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본선 상대 멕시코 만난 크로아티아 감독 "멕시코 상대로 속도 내는 건 위험"
[골닷컴,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한만성 기자 = 멕시코와의 평가전에 나서는 크로아티아가 필승 해법으로 '느린 축구'를 구사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멕시코와 크로아티아는 오는 28일 오전 11시(한국시각) 미국 알링턴의 AT&T 스타디움에서 평가전을 치른다. 크로아티아는 멕시코전에 앞서 치른 페루와의 평가전에서 최정예 전력을 구축하고도 0-2로 완패했다. 페루에 패한 크로아티아는 멕시코전을 앞두고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 마리오 만주키치(유벤투스), 이반 페리시치, 마르첼로 브로조비치(이상 인테르), 니콜라 칼리니치(AC밀란), 다니엘 수바시치(모나코)를 나란히 각자 소속팀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크로아티아 축구협회는 소속팀으로 조기 복귀한 선수들은 각자 소속팀의 요청에 따라 돌려보냈다고 발표했다.
주전급 선수를 다수 제외하고 멕시코를 상대하는 크로아티아는 이 기회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밀릴 가능성이 커진 만큼 수비 진영 깊숙한 위치까지 물러선 뒤, 최대한 느린 템포의 축구를 구사하며 선수 개개인 기량이 빼어난 멕시코가 흐름을 이어갈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게 즐라트코 달리치 크로아티아 감독의 계획이다.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달리치 감독은 주축 선수가 상당수 빠진 상태에서 사실상 원정 경기나 다름 없는 환경에서 멕시코를 상대해야 하는데, 전술에 변화를 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최대한 경기 속도를 낮춰야 한다. 느린 템포의 경기를 해야 멕시코를 괴롭힐 수 있을 것이다. 멕시코는 기술이 매우 좋은 팀이다.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등과 대등한 전력을 보유한 팀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멕시코에는 리오넬 메시가 없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여전히 훌륭한 개인 기량을 보유한 선수가 많다. 빠르게 경기를 전개하다가는 오히려 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달리치 감독은 "멕시코 축구는 리듬을 타는 데 능하다"며, "우리는 템포를 낮춰야 승산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미국에서 멕시코는 사실상 홈팀이다. 경기 템포를 빠르게 하는 건 우리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멕시코를 상대로는 어떤 경기를 해도 어려운 승부를 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라인 사이에서 움직일 줄 아는 멕시코를 상대로 속도를 내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멕시코를 상대로 '느린 템포'가 중요하다고 밝힌 달리치 감독의 내일 경기 해법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부분이 작지 않다. 한국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F조 두 번째 경기에서 멕시코와 격돌한다. 보통 조별 리그 두 번째 경기는 사실상 16강으로 가는 분수령이 되는 경기다. 게다가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마지막 경기에서 만나야 하는 한국에는 멕시코전 결과가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빠른 템포의 축구가 장점으로 꼽히는 팀이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세계 대회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낼 때마다 대다수 경기에서 '빠른 축구'로 상대를 제압했다.
그러나 멕시코를 상대로는 빠른 축구가 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달리치 감독의 생각이다. 멕시코는 공을 소유하며 상대의 빈틈을 찾아 경기를 풀어가는 유형의 팀이다. 달리치 감독은 이러한 팀을 상대로 개개인의 기량에서 밀리는 팀이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큰 '속도전'을 펼친다면, 수비 쪽에서 허점을 노출하고 무너질 수 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달리치 감독은 아시아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모국 크로아티아 대표팀 수장이 된 지도자다. 그는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UAE 리그 최강으로 꼽히는 알 아인 감독직을 역임했다. 달리치 감독은 알 아인을 이끌고 2014-15 시즌 아라비안 걸프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한국 축구와도 인연이 있다. 달리치 감독은 201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 리그에서 알 아인을 결승까지 올려놓았으나 전북에 패배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작년까지 그가 이끈 알 아인은 중동 무대에서 몇 안 되는 전술적으로 완성된 팀, 압박이 능한 팀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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