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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이영진의 32년 인연, 베트남의 기적이 되기까지

이등병 Socc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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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8 (목) 19:25

                           

박항서-이영진의 32년 인연, 베트남의 기적이 되기까지



 



박항서 감독이 8일 금의환향했다. 그의 곁에는 이영진 수석코치가 늘 함께 했다



 



[골닷컴, 인천 송도] 서호정 기자 = 베트남의 영웅으로 떠오른 박항서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귀국했다. 지난 1월 중국에서 열린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U-23(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을 사상 최초로 결승에 이끌며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 이상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은 그는 한달 간의 휴가를 얻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귀국 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응우옌 부 뚜 주한베트남대사의 환영을 받은 박항서 감독은 기자회견이 열리는 홀리데이 인 인천 송도 미추홀로 이동했다. 그의 옆에는 이영진 수석코치와 이동준 에이전트가 함께 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이영진 수석코치였다. 이례적으로 귀국 기자회견에 코치를 동행한 것이다. 



 



박항서 감독이 이영진 코치를 얼마나 신뢰하고 중요시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영진 코치는 박항서 감독과 함께 베트남으로 떠나기 전 K리그 FC서울에서 수석코치를, 대구FC에서는 감독 생활을 했던 인물이다. 박항서 감독이 성공의 이유로 배명호 피지컬코치와 수 차례 언급할 정도로 베트남 대표팀 전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팀을 총괄하는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박항서 감독은 이영진 전 감독에게 수석코치를 제의했다. 국내에서 프로와 대학 무대에서 감독 생활을 했던 입장에서는 낯선 무대를 보좌하는 역할로 간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영진 수석코치는 큰 고민 없이 함께 하겠다고 답했다. 



 



이영진 수석코치는 “감독님과의 오랜 인연으로 맺은 믿음 하나로 택했다”라고 말했다. 1986년 럭키금성(현 FC서울)에 입단하며 프로에 데뷔할 당시 박항서 감독은 이미 하늘 같은 선배였다. 신인 시절 룸메이트로 한 방을 쓴 두 사람은 이후 박항서 감독이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코치와 선수의 관계로 바뀌었다. 1994년 미국 월드컵도 두 사람은 코치 박항서, 선수 이영진으로 동행했다. 그는 “도전하는 길에서 제가 가진 모든 걸 쏟아서 감독님을 돕고 싶었다. 내게도 좋은 경험의 기회였다”라며 베트남행에 동의하는 것이 어렵진 않았다고 말했다. 



 



박항서 감독은 전술적인 부분에서 이영진 코치의 역할이 컸다고 계속 강조했다. 두 지도자 모두 능수능란한 전술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베트남에서도 맞아 떨어졌다. 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은 3-4-3을 기본으로 3-5-1, 3-5-2, 4-4-2로의 변화무쌍한 전술을 보여주며 결승까지 올라가는 이변을 일으켰다. 



 



힘들 때는 서로에게 의지가 됐다. 두 사람과 배명호 코치까지 한국인 지도자 3인방은 같은 집에서 머물렀다. 가족과 떨어져 지냈기에 세 사람이 자연스럽게 가족이 됐다. 함께 식사를 하고, 때로는 라면을 끓여 먹으며 향수병을 달랬다. 



 



그라운드에서는 각자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박항서 감독은 적극적인 스킨십과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극대화하는 매니지먼트를, 이영진 수석코치는 세밀한 전술과 전략을 맡았다. 배명호 코치는 피지컬적 분석을 통해 단기간에 선수들의 컨디션과 근력을 끌어올렸다. 이것이 어우러지며 베트남의 기적은 완성됐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으로 함께 출국할 당시 나눴던 대화도 소개했다. 그는 “이영진 코치와 비행기를 타고 가며 우리가 동남아에서 새로운 시장을 열어보자, 후배들에게 새로운 문을 열어보자고 했다. 둘 다 부지런하니 성실하게 해 보자고 했는데 거짓말 같은 성과가 나타났다. 한국 축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양국 우호 관계를 증진시켰다는 것이 기쁘다”라고 말했다. 에이전트인 이동준 대표도 “두 분의 약속이 현실로 이뤄졌다. 현재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에서는 한국 스포츠의 힘을 굉장히 신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베트남의 성공과 대척점에 서며 결승 진출 실패로 많은 비판을 받은 한국 축구에 대한 안타까움도 전했다. 최근 경질된 김봉길 감독은 박항서 감독, 이영진 수석코치의 절친한 후배기도 하다. 말을 아낀 박항서 감독을 대신해 마이크를 잡은 이영진 수석코치는 “어제 뉴스를 보고 안타까웠다. 한국 축구는 여전히 강하다고 믿는다. 중국에서 함께 대회를 치르는 동안 한국이 편안하고,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지 않는 것 같아 보여 안타까웠다”라고 말했다. 이어서는 “10년 전의 문제점을 지금도 반복하고 있다는 게 한국 축구에 대한 아쉬움이다. 그래도 강한 힘을 갖고 있다. 다시 일어설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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