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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의 골프산책] 퍼트 부진 탈출 최혜진…여의주 얻은 용 될까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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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1 (수) 05:25

                           


[권훈의 골프산책] 퍼트 부진 탈출 최혜진…여의주 얻은 용 될까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지난 2017년 고교 3학년이던 아마추어 골프 국가대표 최혜진(20)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쟁쟁한 프로 언니들을 제치고 2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그해 최혜진은 세계 최고의 선수가 모인 US여자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월드 스타'를 예약했다.

프로 무대에 뛰어든 지난해 최혜진은 '슈퍼루키'의 실력을 입증했다.

2차례 우승에 시즌 최우수선수(MVP) 격인 대상까지 받았다.

지난해 상금왕 2연패를 이룬 이정은(23)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무대를 옮기자 올해 KLPGA투어는 최혜진 천하가 될 것이라는 예상에 아무도 토를 달지 못했다.

투어 최정상급 장타력에 누구보다 정교한 아이언샷을 구사하는 데다 나이답지 않게 경기 운영도 노련하고 승부 근성도 남다른 최혜진을 누구나 '넘버원'으로 꼽았다.

하지만 최혜진에게는 전문가라면 다 아는 약점이 하나 있었다.

티박스에서 그린까지 가는 과정은 더할 나위 없이 매끄러운 최혜진이지만 그린 위에서는 보통 선수가 되고 만다.

신인 시즌이던 작년에 최혜진은 장타 부문 4위(평균 253야드)에 그린 적중률 1위(81.2%)에 올랐다. 하지만 라운드당 평균 퍼트 수에서는 44위(30.5개)였다.

착시 효과라는 분석도 있었다. 워낙 그린 적중률이 높다 보니 그린에서 2번의 퍼트로 홀아웃하는 일이 많아서 평균 퍼트 수가 많아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린 적중률 10위(76.97%)에 퍼트 3위(29.47개)였던 이정은의 기록을 고려하면 최혜진의 퍼트는 최정상급 샷과 비교하면 예리함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퍼트만 좀 더 잘했다면 천하무적이었을 것"이라는 혀 차는 소리가 작지 않았던 이유다.

최혜진 천하가 될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 개막한 이번 시즌에도 최혜진은 퍼트에 발목이 잡혀 고전했다.

이번 시즌 초반 4차례 대회에서 최혜진은 드라이버샷 비거리 11위(251야드)에 그린 적중률 2위(79.6%)의 기록을 남겼다. 그런데 라운드당 퍼트는 79위(31.42개)로 하위권이었다.

그러던 최혜진이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인 KLPGA 챔피언십에서 몰라보게 향상된 퍼트 솜씨를 선보였다.

최혜진은 KLPGA 챔피언십 4라운드 동안 120개의 퍼트를 했다. 라운드당 30개꼴이다. 84.7%에 이른 높은 그린 적중률을 감안하면 나무랄 데 없는 수치다.

KLPGA 챔피언십이 끝나자 퍼트 순위도 79위에서 65위로 쑥 올라갔다.

KLPGA 챔피언십 중계방송 해설을 맡았던 안성현 SBS 골프 해설위원은 "퍼트 스트로크가 전보다 훨씬 부드럽게 바뀐 게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안 위원은 "큰 변화는 없지만, 퍼트 스트로크가 자연스럽고 거리를 잘 맞추더라"고 평가했다.

최혜진의 퍼트는 특히 3, 4라운드 때 빛났다. 전 같으면 번번이 비켜나갔을 5∼7m 거리 버디 퍼트가 고비마다 쏙쏙 빨려 들어갔다.

최종 라운드 때 잡아낸 3개의 버디는 모두 5m가 넘는 거리였다.

최혜진도 그린 플레이가 이번 우승을 이끈 동력임을 인정했다.

그는 "미국에서 치른 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 때부터 퍼트가 잘 됐다. (핀 위치가 쉬운) 프로암 때는 버디를 11개나 잡아 자신이 붙었다"고 밝혔다.

최혜진의 퍼트가 좋아진 건 기술적 이유보다는 심리적 변화 덕이다.

아마추어 때부터 최혜진을 지도한 박소영 국가대표 코치는 "(최)혜진이는 자신이 퍼트를 잘하지 못한다는 강박감이 다소 있었다"면서 "만날 때마다 했던 '너는 퍼트를 잘 하는 선수니 자신감을 갖고 퍼트를 해라'는 조언을 이제는 받아들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퍼트할 때 마음가짐에도 변화가 생겼다.

"롯데챔피언십에서 공만 보고 끝까지 치자는 생각으로 쳤더니 잘 됐다"는 최혜진은 "특히 이번 대회 때는 전보다 더 신중하게 라인을 살피고 더 집중하는 등 퍼트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털어놨다.

최혜진이 KLPGA 챔피언십에서 퍼트를 앞두고 '루틴'이 길어진 이유다.

멀든 가깝든 핀을 꽂아둔 채 퍼트하는 것도 심리적 안정감을 더한 묘수가 됐다.

최혜진은 "뽑았다 뺐다 하니 불안하고 헷갈릴 때가 있었다. 중장거리 퍼트 때 힘있게 치면 핀을 맞고 들어가서 좀 더 자신 있게 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혜진이 퍼트라는 숙제를 말끔하게 해결한 건 아직 아니다.

KLPGA 챔피언십 3라운드와 4라운드 이틀 연속 18번홀에서 3퍼트 보기를 적어낸 것은 여전히 퍼트 불안이 가시지 않았다는 뜻이다.

3라운드 때는 너무 강하게 쳐 핀을 2m가량 지나쳤고 4라운드 때는 너무 약하게 쳐서 핀에 1.5m 못 미쳤다.

안성현 위원은 "3라운드 18번 홀 퍼트 스트로크 때 폴로스루에 힘이 들어가면서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멀리 볼이 굴러갔다"면서 "예전에 이런 좋지 않은 스트로크가 자주 있었는데 이번 대회에서 처음 나왔다"고 분석했다.

4라운드 18번 홀 3퍼트는 전날 첫 번째 퍼트가 너무 길었던 기억 탓에 짧았던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혜진은 5월 3일부터 사흘 동안 열리는 KLPGA투어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은 쉬고 5월 10일 개막하는 NH 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그린 플레이 부진을 털어낸 최혜진이 여의주를 얻은 용처럼 화려하게 비상할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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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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