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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데뷔전에서 반전을 만들어낸 오타니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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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2 (월) 13:22

                           


 
[엠스플뉴스]
 
오타니 쇼헤이(23·LA 에인절스)가 투수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오타니는 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콜리세움에서 열린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92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드물게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오타니는 메이저리그에 상륙할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오타니는 만 25세 이하 선수로서 국제 유망주로 분류됐다. 포스팅 금액 최대 2000만 달러, 계약금 최대 350만 달러에 NPB리그 MVP를 영입할 수 있다는 매력적인 조건으로 인해 30개 구단 가운데 무려 27개 구단이 오타니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오타니 한 명에게 화제가 지나치게 집중되던 현상은 반작용을 불러일으켰다. 시범경기에서 투수로서 1패 2.2이닝 평균자책 27.00을, 타자로서 타율 .125 0홈런 1타점을 기록하자, 오타니는 수많은 언론과 팬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실력도 안 되면서 뭘 그리 유난을 떨었냐는 반응부터 고등학생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타니에 대한 관심은 여전했다. MLB.com에 따르면, 오늘 콜로세움에는 오타니의 선발 데뷔를 보기 위해 일본 취재진만 240여 명이 모여들었다. 미국 취재진 역시 98년 만에 개막 10경기 이내에 투수와 타자로서 선발 출전하는 오타니를 보기 위해 몰려왔다. 
 
그리고 수많은 취재진이 지켜보는 앞에서 오타니는 시범경기와는 180도로 달라진 모습을 선보일 수 있었다.
 
위력적인 스플리터가 만든 데뷔전 호투
 


 
스프링트레이닝 기간과 오늘 경기에서 오타니가 가장 달랐던 점은 바로 스플리터에서 찾을 수 있다. 오타니는 일본 시절 최고 145km/h에 달하는 고속 포크볼을 구사했다. 미국에선 스플리터라고 불리는 구종이다. 이를 최고 165km/h에 이르는 패스트볼과 섞어 던지며 헛스윙을 유도하는 것이 일본 시절 오타니의 필승 패턴이었다. 
 
그런데 오타니는 시범경기 동안 주무기인 스플리터를 거의 구사하지 않았다. 어쩌다 스플리터를 많이 구사한 날도 정규시즌을 눈앞에 두고 펼쳐진 자체 청백전이 전부였다. 사실, 시범경기 공식 경기 선발 등판 경기 자체가 2경기밖에 없었다. 하지만 막상 정규시즌 데뷔전이 되자 오타니는 92개 가운데 26개(26.1%)를 스플리터로 던졌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오타니와 에인절스는 의도적으로 구종 노출을 아꼈다. 그 결과 타자들은 처음으로 보는 오타니의 스플리터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날 오타니가 잡은 삼진 6개 가운데 5개는 스플리터를 결정구로 던져 잡아낸 것이다(헛스윙 비율 62.5%).
 


 
오타니가 던지는 스플리터의 대단한 점은 그 낙차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투수 가운데 가장 스플리터 낙차가 컸던 투수는 다나카 마사히로(v-movement 1.0인치)로, 8위 알렉스 콥에 비해 무려 5.6인치(14.2cm)나 더 떨어졌다. 그런데 오타니가 오늘 던진 스플리터의 낙차(v-movement 0.7인치)는 다나카를 능가했다.
 


 
게다가 오늘 경기에선 그 스플리터가 스트라이크 존 하단으로 낮게 제구가 됐다. 위력적인 구위를 자랑하는 스플리터가 이 위치로 들어오면 상대하는 타자로선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이것이 오늘 경기에서 오타니가 압도적인 경기 내용을 선보인 이유다.
 
데뷔 전에서 오타니가 드러낸 불안요소
 


 
물론 오타니의 오늘 경기 내용 전부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불안요소는 단연 패스트볼에서 찾을 수 있다. 오늘 경기에서 오타니의 패스트볼은 평균 97.8마일(157.4km/h), 최고 99.6마일(160.3km/h)로 구속만 놓고 보면 흠잡을 곳이 없었다. 하지만 무브먼트(공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얘기가 다르다.
 
오타니의 포심 패스트볼 상하 무브먼트는 7.47인치(19.0cm)로 메이저리그 평균인 9.4인치(23.9cm)보다 약 5cm가량 적었다(*상하 무브먼트란 공기저항 없이 중력 팩터만 적용한 공보다 얼마나 덜 가라앉는지를 나타내주는 지표다). 이는 일본 시절부터 지적됐던 문제로, 오타니의 패스트볼이 무브먼트가 적어서 스피드건에 찍히는 구속에 비해 위력적이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또 다른 불안요소는 슬라이더의 제구에 있다. 오타니가 던진 슬라이더 26구 가운데 20구는 스트라이크존 중앙 또는, 그보다 높은 코스에 형성됐다. 2회 말 맷 채프먼에게 맞은 홈런 역시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린 것이 원인이었다(영상). 한마디로 말해, 오늘 오타니의 데뷔전 호투는 사기적인 스플리터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것이다.
 
오타니 & 다나카 데뷔시즌
패스트볼 [오타니] 42.4% [다나카] 40.6%
슬라이더 [오타니] 28.3% [다나카] 22.2%
스플리터 [오타니] 26.1% [다나카] 25.0%
 
이는 비슷한 레퍼토리를 갖춘 다나카와 흡사한 모습이다. 그러나 오타니의 제구는 다나카에겐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스플리터에 의존하는 투구패턴이 노출될 경우 오타니는 다나카가 2년 차에 겪었던 것보다 더 큰 슬럼프(또는, 지나친 스플리터 의존으로 인한 팔꿈치 부상)를 겪게 될 공산이 크다. 물론 한 경기만 놓고 알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으므로 속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지금 시점에서 알 수 있는 건 오타니가 우려와는 달리, 상당히 훌륭한 투구내용으로 데뷔전을 마쳤다는 것. 그리고 투구패턴이 간파되기 전까진 한동안 위력적인 스플리터를 바탕으로 투수로서 뛰어난 성적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 정도다. 무엇보다도 오타니의 나이는 이제 만 23세에 불과하다. 그에겐 아직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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