇴는 물론, 양지희의 부상문제, (개막 이전) 존쿠엘 존스에 대한 저평가, 전성기 지난 모니크 커리 등 여러 악조건은 다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끝내 또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심지어 94.3%라는 압도적인 승률로 말이다. 위성우 감독 지휘 아래 거대한 존재로 성장한 이들을 다른 팀들처럼 누가 빠지고 안 빠지고를 잣대로 평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원희_ 최고 승률 달성에는 존쿠엘 존스 영향이 컸다. 197cm나 되는 압도적인 신장에 3점슛도 던졌던 선수다. 최근 수년간을 살펴봐도 존스처럼 막강한 외국선수는 없었던 거 같다. 우리은행은 짜임새가 워낙 좋은 팀인데 여기에 존스까지 오다 보니 상대 팀 입장에선 힘이 빠졌다. 박혜진, 임영희, 양지희 등 경험 많은 선수들도 챔피언결정전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우승할 자격이 충분히 있었다.



 



강현지_ 존쿠엘 존스가 뛰는 우리은행은 공,수에서 넘볼 팀이 안 보였다. 평균 73.1점을 올리면서 실점은 59점으로 묶었다. 접전 집중력도 좋았지만, 클러치 상황까지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압도적인 승도 많았다. 무엇보다 대체 자원들의 성장을 끌어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주전 포인트가드 이승아가 임의탈퇴, 또 시즌 초반 양지희, 이은혜가 부상을 입기도 했지만, 이 부분은 최은실, 김단비, 홍보람 등 교체 선수들이 잘 메웠다.



2017년 한국농구 ③ WKBL 여전했던 우리은행, 놀라웠던 박지수



Q. 승리에 취한 것도 잠시. 양지희는 우리은행의 통합 5연패를 이끈 후 공식 은퇴를 선언했고, 신한은행 최윤아도 친정팀 신한은행에서 코치로 제2의 농구 인생을 선언했다. 스타들의 은퇴를 되돌아보자면.  
이원희_ 우리은행 양지희와 신한은행 최윤아가 은퇴했다. 모두 무릎부상으로 은퇴를 결정해 아쉬움이 크다. 리그뿐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오던 선수들이었다. 김수연도 정든 KB스타즈를 떠났다. 아쉬움은 있지만 이제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때다. 우리은행은 최은실이 책임감을 갖고 더 올라와야 한다. KB스타즈는 ‘보물’ 박지수의 성장이 흐뭇하다.



 



민준구_ 그리 적지 않은 나이지만,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들이었다. 아직 한국농구를 위해 더 해줘야 할 일들이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일찍 떠나게 돼서 안타깝다.



 



강현지_ 지난 시즌 ‘최윤아, 348일 만에 복귀’라고 쓴 기사는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무릎 부상으로 2016년 1월 이후 재활에만 매진하다 복귀전을 가졌다. 그때 인터뷰에서 재활에서 힘든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부상으로 은퇴하는 건 아쉬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완치가 안 됐던 최윤아는 결국 지난여름에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동시에 최연소 코치 타이틀을 달며 코트로 곧장 돌아왔다. 양지희, 김수연도 또 다른 모습으로 경기장에서 계속 볼 수 있었으면 한다.



2017년 한국농구 ③ WKBL 여전했던 우리은행, 놀라웠던 박지수



 



 



 Q. 비시즌에는 올 시즌 처음으로 선수들이 3X3 대회(WKBL 3X3 TOURNAMENT TRIPLE JAM)로 맞붙는가 하면 속초에서는 박신자컵이 열렸다. 그중 KDB생명은 3X3대회에서 챔피언에 등극, 박신자컵에서도 지난 시즌 KB스타즈에게 내준 우승 트로피를 되찾아오며 비시즌 강자가 됐다. 하지만 KDB생명은 ‘올해도 비시즌 강자’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시즌 4승 13패 성적을 거두면서 최하위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강현지_ 비시즌 연습경기에서 구슬의 활약이 대단하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여기에 WNBA 득점왕 출신 주얼 로이드를 영입하면서 ‘올 시즌만큼은 다르다’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로이드는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결국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또한 국내선수들의 부상은 치명적이었다. 조은주, 이경은, 구슬까지 쓰러졌다. 자신감을 북돋워 줄 동기부여가 필요한 상황에서 중심까지 무너졌다. 여러모로 ‘위기’를 헤쳐나갈 비책도 보이지 않는다.



 



이원희_ 모르겠다. 비시즌 KDB생명의 연습경기를 봤는데 올 시즌 플레이오프 도전이 가능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그 실력의 반도 못 보여주고 있다. 팀 전체적으로 힘이 빠졌다고 할까. 조은주, 이경은 등 베테랑 부상도 타격이었고, 기대를 모았던 주얼 로이드도 팀에 녹아들지 못했다. 최근 구슬의 부상도 걱정이다. 사실상 큰 이변이 없다면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은 힘들다고 봐야 한다. 유망주들이 많지만, 매 시즌 성장 속도는 만족스럽지 않다. 정말 미스터리한 일이다.



 



민준구_ 매년 똑같았지만, 이번 비시즌에 KDB생명은 정말 대단했다. 비시즌 컵대회와 연습경기를 통해 바라본 KDB생명은 어린 국내선수들로 구성된 팀들 중에 적수가 없었다. 연습경기에서 보인 주얼 로이드의 플레이는 압도적이었다. 눈이 즐거웠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시즌이 시작되니 갑자기 KDB생명 선수들의 발목에 족쇄가 달린 것 같았다. 비시즌에 보였던 자신감 있는 플레이는 사라진 지 오래. 매해 계속되는 이런 상황을 당연하게 생각해선 안 되지 않을까.



 



2017년 한국농구 ③ WKBL 여전했던 우리은행, 놀라웠던 박지수



 Q. 올 시즌 제도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처음으로 외국 선수가 두 명 동시에 뛰는 쿼터가 시작된 것이다. 평균 득점이 상승하는 동시에 3쿼터가 분수령이 됐다. 이 부분에 대한 각자의 생각은 어떤가.



민준구_ 사실 이 제도는 아이러니하다. 분명 재미를 더하고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원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4라운드가 시작되는 현재 WKBL의 시즌 평균 득점은 68.9점. 지난 시즌에 비해 불과 3.5점 차이다. 이 정도로 큰 효과를 봤다고 할 순 없다. 체감상 3쿼터는 외국선수 두 명만 보인다. 박지수가 있는 KB스타즈와 국내선수위주인 우리은행이 아닌 이상 다른 팀들은 외국선수들이 대부분 10분 동안 공격권을 나눠 갖는다. 분명히 바로 잡아야 할 부분이다.



 



강현지_ KB스타즈, 우리은행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구단에서 3쿼터에 외국 선수들을 두 명 모두 써서 효과를 보고 있는 팀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같이 뛰거나, 따로 뛴다고 해서 국내선수가 그만큼 임팩트있는 플레이를 펼치는 지도 의문이다.



 



이원희_ 개인적으로는 부정적이다. 국내선수들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기회와 출전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3쿼터에 외국선수 둘이 뛰면서 국내선수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었다. 한국 여자농구는 서서히 국제대회에서 힘을 잃어가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을 끝으로 한 번도 올림픽에 나서지 못했다. 리그 전체적으로도 국내선수들의 기량이 과거와 비교해 많이 떨어졌다. 외국선수 둘이 뛴다는 새로운 변화는 나쁘지 않지만, 길게 본다면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닌 거 같다.



2017년 한국농구 ③ WKBL 여전했던 우리은행, 놀라웠던 박지수



Q. 한국농구의 보물. 박지수의 시즌을 되짚어보자. 지난 시즌 6라운드에 첫 라운드 MVP를 거머쥐었던 그가 벌써 올 시즌 1,3라운드 MVP를 차지하면서 여자농구의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박지수의 2년 차를 평가해보고, 또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원희_
 박지수는 이제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기존의 에이스였던 강아정보다 팀 내 비중이 높아진 거 같다. 지난 시즌 데뷔 첫 시즌이어서 정신없이 뛰었다면, 올 시즌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정확히 알고 뛰고 있다. 상대 팀 언니들, 외국선수들과도 한 번 붙어봤기 때문에 자신감도 생겼다. 다미리스 단타스와의 호흡도 좋다. 지난 시즌 KB스타즈의 외국선수 전력은 형편없었다. 올 시즌 KB스타즈가 정규리그 우승을 한다면 박지수가 MVP를 탈 가능성도 상당히 높아 보인다.



 



민준구_ 박지수가 공격에서도 자신이 해야 할 것을 잘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다미리스 단타스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두 선수 모두 컨트롤 타워 역할까지도 가능하기에 궁합이 좋다. 그러나 박지수는 아직까지 포스트 플레이가 전무하다. 공격 기술은 전혀 없다고 봐도 된다. 국내 무대에선 저 정도만 해도 막을 수 있는 선수가 없다. 다만, 국제무대에서 아시아 최고로 올라서려면 박지수가 적어도 골밑에서 자유롭게 득점을 올릴 수 있을 정도의 공격 기술을 갖췄으면 한다.



 



강현지_ 지난 시즌 보완점으로 뽑혔던 것들이 하나씩 지워져 가고 있다. 팀내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뛰면서 비중 키웠고, 골밑에서 적극적으로 부딪히며 또 상대 수비가 몰렸을 때는 외곽으로 빼주는 시야까지 넓혔다. 블록슛 타이밍은 외국선수들보다 낫다. 시즌을 한 번 겪어봐서 자신감 또한 올라온 상황. 정말 이원희 기자의 말처럼 지금 모습을 시즌 끝까지 보여준다면, 박지수는 올 시즌 유력한 MVP 후보로 손꼽힐 것이다.



2017년 한국농구 ③ WKBL 여전했던 우리은행, 놀라웠던 박지수



Q. 여자농구의 경기력, 거칠어지는 플레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원희_ 
일단 심판판정의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현장에서도 똑같이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올 시즌 WKBL은 FIBA룰 도입과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목적으로 몸싸움에 대한 기준을 완화시켰다. 웬만한 몸싸움에 대해선 콜이 불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 기준이 상당히 애매모호하다. 팔을 쓰는데도 반칙이 선언되지 않거나, 때로는 약한 몸싸움에도 콜이 불릴 때도 있다. 한 선수는 반칙을 불리는 기준이 헷갈려 경기에 뛰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심판도 사람인지라 실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게 반복이 된다면 선수들도 흥분할 수밖에 없다. 선수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최근 슛을 던질 때 발을 넣는 장면이 종종 있는데 상당히 주의해야 한다. 동업자 정신이 필요하다. 



  
강현지_ ‘어디까지는 허용’이라는 가이드라인은 필요해 보인다. 심판콜의 잣대가 없다 보니 경기에 뛰는 선수들조차 심판 콜을 의식하면서 뛰는 상황이 발생한다. 몸싸움 강도는 점점 세지고, 결국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연결되고 있다. 결국 해리슨, 어천와가 난투극을 벌이는 촌극이 일어났다. 리그가 반환점을 돌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어느 정도의 기준은 필요할 때다.



 



민준구_ 여자농구를 보면 저러다 다치진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마치 경기장이 옥타곤(UFC 경기장)으로 변한 것 같다고나 할까. 남자농구와 마찬가지 FIBA 룰을 도입했는데 이렇게 온도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한 판정에 대한 문제를 떠나 선수 생명을 걱정하는 차원에서 되돌아봐야 한다고 본다. 지금 여자농구 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격투기급 몸싸움은 모두 심판들의 안일한 판정에서 나오지 않나 싶다. ‘저 정도가 파울이 아니라면 해도 되겠구나’라는 인식이 지금 WKBL 6개 구단을 지배하고 있다.



2017년 한국농구 ③ WKBL 여전했던 우리은행, 놀라웠던 박지수



Q. 마지막으로 새해를 맞아 WKBL에 바라는 점을 하나씩 이야기해보자.
이원희_
 3X3 트리플잼 등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WKBL 스타들이 차린 ‘W카페’도 마찬가지다. 팬들이 가까운데서 선수들을 보고 얘기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색다른 경험이다. 여자프로농구의 인기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시도를 통해 흥행을 위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구단 자체적으로 여러 이벤트가 있어야 한다. 청주 KB스타즈의 경우 주말에 노란 옷을 입고 오면 경품을 주는 ‘옐로우 데이’, 대학생 홍보대사인 ‘슈팅스타 7기’를 둬 경기장 진행을 둔 것도 색달랐다. 청주 팬들이 KB스타즈에 보내는 애정은 각별하기로 유명하다. 다른 구단들이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민준구_ 연이어 늘어나는 부상자들을 현장에서 바라볼 때 마음이 아프다. 특히 이경은, 조은주처럼 은퇴 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베테랑들이 쓰러질 때는 더 그렇다. 스포츠 선수들에게 부상보다 더 큰 상처가 있을까. 지금 WKBL 상황을 보면 누구 하나 쓰러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격렬하다. 허슬 플레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코트 밖에서 바라보면 정말 일부러 가격하는 듯한 플레이가 경기 중에 일어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건 한 사람만의 힘으로 가능하지 않다. WKBL 6개 구단은 물론, 연맹 차원에서 조절해야 하는 부분이다. 새해에는 격하기만 한 농구가 아닌 재밌고 즐거운 WKBL이 됐으면 한다.



 



강현지_ KDB생명은 이미 운영이 어렵다는 뜻을 연맹에 제출한 상태다연맹 역시 시즌 후 차선책을 실행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현 상황에서 WKBL 1개 구단이 줄어든다는 것은 여러모로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좋은 방법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 사진_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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