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호 대행도 찾아간 '당돌한' 김범수…한화 마운드의 희망
감독에 직접 요청하는 용기…배짱 있는 투구로 연일 호투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좌완 투수 김범수(25)는 당돌한 선수다.
그는 불펜투수로 뛰던 지난해 4월 한용덕 전 감독에게 면담을 요청해 선발 등판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이 판에서 선수가 감독에게 보직을 직접 요청하는 건 드문 일이라 많은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한용덕 전 감독이 사퇴하고 최원호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자 다시 감독실의 문을 두드렸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며 개선해야 할 점을 알려달라고 했다.
최원호 대행은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원정 경기를 앞두고 당시 상황을 소개하며 "김범수는 유주자시 투구 밸런스가 다소 흔들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내가 알고 있는 점을 말해줬다"며 "김범수가 바로 수정을 하더라.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김범수는 이날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감독실 문을 직접 두드렸던 용기를 마운드에서 발산했다.
매 이닝 실점 위기에 놓였지만 담대하고 침착하게 자기 손으로 위기를 해결했다.
2회 2사 1, 2루 위기에서 상대 팀 박세혁을 150㎞대 강속구로 내야 땅볼을 유도했고, 3회 무사 1, 2루에선 호세 페르난데스를 병살타로 잡았다.
4회와 5회에도 유주자 상황에서 침착하게 자기 공을 던졌다.
백미는 1-0으로 앞선 6회였다.
그는 2사 후 허경민에게 좌익 선상 2루타를 허용했다. 파울 라인에 살짝 걸치는 빗맞은 안타였다.
투수로선 상당히 아쉬울 법한 타구였다.
보통 투수라면 흔들리기 쉬운 상황이었지만 김범수는 개의치 않고 오재원과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다.
그는 오재원과 정면 승부를 펼쳤다. 안타 한 개면 동점을 허용할 수 있었지만, 김범수는 시속 151㎞ 강속구를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꽂아 넣었다.
이날 김범수가 던진 가장 빠른 공이었다.
오재원은 공을 커트했다.
김범수의 선택은 다시 정면 승부였다. 이번엔 150㎞ 강속구를 다시 던졌다.
오재원의 배트는 허공을 갈랐고, 김범수는 왼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를 질렀다.
한 야구인은 "김범수답다"고 말했다.
김범수는 6이닝 4피안타 4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해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지만, 불펜이 무너져 한화는 1-2로 역전패했다.
경기에서 승리했다면 많은 조명을 받았을 김범수의 호투는 그대로 묻혔다.
승리는 날아갔지만, 중계 화면 속 김범수의 표정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결과보다는 그저 자신의 투구내용에 만족해하는 듯했다.
그는 다음 선발 등판 경기에서도 당돌하게 타자와 정면 승부를 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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