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골닷컴] 이성모 기자 = 전세계 210개국에서 시청하는 세계 최고의 축구 콘텐츠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가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출범 25주년을 맞이했다. 세계인의 축구 네트워크 골닷컴이 ‘GOAL 특별기획’ 연재를 통해 현재의 EPL을 더 풍부하게 즐기는데 도움이 될만한 지난 25년 EPL의 중요한 흐름과 사건을 소개한다. 매주 수요일 연재. (편집자 주)
1992/93시즌, 그 이전에 있었던 잉글랜드 축구계의 악재들에 대한 개선의 의지, 그리고 방송중계권의 혁명에 힘입어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프리미어리그.(EPL)
그 후로 수많은 드라마를 만들어냈던 프리미어리그는 2015/16시즌 들어 잉글랜드 축구계를 뛰어넘고 모든 스포츠 종목을 넘어 스포츠 역사상 최대 이변 중 하나로 영원히 기억될 기적을 만들어낸다.
EPL 25주년을 맞아 '골닷컴'이 연재한 이 시리즈의 25편이자 최종편의 주인공은 라니에리 감독과 레스터 시티다.
1. '리빌딩의 귀재' 라니에리의 레스터 감독 부임
이전 편에서 소개했듯, 레스터 시티는 2014/15시즌 막바지에 이미 한 차례 '기적'과도 같은 1부 리그 잔류를 성공시킨 팀이었다.
그런 레스터 시티는 그들을 1부 리그에 남긴 감독이었던 나이젤 피어슨 감독과 결별하고 새로운 사령탑에 과거 첼시 감독이었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을 임명한다. 그 당시 몇 시즌 동안 신통치 않은 성적을 내고 있던 라니에리 감독이 레스터 시티를 맡는다는 소식에 영국 언론에서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 첼시를 이끌었던 시절을 포함해서 감독 경력 중 수차례 자신이 이끄는 팀을 리빌딩을 통해 업그레이드 시키는 능력을 보여줬던 라니에리 감독의 지도력은 레스터 시티에서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듯한' 조합을 보여주며 빛을 보기 시작한다.
2. 무리뉴의 몰락과 그 마침표를 찍은 라니에리
레스터의 우승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 시즌 전체의 판도를 돌아볼 때 가장 극적이었던 것은 역시 직전 시즌 챔피언이었던 첼시의 무리뉴 감독이 1라운드 직후부터 불거졌던 팀닥터와의 마찰, 그리고 선수들과의 대립설 속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추락을 거듭하며 조기에 경질됐다는 점이었다.
그 무리뉴 감독이 첼시에서 보낸 마지막 경기의 상대가 바로 레스터와 라니에리 감독이었다는 것은 더욱 극적이었다. 라니에리 감독이 다름 아닌 무리뉴 감독의 첼시 전임 감독이었기 때문이다.(다르게 말하면, 라니에리 감독이 경질된 직후 첼시 지휘봉을 잡은 것이 무리뉴 감독이었고 이 무렵부터 무리뉴의 성공은 라니에리가 만든 기반 위에 가능했다는 의견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극적으로 엇갈린 운명 속에 라니에리 감독의 레스터는 점점 더 승승장구 하기 시작했다. 리그 6라운드까지 무패행진을 이어가던 레스터는 7라운드에서 아스널에 2-5 대패를 당하면서 이제 하락세를 탈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 후로 다시 10경기동안 무패를 기록하며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우승 경쟁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라니에리 감독이 직접 영입한 캉테는 중원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인생 역전'의 주인공 제이미 바디는 리그 11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며 최전방에서 레스터의 성공을 이끌었다.
3. '5000/1의 우승 확률'과 레스터의 기적, 그리고 리더십과 동기부여의 힘
레스터 시티는 결국 이 시즌 전체를 통틀어 단 3패를 당하며 리그 2위를 차지한 아스널보다 승점 10점이 많은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시즌 초 레스터의 우승 확률을 배당률 기준 5000/1으로 예상했던 도박사들, 그들을 처음부터 우승 경쟁자로 예상하지도 않았던 전문가들이나 팬들의 예상을 완벽히 뒤집은 '기적'과도 같은 결과였다.
이 시즌 레스터의 우승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가장 우선적으로 다수의 우승 후보들이 스스로 무너지거나(첼시가 대표적인 예) 세대교체를 거치면서 부진했다는 점을 꼽는다.
실제로 그런 측면도 있다. 이 시즌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낸 상위권 구단은 포체티노 감독의 지도력이 점점 빛을 보고 있던 토트넘, 그리고 리그 마지막 라운드에서 토트넘을 제치고 2위를 기록한 아스널 정도가 유일했다.
아스널의 경우는 리그에서 레스터 시티를 두 차례 모두 제압하며 리그 우승의 적기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시즌 후반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서 패하며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나, 이 시즌 레스터의 우승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라니에리 감독의 리더십과 스포츠에서 '동기부여'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점이다.
레스터 시티는 시즌이 후반으로 이어지면서 아스널, 토트넘과 사실상 세 팀 간의 우승 경쟁을 벌이는 도중 다른 두 팀이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는 사이에 전 선수가 시즌 초반과 같은 체력과 투지를 보여주며 2월 14일 아스널에 당한 패배 이후 단 1패도 당하지 않고 우승을 향해 전력을 다해 질주했다.
레스터는 아스널, 토트넘보다 1군 선수단의 퀄리티, 교체선수단의 깊이 등 모든 면에서 열세였지만 그들에게는 구단 역사상 최초의 리그 우승이자 축구판 '기적'을 완성하겠다는 그 어떤 것보다 강한 '동기부여'가 있었다. 그리고 라니에리 감독은 그런 팀에게 최고의 동기부여를 안기면서 자기 자신 역시 '만년 2위 감독'이라는 딱지를 떼고 EPL 정상의 감독에 이름을 올렸다.
결국, 레스터는 구단 창단 후 135년 만의 우승을 차지했다. 이 시즌 그들의 우승은 향후 스포츠사에서 결코 잊혀지지 않는 역사가 되어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2015/16시즌 우승 팀 외 주요 선수들
포체티노 감독이 이끈 토트넘의 약진 속, 한 때 토트넘 소속이지만 임대 생활을 전전했던 해리 케인이 마침내 토트넘 1군의 No.1 공격수로 자리매김하며 EPL 득점왕에 등극했다.
우승팀 레스터 시티의 바디는 아쉽게 득점왕을 놓쳤지만 논리그 출신인 그의 스토리 덕분에 많은 각광을 받았고 마레즈 역시 리그 내 정상의 선수로 인정 받았다.
이외 2위에 그친 아스널의 지루, 산체스도 득점랭킹 상위에 이름을 올렸고 백전노장 데포도 좋은 활약을 했다. 왓포드의 공격 듀오 이갈로와 다니 역시 나란히 두자리수 골을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2015/16시즌 우승 팀 외 주요사항
손흥민의 토트넘 입단
손흥민이 토트넘에 입단한 시즌이 바로 이 시즌이다.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은 이미 사우스햄튼 시절부터 그의 영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토트넘에서 다시 그의 영입을 시도, 결국 손흥민을 영입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 입단한 지 얼마되지 않아 부상이 겹치면서 한동안 출전하지 못하는 등 잉글랜드 무대에서 쉽지 않은 적응기간을 보냈다. 이 시즌이 끝난 직후에는 독일에서 그를 원한다는 보도가 이어지는 등 그의 거취가 불확실할 때도 있었으나, 결국 그는 토트넘에 잔류하기로 결정한 직후부터 골행진을 이어가며 점점 자신의 진가를 인정받게 된다.
그래픽 = 골닷컴 박성재 디자이너
글 = 골닷컴 이성모 기자
* 25 편을 마지막으로 EPL 25주년 기념 [GOAL 특별기획] 연재를 마감합니다. 연재를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