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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오승환은 왜 다시 부진한 걸까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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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0 (월) 21:22

                           
[이현우의 MLB+] 오승환은 왜 다시 부진한 걸까

 
[엠스플뉴스]
 
최근 오승환(36·콜로라도 로키스)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오승환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 필드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홈경기에 등판해 0.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평균자책점을 2.78까지 낮췄다. 겉으로 보기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날 오승환은 콜로라도가 5-8로 뒤진 8회에 마운드에 올라 선두타자인 저스틴 터너에게 담장을 때리는 2루타를 맞았다. 다음 타자인 매니 마차도는 3루 땅볼으로 잡아냈지만, 야시엘 푸이그 타석에서 폭투한 데 이어 볼넷마저 허용하며 1사 1, 3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런 상황에서 실점하지 않은 것은 천운이 따른 덕분이다.
 
오승환에게 마운드를 이어받은 해리슨 머스그레이브는 후속 타자인 맥스 먼시를 2루 직선타로 간신히 잡아냈다. 이어 크리스 테일러의 타석에선 폭투를 던졌으나 홈으로 쇄도하던 3루 주자 터너가 홈에서 아웃됐다. 이런 행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오늘 경기로 오승환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자칫 3점대까지 높아질 수도 있었다.
 
 
 
지난달 31일까지 오승환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2.37이었다. 현지 언론은 이적 후 15경기에서 13.2이닝을 소화하며, 1승 0패 1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1.32를 기록 중이던 오승환을 콜로라도의 상승세를 이끈 주역으로 꼽았다. 그러나 최근 5경기에서 오승환은 1승 1홀드 4.0이닝 6피안타(2피홈런) 4실점(4자책) 평균자책점 9.00에 그치고 있다.
 
그렇다면 잘 나가던 오승환이 갑작스레 부진에 빠진 원인은 무엇일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선 먼저 오승환이 올 시즌 반등에 성공한 비결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 시즌 오승환이 반등에 성공한 비결은?
 
[이현우의 MLB+] 오승환은 왜 다시 부진한 걸까

 
필자는 지난 8월 8일 [이현우의 MLB+] 파이널 보스로 돌아온 오승환이란 글을 통해 지난해 부진에 빠졌던 오승환이 올해 들어 반등에 성공한 비결에 대해 다룬 바 있다. 해당 글에서 필자는 지난해 오승환이 부진했던 원인 가운데 하나는 '지나치게 낮아진 슬라이더의 릴리스포인트'에 있었으며, 올해 그가 반등한 비결은 바로 이 부분이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MLB 사무국에서 운영하는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의해 컷패스트볼(커터)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이는 오승환이 던지는 슬라이더가 속도와 무브먼트 면에서 변화를 보였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커터로 분류되기 시작한 4월 23일부터 8월 31일까지 오승환의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164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417에 달했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250까지 감소한 점이 눈에 띄었다. 이는 커터로 분류되기 시작한 시점을 전후로 슬라이더 릴리스포인트가 높아지면서 좌타자가 오승환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구분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좌타자 상대 약점을 극복한 오승환은 파이널 보스란 별명이 어울리는 선수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현우의 MLB+] 오승환은 왜 다시 부진한 걸까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빅리그 진출 이후 오승환의 성적을 결정하는 구종은 언제나 슬라이더였다. 따라서 오승환이 부진에 빠졌을 때, 필자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그의 슬라이더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체력적인 부담, 다시 낮아진 슬라이더 릴리스포인트
 
[이현우의 MLB+] 오승환은 왜 다시 부진한 걸까

 
위 그래프는 2018시즌 월간 오승환의 구종별 릴리스포인트 수직 높이 변화를 나타낸 자료다. 이를 통해 5월까지 패스트볼보다 평균 7.7cm 낮았던 슬라이더 릴리스포인트가 6월 들어 패스트볼과 3.0cm밖에 차이나지 않는 수준까지 높아졌으며, 심지어 월간 평균자책점 0.77을 기록한 7월에는 1cm도 차이나지 않았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오승환은 8월 들어부터 점차 슬라이더 릴리스포인트가 낮아지더니, 9월 들어서는 다시 패스트볼보다 슬라이더의 릴리스포인트가 4.6cm 낮아졌다. 그러면서 9월 들어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피안타율이 .500에 달하게 됐고, 올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극복한 줄로 알았던 좌타자 상대 약점(피안타율 .428 피장타율 1.286)이 다시 두드러지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 문제는 슬라이더였다. 그러나 이 문제에 있어 중요한 점은 대체 왜 오승환의 슬라이더 릴리스포인트가 다시 낮아졌냐는 것이다. 원인을 추측하긴 어렵지 않다. 시즌 동안 쌓인 피로의 누적이다. 오승환은 콜로라도 이적 후 팀이 치른 첫 13경기 가운데 8경기에 출전했다. 2연투가 세 차례 있었고, 심지어 그중 한번은 2연투 후 하루 휴식한 다음 2연투였다.
 
[이현우의 MLB+] 오승환은 왜 다시 부진한 걸까

 
어느덧 만 36세인 오승환에게 이와 같은 강행군은 체력적으로 부담되는 일정일 수밖에 없다. 이후 오승환은 콜로라도 이적 직후와 비교했을 때 슬라이더 릴리스포인트가 확연히 낮아졌고, 패스트볼 구위 역시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특히 상하 무브먼트가 1인치가량 줄었다).
 
콜로라도의 '오승환 관리', 막판 반등으로 이어질까?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8월 10일 다저스전에서 코디 벨린저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한 이후부터 콜로라도가 오승환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홈런을 맞은 공은 한가운데 몰린 실투였는데, 이는 누가 보더라도 계속되는 연투로 인해 체력이 저하되면서 생긴 문제였다. 이날 이후 콜로라도는 오승환을 하루 휴식 후 12일에 등판시켰다.
 
그리고 12일 경기에서 삼자범퇴로 이닝을 끝마쳤지만, 이적 초반보다 구위가 확연히 나빠진 것을 확인하자 콜로라도는 오승환에게 5일 휴식을 부여한 다음 하루 등판 뒤 다시 5일 휴식을 주는 등 집중적인 관리에 들어갔다. 실제로 8월 12일 이후 29일간 오승환은 10경기에만 등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승환에 대한 감독의 믿음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콜로라도 감독 버드 블랙은 오승환에게 한창 휴식을 부여하던 때에도 "오승환의 투구 방식과 경기 막판에도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은 투수로서 보기 드문 자질이다. 이런 장점은 접전에서 더 빛을 발휘할 수 있다. 그를 데려오길 잘했다"며 그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오승환을 아낀 것은 NL 서부지구 1위를 놓고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부진하긴 했지만 오늘 경기에서 오승환이 평균 92.2마일(148.4km/h)로 8월 6일 이후 가장 빠른 패스트볼 평균 구속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블랙 감독의 철저한 관리 덕분이었다. 그리고 구속의 반등은 곧 오승환의 몸상태가 점점 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남은 시즌 오승환의 반등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현우의 MLB+] 오승환은 왜 다시 부진한 걸까

 
오늘 경기에서 다저스에 패한 콜로라도는 반 경기 차로 아슬아슬하게 NL 서부지구 1위를 수성 중이다. 시즌 종료까지 남은 경기 수는 이제 20경기. 중부지구의 밀워키와 세인트루이스가 NL 와일드카드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소속팀 콜로라도가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 짓기 위해선 반드시 지구우승을 차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연 오승환은 남은 시즌 반등에 성공해 콜로라도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 수 있을까? 그 열쇠를 쥐고 있는 구종은 이번에도 슬라이더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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