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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처절한 생존 경쟁을 벌이는 최지만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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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3 (월) 21:22

                           
[이현우의 MLB+] 처절한 생존 경쟁을 벌이는 최지만

 
[엠스플뉴스]
 
최지만(27·탬파베이 레이스)은 2014시즌을 앞두고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와 5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검출된 항목은 메탄디에논(Methandienone). 스테로이드 계열 근육강화제의 구성 성분이다. 그는 징계가 확정되기에 앞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사실을 밝히고, 결백을 주장했으나 진실은 알 수 없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6년 최지만은 룰5 드래프트로 이적한 LA 에인절스 소속으로 빅리그에 데뷔했다. 이후 두 시즌 동안 쌓은 최지만의 빅리그 커리어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처절한 생존 경쟁'이다. 2016시즌 54경기에서 타율 .170 5홈런 12타점 OPS .611에 그친 최지만은 한 시즌 동안 두 차례나 지명할당(DFA) 처리됐다.
 
이듬해인 2017년에는 스프링캠프 초청 선수 자격으로 뉴욕 양키스와 스플릿 계약(Split Contract, 메이저리그 신분일 때와 마이너리거 신분일 때의 내용을 따로 두어 계약하는 것)을 맺었지만, 빅리그에선 고작 6경기 출전에 그쳤고 시즌 대부분을 트리플A에서 보냈다. 
 
올해 초반 역시 지난 2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즌을 앞두고 밀워키 브루어스와 스플릿 계약을 맺은 최지만은 시범 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진입했으나, 대타로 나서 결승 득점을 올렸음에도 단 한 경기 만에 마이너행을 통보받았다. 최지만은 이후 5월 19일 콜업되어 열 경기 남짓 출전하다 다시 마이너로 향했다.
 
[이현우의 MLB+] 처절한 생존 경쟁을 벌이는 최지만

 
그런 의미에서 현재 탬파베이 레이스 소속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최지만이 빅리그 커리어 최초로 받는 제대로 된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지난 6월 10일 최지만을 영입한 탬파베이는 딱 1달 뒤인 7월 10일 그를 빅리그로 콜업했다. 이후 최지만은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18경기에 팀의 주전 지명타자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그의 2018시즌 성적은 냉정히 말해 주전 1루수 또는 지명타자로는 실격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대로라면 밝지 않은 최지만의 미래, 그러나...
 
 
 
최지만의 2018시즌 성적은 13일 기준 타율 .228 출루율 .294 장타율 .446 5홈런 14타점 wRC+(조정 득점창출력) 97.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는 0.0승에 그치고 있다. 사실 최지만의 포지션이 1루수 또는 지명타자란 점을 감안했을 때 이 정도 성적이면 지명할당(DFA) 조치 후 마이너리그행을 통보받거나, 방출당해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꾸준한 출전 기회를 받고 있는 이유는 세인트루이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외야수 토미 팸이 이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발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DL)에 등재됐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최지만은 본 포지션은 1루수이지만 올 시즌 외야수로도 18경기에 출전한 제이크 바우어스, 우타 1루수인 C.J. 크론과 공존하는 형태로 로스터에 남아있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최지만의 미래는 밝지 않다. 탬파베이는 오프너 전략(Opener, 1~3회를 무실점으로 막는 걸 목표로 하는 새로운 불펜 포지션으로 첫 번째로 등판하지만 기존 선발과는 달리, 짧은 이닝을 소화한 후 마운드를 내려가는 투수를 통칭하는 말이다)을 사용하기 위해 25인 로스터 가운데 13명을 투수로 등재하고 있다.
 
[이현우의 MLB+] 처절한 생존 경쟁을 벌이는 최지만

 
따라서 탬파베이의 타자 로스터는 12명으로 일반적인 AL 구단에 비해 한 자리가 적다. 그런데 현재 등록된 타자 12명 가운데 전문 외야수는 3명밖에 없다. 나머지 7명은 내야 자원이며, 바우어스를 포함한 5명은 멀티 포지션을 맡을 수 있는 선수들이다. 마지막 남은 한 명인 C.J. 크론은 올 시즌 타율 .247 22홈런 56타점 OPS .787으로 최지만보다 타격 성적이 우수하다.
 
지금 상황에서 부상 중인 팸이 복귀한다면 누가 25인 로스터에서 제외될지는 안 봐도 뻔하다. 이대로라면 최지만은 다시 마이너에 내려갔다가, 확장 로스터가 돼서야 빅리그를 다시 밟게 될 것이다. 그러나 최지만에게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필자가 이런 추측을 하는 근거는 바로 최지만의 타구 지표에 기인한다.
 
타구 지표로 봤을 땐 반등이 유력,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이현우의 MLB+] 처절한 생존 경쟁을 벌이는 최지만

 
올해 최지만의 라인드라이브 비율은 23.2%. 이는 ML 평균인 21.2%에 비해 2% 포인트가량 높은 수치다. 게다가 최지만은 당겨친 타구, 중앙 방면 타구, 밀어친 타구가 모두 30%대로 구장 전역에 타구를 날리고 있다.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70%가 넘는 확률로 안타가 된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최지만의 BABIP(인-플레이된 공이 안타가 되는 비율) .294는 지나치게 낮다.
 
타구 속도와 발사 각도로 봐도 마찬가지다. 최지만의 평균 타구 속도는 91.2마일(146.8km/h)로 MLB 평균보다 5.5km/h가 빠르다. 발사 각도 역시 평균 15.1 °도로 이상적인 각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 증거로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 기준 올 시즌 최지만의 강하게 맞은 타구 비율(Hard%)은 무려 48.5%(90타석 이상 기준 전체 8위)에 달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올해 최지만의 부진은 지독하게 운이 따르지 않은 결과란 얘기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서 제공하는 xwOBA(기대 가중 출루율)이다. <베이스볼서번트>의 xwOBA는 한 선수의 타구 속도와 발사 각도를 기반으로 해당 선수가 원래대로라면 거뒀어야 했을 성적을 wOBA(가중 출루율) 스케일로 알려준다.
 
이에 따르면 최지만의 타구 질이라면 거뒀어야 했을 wOBA는 .364. 이는 토론토의 신인 루어데스 구리엘(타율 .322 7홈런 22타점)과 신시내티의 스쿠터 지넷(타율 .310 17홈런 68타점)이 현재 기록 중인 wOBA .362보다 오히려 높은 수치다. 따라서 앞으로 이런 타구 지표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평균 회귀 법칙에 따라 최지만의 성적은 앞으로 좋아질 확률이 높다.
 
[이현우의 MLB+] 처절한 생존 경쟁을 벌이는 최지만

 
문제는, 최지만에게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이다. 발 부상으로 이탈한 팸은 빠르면 앞으로 1주, 늦어도 3주 안에 복귀할 것으로 여겨진다. 9월부턴 확장 로스터가 열리지만, 이대로 팸이 복귀하면 최지만의 출전 기회는 줄어들 것이 자명하다. 그렇게 되면 최지만은 반등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채 현 성적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즌을 끝마치게 될 것이다.
 
그 경우 최지만은 내년에도 잘해야 스플릿 계약을 제시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20대 후반의 쿼드러플A(트리플A와 빅리그를 오가는 선수)에겐 가혹한 곳이다. 비슷한 성적을 기록하더라도 한살이라도 어린 유망주에게 우선권을 주기 때문에, 내년에 만 28세가 되는 최지만은 미국에 남아있을 경우 자칫하면 한 시즌 내내 트리플A에서 시즌을 보낼지도 모른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으로 직행한 고졸 선수는 무려 24명이었다. 그중에서 빅리그를 밟은 선수는 최지만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그마저도 내년에는 빅리그에서 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과연 최지만은 지독한 불운을 깨고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오랜 도전을 끝마치게 될까? 남은 시즌 최지만의 활약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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