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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한 바퀴 돈 한화 마운드, 운과 계획 사이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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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금) 09:22

                           
| 29일 경기까지 선발투수 5명이 한 차례씩 등판한 한화 마운드. 젊은 불펜투수 호투와 베테랑의 재발견이란 성과도 거뒀지만, 차세대 선발감 김민우가 조기 강판당하는 아쉬움도 남겼다. 첫 턴을 소화한 한화 마운드의 성과와 과제를 살펴봤다.
 


 
[엠스플뉴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단장 브랜치 리키가 말했다. ‘운은 계획에서 비롯된다’고. 운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철저하게 계획하고 잘 준비된 팀과 선수여야 행운이 찾아왔을 때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법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무리 완벽하고 빈틈없이 계획해 놔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야구다. 계획할 땐 모든 상황에 대비책을 세웠다고 생각해도, 시즌을 치르다 보면 전혀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튀어나와 계획을 헝클어 놓는다.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치밀한 마운드 운영 구상을 세웠다. 선발투수 ‘7명’을 활용하겠단 계획을 일찌감치 선언했고, 퓨처스리그 투수와 ‘1군 엔트리 재등록 기간 10일’ 활용법까지 미리 제시했다. 한 감독은 “4월 한 달간 선발 로테이션을 미리 짜 뒀다”고 밝혔다. ‘준비된 감독’이란 인상을 확실히 심었다. 
 
선발 로테이션이 한 바퀴를 돈 30일 현재까지, 한화 마운드는 한 감독의 계획대로 돼가고 있을까. 5경기 동안 한화 투수진이 기록한 평균자책은 3.00으로 KIA(2.40)에 이은 리그 2위다. 볼넷은 kt와 KIA 다음으로 적은 12개만 내줬고, 삼진은 40개로 리그 네 번째로 많이 잡았다. 팀 성적도 2승 3패면 넥센-NC 상대로 비교적 선전했다 볼 수 있다. 기록 면에선 성공적인 첫 턴을 돌았다. 
 
한 감독이 목표로 삼은 마운드의 ‘신구 조화’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서균, 박주홍, 박상원, 김범수 등 젊은 투수들이 불펜에서 나란히 호투를 펼쳤다. 한 감독은 이들에게 1이닝 이상 부담을 지우는 대신, 0.1이닝 혹은 0.2이닝을 짧게 끊어가는 방식으로 부담을 덜어줬다.
 
한 감독은 “그간 투수코치 하면서도 어린 투수에게 바로 주요 보직을 주지 않았다. 기초 공사가 튼튼해야 한다. 조금씩 다지면서 경험을 쌓고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선수들에게 더 믿음이 생기면 던지는 이닝도 늘려갈 생각이다. 중요한 경기, 이기는 경기에서도 나가게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3월 28일 마산 NC전에서 한화는 6-2로 리드를 잡은 8회말 신인 박주홍을 마운드에 올렸고, 9회에는 마무리 정우람 대신 박상원을 먼저 기용했다. 29일 경기도 (결과는 패배로 끝났지만) 1-0 살얼음판 앞선 경기에 어린 투수들이 승리를 지키러 등판했다. 젊은 불펜 투수들에게 조금씩 신뢰가 쌓이고 있단 얘기다.
 


 
후배 투수들의 활약에 자극받았는지, 베테랑 투수들도 역투를 펼치는 중이다. 배영수는 28일 NC전에 등판해 6이닝 2실점 호투로 팀 승리의 디딤돌을 마련했다. NC 강타선을 6이닝 동안 산발 3안타 2볼넷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시즌 전 ‘전력 외’로 평가받은 송은범도 3경기 7.2이닝 무실점 행진을 펼치는 중이다. 29일 NC전에선 2회 갑자기  등판해서도 4.2이닝을 실점 없이 버티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한 감독은 “송은범이 투심 패스트볼로 효과를 보고 있다. 마운드에서 키킹 동작도 예전보다 빨라지고 다이내믹해졌다”고 했다. 또 다른 베테랑 불펜투수 송창식도 3경기 동안 실점 없이 좋은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노장 투수들의 릴레이 호투는 기대하지 않았던, 가외의 소득이다. 
 
윤규진-김민우 조기강판... 한화 마운드 ‘옥에 티’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올해 한화 마운드 계획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선발 육성’ 쪽에선 아직 이렇다 할 결과를 얻지 못했다. 27일 선발 등판한 윤규진은 4회를 마치지 못하고 조기강판 당했다. 다음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윤규진은 열흘 뒤에나 다시 선발 등판 기회를 얻는다.
 
29일 선발로 나선 김민우도 2회말 투구가 손시헌의 머리에 맞는 불상사로 퇴장당해, 2이닝도 던지지 못하고 내려가야 했다. 노장 배영수의 호투도 좋지만, 한화로선 앞으로 마운드를 이끌어갈 투수들이 첫 선발 등판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더 보고 싶었을 것이다. 
 
한화 국내 선발진은 최소 6일, 길게는 10일의 등판 간격을 두고 마운드에 오른다. 준비 기간이 긴 만큼, 한 번의 선발 등판도 소중하고 중요한 기회다. 한 감독은 “힘을 충분히 비축했다가 등판했을 때 좀 더 힘을 쓰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5회를 못 채우고 내려가는 상황은, 결코 한화가 원했던 장면은 아니다.
 
수비수 도움을 받지 못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26일 윤규진은 2회말 김태균의 ‘몇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실책으로 주지 않아도 될 3점을 허용했다. 물론 김태균은 다음날 다시 1루수로 출전해 멀티히트와 좋은 수비로 전날 실수를 만회했다. 28일 경기도 1-0으로 앞선 8회말 2루수 실책이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29일까지 한화의 팀 실책 수는 4개. 투수들이 내준 22실점 가운데 자책점은 14점에 불과하다. 실책 때문에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8점이나 줬다는 얘기다. 한화 투수들이 좀 더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야수들의 안정적인 수비가 꼭 필요하다. 
 
한용덕 감독은 “4월 한 달간 짜 놓은 로테이션을 가능하면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계획한 그대로 유지되면 가장 좋다. 변화가 생기더라도 큰 움직임은 없을 것”이라 밝혔다. 
 
과연 두 번째 턴부터는 계획한 대로 젊은 선발진에서도 성과를 얻을 수 있을까. 분명한 건, 운도 계획이 있는 사람에게 따라온다는 사실. 그리고 김태균의 3실점 실책이나, 김민우의 헤드샷 퇴장 같은 재앙이 또 찾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이다. 남은 시즌에는 포스가, 아니 행운이 한화 마운드에 함께 하길.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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