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줌 인 NBA] 완전체의 GSW,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 지켜낼까?

일병 news1

조회 1,536

추천 0

2018.05.10 (목) 06:44

                           



[점프볼=양준민 기자] 완전체를 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바로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판타스틱 4’의 이야기다.

2일(이하 한국시간),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와 뉴올리언스 펠리컨즈의 서부 컨퍼런스 세미파이널 2차전, 길고 길었던 재활을 끝내고 마침내 스테판 커리가 코트로 돌아왔다. 올 시즌의 골든 스테이트는 유난히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잦으면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커리뿐만 아니라 케빈 듀란트, 드레이먼드 그린, 클레이 탐슨, 안드레 이궈달라 등 대부분의 선수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 급기야 정규리그 막판에는 벤치멤버들을 주전 라인업에 올려야 했을 정도로 상황은 열악했다. 그 결과, 골든 스테이트는 4시즌 연속 +60승 달성에 실패, 지난 3시즌 동안 굳건히 지켜왔던 서부 컨퍼런스 1번 시드까지 휴스턴 로케츠에 내주고 말았다.(*2017-2018시즌 골든 스테이트는 정규리그 58승 24패를 기록했다)

그중, 커리는 정규리그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았던 지난 3월, 왼쪽무릎 내측 측부인대에 부상을 입으며 플레이오프 출전까지 불투명했다. 이에 美 현지에선 “서부 컨퍼런스 플레이오프 진출 팀들 중 커리가 없는 골든 스테이트를 무서워하는 팀은 아무도 없다”는 말로 PO, 골든 스테이트의 자존심을 건들기도 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골든 스테이트는 10일 현재, PO 개막 후 단, 2패만을 기록,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커리까지 무사히 코트로 복귀, 골든 스테이트는 전력에 화룡점정을 찍으며 2라운드, 뉴올리언스를 4-1로 가볍게 제압하고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에 성공했다.

▲부상후유증은 없다, ‘판타지스타’의 화려한 귀환을 알린 스테판 커리!

지난 시즌 스테판 커리(30, 191cm)는 PO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새가슴이란 오명을 벗어던졌고, 오프시즌 골든 스테이트와 5년 2억 100만 달러에 초대형 재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발목부상 등 잔부상에 시달리며 정규리그 51경기 출장에 그쳤다. 지난해 여름 커리는 국내를 방한해 무한도전에 출연, 이에 국내 팬들 사이에선 커리의 올 시즌 잦은 부상의 원인이 무한도전의 저주라 얘기하기도 했다. 더욱이 커리의 부상부위가 일전에 많은 고생을 했던 발목이라 사람들의 우려는 더욱 커졌다. 허나, 동생인 세스 커리(27, 188cm)에 비하면 형 커리의 불운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세스 커리는 2017-2018시즌 개막 전부터 정강이 부상을 당했고, 올 시즌은 단 한 번도 코트를 밟지 못했다.(*커리는 정규리그 51경기 평균 26.4득점(FG 49.5%) 5.1리바운드 6.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다시 커리의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커리는 지난 3월 24일, 애틀랜타 호크스전에서 자베일 맥기(30, 213cm)와 충돌, 이 과정에서 무릎부상을 입으며 정규시즌 아웃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PO 1라운드 결장 확정은 물론, 복귀일정까지 잡히지 않으며 사람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커리를 대신해 퀸 쿡(25, 188cm)이 쏠쏠한 활약을 보여줬지만, PO라는 큰 무대에서 커리의 빈자리를 채우기엔 경기경험이 너무 없었다. 결국,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스티브 커 감독은 안드레 이궈달라(34, 198cm)를 주전 포인트가드로 내세웠다. 정규리그에선 기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으로, 노쇠화가 시작됐다는 비난을 감수해야했던 이궈달라였다. 하지만, PO에선 정규리그에서 보여준 부진이 거짓말이라 해도 믿어질 만큼 안정적인 경기운영과 수비력으로 골든 스테이트의 백코트를 이끌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궈달라는 정확한 패턴플레이의 수행과 동료선수들의 자리배치 등 포인트가드의 기본적인 임무는 잘 수행했다. 하지만 전문 포인트가드가 아니다보니 커리가 있을 때보다 플레이의 창의성이 떨어지고, 패스의 흐름이 둔탁한 모습을 보인 건 어쩔 수 없었던 부분. 그나마 샌안토니오의 백코트 전력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보니 커리의 부재로 발생한 공백이 두드러지지 않았고, 드레이먼드 그린이 PO에서 와서는 수비와 어시스트 등 팀의 살림꾼으로 돌아와 제몫을 다해주면서 커리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벤치에서 출격한 쿡과 션 리빙스턴(32, 201cm)도 이궈달라는 잘 보좌, 골든 스테이트는 어렵지 않게 샌안토니오를 물리치고 2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었다.

1라운드에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줬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골든 스테이트의 우승가능성을 낮게 봤다. 특히, 2라운드 상대인 뉴올리언스가 1라운드, 서부 컨퍼런스 3번 시드를 차지했던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져스를 4-0으로 물리치는 등 생각보다 막강한 전력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은 골든 스테이트에게 2라운드에선 다소 고전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2라운드 개막을 앞두고 골든 스테이트에는 ‘커리의 복귀’라는 천군만마와도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당초, 커리는 2라운드 3차전이 돼서야 코트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밥 마이어스 단장이 직접, 1차전 커리의 출전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골든 스테이트는 좋은 분위기 속에서 시리즈를 출발했다. 많은 이들이 예상했듯이 마이어스 단장의 말은 일종의 뉴올리언스를 압박하기 위한 심리전이었고, 골든 스테이트는 커리없이도 1차전을 123-101로 승리, 커리가 승리에 대한 부담감 없이 코트로 복귀할 수 있는 준비를 끝마쳤다.

그리고 커리는 2차전, 홈팬들 앞에서 복귀, 27분 동안 28득점(FG 53.3%) 7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복귀전을 가졌다. 이날 벤치멤버로 출전한 커리는 1쿼터 종료 4분여를 남기고 코트 안으로 돌아왔다. 리그 최고 슈퍼스타의 귀환답게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을 기립박수로 커리의 복귀를 환영했다. 커리는 전날 복귀를 앞두고 “경기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하루 빨리 동료들과 코트에서 호흡을 맞추고 싶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오랜만의 복귀에 다소 긴장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깔끔하게 3점슛을 성공시키며 긴장을 푼 커리는 이후 그린과의 2대2 픽앤 롤 플레이와 장거리 3점포 성공 등 골든 스테이트의 공격을 주도하며 팀의 리드를 이끌었다. 

커리는 1쿼터에만 3점슛 2개(3P 100%)를 포함해 8득점(FG 75%)을 기록, 경기초반부터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줬다. 다만, 이날 경기 골든 스테이트는 앤써니 데이비스를 필두로 1라운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던 즈루 할러데이(27, 193cm), 니콜라 미로티치(27, 206cm) 등 뉴올리언스 선수들의 공격력이 폭발하면서 1차전처럼 쉽게 리드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골든 스테이트는 커리의 투입과 동시에 경기주도권을 잡아갔고, 골든 스테이트는 부진한 탐슨을 대신해 커리와 듀란트의 쌍포를 앞세워 뉴올리언스의 공격력에 맞불을 놓았다. 듀란트는 승부처인 4쿼터에만 15득점(FG 83.3%)을 기록하는 등 후반, 18득점(FG 54.5%)을 올렸고, 커리도 3쿼터에만 13득점(FG 66.7%)을 집어넣는 등 고비 때마다 뉴올리언스의 추격세를 저지, 치열했던 승부의 추는 커리와 듀란트가 활약한 골든 스테이트쪽으로 넘어왔다.

커리가 3차전부터 선발로 나섰지만, 골든 스테이트는 슈팅난조와 함께 뉴올리언스의 기세에 밀려 승리를 헌납했다. 커리도 3차전 19득점을 올렸지만 야투성공률이 31.6%에 그치며 부진했다. 하지만 커리는 2라운드 4경기에서 평균 24.5득점(FG 47.8%), 3P 44.1%(평균 3.8개 성공)를 기록, 이어진 4차전과 5차전에선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며 팀의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을 이끌었다. 5차전, 골든 스테이트는 ‘3쿼터의 과학’을 보여주는 팀답게 36득점(FG 56%)을 폭발, 반대로 뉴올리언스의 득점은 19득점(FG 30.4%)으로 묶으면서, 사실상 이날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커리도 5차전, 3쿼터에만 13득점(FG 60%)을 올린 것을 포함, 총 28득점(FG 62.5%) 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승리를 거들었다. 4쿼터 뒤늦게 뉴올리언스의 추격전이 시작됐지만 경기는 이미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상태였고, 데이비스의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 도전은 이렇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폭발적인 득점력의 케빈 듀란트, 정규리그의 아쉬움 털어낼까?

커리가 없던 1라운드, 명실상부 골든 스테이트의 공격 1옵션은 케빈 듀란트(29, 206cm)였다. 오프시즌 역대급 페이컷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던 듀란트는 SNS 이중계정이 문제가 되면서 구설수에 오르는 등 시즌 개막 전부터 논란에 시달렸다. 정규리그에 들어와서도 발목부상과 갈비뼈부상 등 잔부상에 자주 시달렸던 듀란트는 정규리그 68경기에서 평균 26.4득점(FG 51.6%) 6.8리바운드 5.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시즌을 마쳤다. 정규리그 듀란트는 커리의 부상공백과 함께 그린의 부진을 메우기 위해 공수에서 분투를 이어갔다. 2016년 여름, 골든 스테이트로 이적한 듀란트는 지난 두 시즌 동안 정규리그 130경기에서 평균 25.7득점(FG 52.5%) 3.5리바운드 5.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올 시즌 듀란트는 데뷔 후 가장 좋은 수비력을 보여주며 일찍이 강력한 올해의 수비수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올 시즌 듀란트는 평균 1.8개의 블록을 기록, 이는 듀란트의 커리어 하이 기록으로, 최근 그린은 The mercury News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나에게도 투표권이 있다면 나는 당장 듀란트에게 표를 행사할 것이다. 듀란트는 선천적으로 수비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선수다. 듀란트는 수비로테이션 이해능력이 뛰어나고, 가드포지션의 선수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뛰어난 수비수다”는 말을 전했다. 커 감독도 정규시즌 내내 “듀란트도 충분히 정규리그 MVP 수상자격이 있다”는 말로 듀란트의 수상을 적극적으로 지지했지만 올 시즌은 두 명의 제임스가 보여준 퍼포먼스에 밀려 듀란트의 정규리그 MVP 등극은 쉽지가 않아 보인다.

1라운드에서도 듀란트는 5경기 평균 37.2분 출장 28.2득점(FG 48%) 8.6리바운드 5.2어시스트를 기록, 3점슛 성공률이 평균 25%(평균 2개 성공)에 그치는 등 슛감이 난조를 보였음에도 날카로운 돌파와 정확한 미드레인지 점퍼를 앞세워 샌안토니오의 수비벽을 무력화시켰다. 샌안토니오의 빅맨과 포워드들은 211cm에 이르는 듀란트의 돌파를 제어하지 못했다. 외곽에서부터 듀란트를 막은 루디 게이(31, 203cm)와 카일 앤더슨(24, 206cm)은 듀란트의 돌파에 번번이 공간을 내줬고, 파우 가솔(37, 213cm)이나 라마커스 알드리지(32, 211cm) 등 빅맨들은 듀란트의 높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경기 템포를 맞추기 위해 게이를 파워포워드로 내세우며 인사이드에 가솔이나 알드리지, 빅맨을 한 명만 둔 샌안토니오의 수비전술도 듀란트가 쉽게 돌파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반대로 골든 스테이트는 듀란트의 돌파에서 파생된 공격옵션으로 샌안토니오의 수비벽을 무너뜨렸다. 데이비드 웨스트(37, 206cm)와 그린이 듀란트의 인사이드 수비부담을 덜어준 것도 듀란트의 득점력이 폭발했던 또 하나의 원동력이었다. 때론 탐슨도 게이를 수비하며 듀란트의 부담을 덜어줬다. 듀란트는 이궈달라나 쿡이 코트에 없을 때 메인 볼 핸들러의 역할을 맡아 볼 운반은 물론, 2대2플레이까지 주도하는 등 다양한 역할들을 소화했다. 1라운드 2대2플레이 상황에서 나온 듀란트의 패스 대부분은 맥기에게로 향했고, 맥기는 듀란트가 먹기 좋게 떠먹여준 패스들을 받다 앨리웁 덩크를 꽂는 등 샌안토니오의 림을 공략했다. 다만, 맥기는 2라운드에 와선 출전시간이 급격히 감소, 경기 대부분을 벤치에 앉아 보냈다.

2라운드에서도 듀란트의 득점력은 식을 줄 몰랐다. 듀란트는 2라운드 5경기에서 평균 36.5분 출장 27.8득점(FG 50.5%) 7.4리바운드 4.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뉴올리언스는 듀란트를 막기 위해 할러데이와 다리우스 밀러(28, 203cm) 등 팀에서 수비가 좋다는 선수들을 붙였지만 듀란트는 이들의 수비를 가볍게 뚫어내며 득점을 만들었다. 듀란트는 가드포지션의 선수들을 상대론 신장의 우위를 잘 살려 득점을 올렸고, 미로티치 등 빅맨들이 자신을 막으면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로 득점을 만들어내는 등 골든 스테이트가 데이비스 수비에 애를 먹었다면 반대로, 뉴올리언스도 내·외곽을 넘나드는 듀란트의 수비에 무척이나 애를 먹은 시리즈였다.(*데이비스는 2라운드에서 5경기 평균 40.6분 출장 27.8득점(FG 47.9%) 14.8리바운드 2.2블록을 기록했다)

▲‘PO를 위해 사는 남자’ 드레이먼드 그린, 이제는 득점까지 책임진다!

2017-2018시즌, 드레이먼드 그린(28, 201cm)은 정규리그 70경기에서 평균 32.7분 출장 11득점(FG 45.4%) 7.6리바운드 7.3어시스트를 기록, 겉으로 보이는 기록은 이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기록만 놓고 보면 지난 시즌보다 좋았다. 다만, 실제 경기장에서 그린이 보여준 경기력은 실망 그 자체였다. 그린은 승부처에서 턴오버를 범하는 등 공격에서 기복 있는 경기력을 연출, 이에 상대팀들은 그린이 아닌 다른 선수들의 득점을 막는 데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다. 또, 지난 시즌 올해의 수비수상 수상자답지 않은 불안정한 수비력으로, 심지어 정규리그 올해의 수비수상 후보에조차 언급되지 못하는 등 그린에게 올 시즌은 칭찬보단 비난이 더 많이 쏟아졌다.(*2017-2018시즌 올해의 수비수상은 루디 고베어(UTA)와 조엘 엠비드(PHI)의 2파전으로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PO에서의 그린은 정규리그와는 또 다른 사람으로 변신, 언제나 그랬듯 믿음직한 골든 스테이트의 살림꾼으로 돌아왔다. 그린은 2라운드 1차전, 한 차례의 트리플 더블을 기록하는 등 이번 PO 10경기에서 평균 37.4분 출장 13.1득점(FG 42.3%) 11.5리바운드 9어시스트를 기록, 정규리그 때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버렸다. 급기야 2라운드에선 5경기 평균 14.8득점(FG 49.1%) 11.8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평균 트리플 더블을 찍었다. 이에 그린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PO를 위해 농구를 한다. PO 무대는 매우 재밌는 곳이다”는 말로 본인의 경기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그린은 PO 통산 90경기에서 커리어 평균 12.8득점(FG 43.1%) 91.리바운드 5.4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그린은 이번 PO에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어시스트와 게임운영에 강점이 있는 그린은 외곽에서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맡으며 동료들의 슛 찬스 등을 봐주고 있다. 스크린플레이를 통해 슈터들의 외곽찬스를 많이 살리고 있는 골든 스테이트는 커리나 탐슨 등이 스크린을 빠져나오면, 탑에 있는 그린이 이들에게 패스를 전달하는 패턴플레이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2차전 커리의 첫 득점을 만든 것도 그린의 어시스트였다. 하지만 그린의 활약이 고무적인 것은 바로 부활한 수비력이다. 정규리그와는 달리, 그린은 탄탄한 수비력을 보여주며 데이비스를 효율적으로 수비했다. 정규리그에선 데이비스의 높이와 스피드에 밀려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은 지난 시즌에 버금가는 수비력을 회복, 그러다보니 2라운드, 커 감독은 그린에게 센터 역할을 맡기며 데이비스의 수비를 전담하게 했다. 

무엇보다 그린의 경기력이 살아나면서 골든 스테이트가 무서워진 것은 스몰라인업이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뉴올리언스가 시리즈 내내 업-템포 농구로 골든 스테이트에게 맞불을 놓았다가 역공을 당한 것도 바로 이 때문. 1라운드 골든 스테이트는 샌안토니오의 페이스에 맞춰 경기 템포를 다소 천천히 가져갔지만 2라운드에선 뉴올리언스가 경기 템포를 끌어올리면서 본인들의 장기인 스몰라인업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엘빈 젠트리 감독은 2차전 직후 언론과 인터뷰에서 “경기 템포를 줄일 의사가 전혀 없다.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농구가 바로 빠른 템포의 농구이기 때문이다”는 말을 전했고 두 팀은 시리즈 내내 화끈한 화력전을 이어오며 경기를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골든 스테이트는 2라운드 경기페이스 107.89를 기록했다)

#2017-2018시즌 플레이오프 2라운드, 드레이먼드 그린 3점슛 성공률 분포도(*9일 기준) 

그린은 수비리바운드를 잡음과 동시에 곧바로 공격으로 테세를 전환, 트랜지션 게임에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최근에는 득점력까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라운드에서 그린은 5경기 평균 14.8득점(FG 49.1%)을 기록했다. 위에 성공률 분포도에서도 보이듯 3점슛 성공률도 평균 40%(평균 1.6개 성공)를 기록, 급기야 2차전에는 승부처였던 4쿼터, 연속으로 3점슛 2개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이렇게 그린은 단점으로 지적받던 득점력까지 살아나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무르익은 기량을 선보이며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클린트 카펠라(23, 208cm)와의 맞대결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공수겸장 클레이 탐슨, 지난 파이널의 미친 수비력 재현할까?

판타스틱 4의 활약을 논할 때 클레이 탐슨(28, 201cm)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시즌 듀란트의 합류로 공격 2옵션에서 3옵션으로 밀려난 탐슨은 바뀐 역할적응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플레이스타일에 변화를 주는 등 3옵션으로 살아나는 방법을 터득, 탐슨은 정규리그 73경기에서 평균 20득점(FG 48.8%) 3.8리바운드 2.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탐슨은 커리, 듀란트와 동선이 겹치지 않기 위해 돌파옵션을 줄이고 캐치 앤 슛과 컷인 득점 등 볼 없는 움직임을 통한 득점의 비중을 더욱 높였다. 그 결과, 탐슨은 3점슛 성공률 44%(평균 3.1개 성공)를 기록, 올 시즌 본인의 커리어 하이를 경신했다. 그간 약점으로 경기운영능력도 눈에 띠게 발전한 모습을 보이는 등 탐슨은 올 시즌도 서부 컨퍼런스를 대표하는 슈팅가드로 군림했다.

다만, PO에 들어와선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탐슨이다. 탐슨은 1라운드 듀란트와 함께 쌍포를 이루며 골든 스테이트의 공격을 주도했다. 탐슨은 1라운드 5경기에서 평균 22.6득점(FG 52.9%) 3리바운드 2.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다만, 여타의 다른 리듬슈터들처럼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경기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던 탐슨은 급기야 2차전, 커리의 합류 이후에는 바뀐 역할적응에 애를 먹으며 2라운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탐슨은 2차전에서 야투 20개를 던져 단, 5개만을 성공시키는 등 2라운드 5경기에서 평균 36.7분 출장 19.8득점(FG 38.4%), 3점슛 성공률 27.9%(평균 2.4)를 기록하며 마쳤다. 대신, 탐슨은 리바운드와 스크린 등 궂은일에 전념, 떨어지는 득점효율을 허슬플레이로 메웠다. 그러나 이번 라운드에서도 한 번 터지기 시작하면 계속해 들어가는 폭발력을 보여줬기에 휴스턴으로선 탐슨의 폭발력 또한 경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탐슨의 무서운 점은 수비력이다. 탐슨은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정상급 수비수 중 한 명으로 이번 PO, 상대팀 득점원의 수비를 전담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탐슨이 수비에 집중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는지 지난 시즌 파이널에서 충분히 보았다. 1라운드에서 커 감독은 게이의 득점력이 살아날 기미가 보일 때마다 탐슨을 수비수로 붙이며 게이를 멈춰 세웠고, 2라운드에선 할러데이와 론도의 수비를 맡아, 볼 흐름을 방해하는 등 탐슨은 수비가 필요할 때 골든 스테이트에서 믿고 쓰는 필승카드다. 탐슨은 버티는 힘도 좋아 인사이드 수비도 가능, 인사이드의 높이가 낮음에도 골든 스테이트가 탄탄한 수비로테이션을 보여줄 수 있었던 건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탐슨의 수비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탐슨은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제임스 하든의 봉쇄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을 것이다.(*탐슨은 PO 수비효율성을 나타내는 디펜시브 레이팅(DRtg) 98.9를 기록 중이다) 

이밖에 골든 스테이트는 데이비드 웨스트(37, 206cm)와 케본 루니(22, 206cm)의 활약도 쏠쏠하다. 어느덧 37살의 노장이 된 웨스트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도 73경기 평균 13.7분 출장 6.8득점(FG 57.1%) 3.3리바운드 1블록을 기록, 골든 스테이트의 벤치를 이끌며 제2의 전성기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다. 올 시즌을 앞두고 오프시즌 식단을 변경하는 등 몸 관리에 힘썼던 웨스트는 운동능력까지 살아난 모습을 보이며, 아직은 은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웨스트는 PO에서도 10경기 평균 12분 출장 4.4득점(FG 60.6%)을 기록, 순도 높은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 팀 내 최고참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에너자이저의 역할까지 자처하고 있다.(*웨스트는 PO 통산 110경기에서 커리어 평균 28분 출장 12득점(FG 47.5%) 5.9리바운드 2.3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반대로, 루니는 수비에서 제몫을 다하고 있다. 루니는 2라운드를 5경기 평균 22.6분 출장 5.6득점(FG 66.7%) 6리바운드 1.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마쳤다. 대학시절부터 뛰어난 인사이드 수비수로 명성이 자자했던 루니는 프로 데뷔 후 부상 등의 악재가 겹치며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듀란트와 그린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게 된 루니는 급기야 PO에선 알드리지와 데이비스 등 상대 핵심 빅맨들의 수비를 전담, 골든 스테이트의 핵심 로테이션 멤버로 발돋움했다. 루니가 성장하면서 골든 스테이트는 시즌 후반부터 지금까지 자자 파출리아(34, 211cm)를 아예 로테이션 운영에서 제외시켜버렸다.(*파출리아는 이번 PO에서 2경기 평균 4.2분 출장에 그치고 있다)  

루니는 팔이 짧아 슬픈 파출리아와 달리 220cm에 이르는 윙스팬을 앞세워 세로수비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후반기 루니는 평균 20.7분을 뛰며 평균 4.5개의 리바운드와 1.5개의 블록을 기록했다. 공격에선 공을 자주 흘리는 경향이 있지만 운동능력이 좋아 속공에도 강한 모습을 보이는 등 골든 스테이트의 전력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최근 좋은 경기력을 보이면서 주가가 급등, 루니와 골든 스테이트의 재계약 여부에도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오프시즌 골든 스테이트는 루니에 대한 구단 옵션을 포기, 사실상 루니를 시장으로 내보면서 동행이 힘들어보였지만, 현재 FA시장에서 루니의 주가가 상한가를 치는 등 루니와 골든 스테이트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루니는 2015 NBA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0순위로 골든 스테이트에 입단했다)

올 시즌은 다른 때와 달리, 골든 스테이트에겐 시련이 많았다. 부상이란 악재는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그러나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판타스틱 4를 정상적으로 가동하게 된 골든 스테이트는 파죽지세로 4시즌 연속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에 성공했다. 골든 스테이트의 상대로는 정규리그 서부 컨퍼런스 1번 시드를 차지한 휴스턴이다. 크리스 폴(33, 183cm)의 경우, 올 시즌 드디어 '그그컨'의 저주를 깨고 생애 첫 파이널 진출에 도전한다. 폴은 2라운드 5차전, 본인이 직접 41득점(FG 59.7%) 7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공격을 주도, 팀 승리에 앞장서며 자신을 괴롭혔던 트라우마를 속 시원하게 깨버렸다. 2014-2015시즌 골든 스테이트에게 가로 막혀 파이널에 오르지 못했던 하든도 복수의 칼날을 준비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

반대로 올 시즌은 챔피언이 아니라 도전자의 입장이 된 골든 스테이트는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우승으로 잃어버린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 사실상 2017-2018시즌의 파이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골든 스테이트와 휴스턴, 두 팀의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이 지금, 전 세계의 NBA 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점프볼 DB, 나이키, 인스탠스 코리아, 언더아머, NBA.com(*슛 차트)

#기록참조-NBA.com, BASKETBALL REFERENCE



  2018-05-09   양준민([email protected])

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신고를 접수하시겠습니까?

이전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