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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의 와이드 오픈] 한채진이 전한 메시지, “구슬아, 엄청난 선수가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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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7 (화) 23:12

                           

[이원희의 와이드 오픈] 한채진이 전한 메시지, “구슬아, 엄청난 선수가 될 수 있어”



[점프볼=이원희 기자] KDB생명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2017-2018 신한은행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에 나가겠다는 마음으로 야심찬 준비를 했지만 27일 현재 4승28패로 리그 최하위. 여기에 구단 역대 최다 19연패마저 떠안고 있다.


 


하지만 어느새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오는 것처럼 KDB생명의 그 긴 시련의 끝도 있지 않을까.


 


한채진은 팀의 베테랑, 구슬은 차세대 스타다. 올시즌 한채진은 평균 9.81점 4.4리바운드 2.3어시스트를 올렸다. 구슬은 평균 7.55점 2.4리바운드 1어시스트를 기록. 동료들의 부상이 많은 악재 속에서 팀을 떠받치고 있다.


 


둘은 오늘도 팀 승리를 위해 서로를 밀고 당기고를 반복한다. 한채진은 구슬에게 “잘 성장할 수 있다”는 격려, 구슬은 팀 선배를 위해 “언니 힘내라”는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낸다.

[이원희의 와이드 오픈] 한채진이 전한 메시지, “구슬아, 엄청난 선수가 될 수 있어”



▶ 첫 만남. 그리고 첫 인상.


 


한채진과 구슬이 처음 만났을 때는 2013년이다. 구슬은 지난 2013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KDB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한채진은 팀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중참급 선수였다.


 


Q. 두 분이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하시나요?


한채진: 구슬은 그때와 지금이나 똑같아요. 외모는 확실하게 많이 예뻐졌네요. 그때는 헤어스타일도 영...(웃음). 어린 선수인데도 개인기가 좋고, 실력도 있다 보니 플레이가 당찼어요. 일반적으로 신인선수들은 플레이가 소심한 편이 많은데, 구슬은 성격이 활발해서 그런지 농구에 적합하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힘든 시기도 있었고, 성장도 했어요. 노력을 많이 한 게 보여요. 성격이 워낙 활발해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잘해요. 끼가 있어요.


 


구슬: 어린 나이에 팀에 처음 들어간 거라 긴장이 됐고, 마냥 무서웠어요. 그래도 (한)채진 언니가 일부러 말을 걸어주시고, 여러 가지로 알려주셨어요. 자상한 선배예요.


 


Q. 한채진 선수, 구슬이 차세대 에이스로 잘 성장하고 있는 거 같나요.


한채진: 경기장을 비롯해 훈련할 때 구슬을 보면 공격을 너무 잘해요. 모르는 게 없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경험이 없어서 아직 ‘아기’라고 느낄 때고 있어요. 지금은 자기 실력으로 뛰는 거지, 감독님이 얘기해주시는 부분을 이행 못할 때도 있거든요. 더 배워야 하겠죠. 점차 배우다보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구슬: 언니가 저를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공격과 수비에서 기회를 만드시려는 게 보여요. 저도 언니를 도와주고 싶은데 쉽지가 않아요. 기회가 지나고 난 뒤에야 도와주지 못해 안타까워하죠.


 


한채진: 아직 25살 밖에 되지 않아서 그래(구슬을 보며). 어린 선수들이 책임감을 갖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Q. 그렇다면 한채진 선수는 25살 때 무엇을 하고 계셨나요?


한채진: 신한은행에서 금호생명(현 KDB생명)으로 이적했을 때에요. 그때는 독한 마음으로 뛰었죠. 출전시간이 없어 팀을 옮겼는데, 주전으로 뛰어야겠다는 욕심이 강했죠. 제가 26살이었던, 이적 후 다음 시즌(2009-2010시즌 첫 두 자릿수 득점)에 잘 했으니 구슬도 26살 때 더 잘 할 거예요.

[이원희의 와이드 오픈] 한채진이 전한 메시지, “구슬아, 엄청난 선수가 될 수 있어”



구슬: 언니, 26살 되면 정말 잘 할 수 있을까요?


 


한채진: 그럼, 성장했다는 게 보여. 구슬이 처음에는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거 같았어요. 지금은 보이는 데 몸이 나가지 않는 거 같아요. 그럴 때마다 구슬에게 얘기해주고 있죠. 선배가 되면 이것저것 뭔가 해주고 싶어요. 제가 나이가 차서 이제 얼마나 농구를 하겠어요. 저도 신한은행에서 잘하는 언니들에게 배웠고, 여기에 와서 (신)정자 언니가 많이 가르쳐줬거든요. 제 실력이 좋은 건 아니지만, 은퇴하기 전에 많은 부분을 알려주고 싶어요. 


 


구슬: 언니는 여러 가지로 알려주시고 얘기해주시는 선배에요. 지금처럼만 해주시면 충분히 감사하죠. 아프지 말고 최대한 있을 때까지 뛰다가 은퇴하셨으면 좋겠어요.


 


▶ 그립다. 이경은, 조은주. 


 


올시즌 KDB생명은 너무 많은 부상자가 나왔다. 외국선수 주얼 로이드부터 안혜지 진안 등 어린 선수들도 아파 쓰러졌다. 가장 타격이 컸던 것은 이경은 조은주의 부상이었다. 두 선수는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 됐다.


 


언제나 셋이 함께 뛰었던 한채진도 당황스러웠고, 언니들에게 의지를 많이 했던 구슬도 걱정스러웠다.


 


한채진: 셋이 같이 뛸 때는 경기에 크게 신경을 쓸 필요가 없어요. (이)경은이가 가드를 보면서 리딩을 하면, 저는 보조 역할만 하면 됐죠. 슛 기회가 나면 과감하게 던지는 정도. (조)은주 언니는 포스트업을 잘해요. 궂은일과 리바운드, 수비를 잘해주는 선수예요. 그동안 역할 분배를 하면서 뛰었는데, 둘이 없으니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구슬: (조)은주 언니는 내외곽 공격이 되고 슛도 있고, 포스트 플레이도 좋아요. 힘도 있어요. (이)경은 언니는 수비, 리딩 1대1 능력이 좋죠. 3명의 언니가 뛰었을 때 저는 받아먹는 위주로 플레이했어요. 공을 빼주고 슛을 던지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1대1, 2대2 플레이 등 여러 가지로 해야 할 것이 많아요.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넣어줘야 할 때 득점하지 못하면 더 아쉽게 느껴져요.

[이원희의 와이드 오픈] 한채진이 전한 메시지, “구슬아, 엄청난 선수가 될 수 있어”



한채진: 지금은 혼자다보니, 저라도 기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억지로 플레이를 할 때가 많아요. 순리대로 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니 잘되지 않죠. 팀에 미안해요. 힘이 부칠 때가 있어요. 어린 선수들을 도와주고 싶은데 ‘내 능력은 여기까지구나’라고 느끼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어린 선수들은 보고 배우면서 성장해야 하고, 저는 그 역할을 채워졌으면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Q. 구슬 선수는 한채진 선수 혼자 뛰는 걸 보면 어떤 느낌이 드세요.


구슬: 언니가 안쓰럽죠. 개인적인 생각인데, 언니가 다른 팀에 있었다면 더 잘하셨을 거예요. 어린 선수들과 함께 뛰다 보니, 성적이 안 나오고, 언니의 플레이도 살아나지 않는 거 같아요.


 


한채진: 그래도 어린 선수들이 저를 신경을 많이 써주는 게 보여요. 얘기도 해주고, 저를 때리고..많이 친해졌어요. 김소담 노현지 안혜진 김시온 등 여러 선수가 장난을 치고 말도 걸어주고, 저를 신경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은주 언니, (이)경은이가 없어서 외로울 수 있는데, 친구 강은미 팀 매니저 있어 그나마 나아요. 많이 챙겨주는 성격이에요.


 


Q. 어린 선수들이 어떻게 장난을 치나요.


한채진: 안혜지는 저에게 할머니래요. 진안이도 그러고, (김)선희도 그래요. 귀엽죠. 저도 잘 받아줘요. 애들이 친해지려고 노력하는데, 제가 안 받아줄 필요가 있나요. 그래도 할머니는 맞지만..(뭔가 아쉬운 표정)


 


▶ 나의 팀, KDB생명


 


Q. 한채진 선수의 멘토는 누구였나요.


한채진: 저는 (김)영옥 언니였어요. 언니를 보고 많이 자랐죠. 언니의 포지션이 가드이다 보니 팀 동료를 살려주는 플레이, 수비하는 걸 많이 배웠어요. 처음에는 상대 공격수를 따라다니지 못한다고 엄청 혼났나요. 수비가 뻥뻥 뚫린다고요. 덕분에 공을 긁는 걸(스틸) 터득했어요. 공을 뺏으면 스틸, 뺏어내지 못하면 반칙으로 불릴 때가 많거든요. 저는 모르게 손이 잘 나가요.


 


구슬: 언니에게 수비를 배우고 있어요. 수비 센스도 그렇고, 리바운드도 잘하세요. 키가 크지 않은데 공을 잡는 감각이 있는 거 같아요. 저는 수비만 하려고 하면 이상하게 파울이 돼요. 언니가 많이 알려주세요. 지역 수비를 설 때도 헷갈리는 부분이 있는데, 언니가 다 가르쳐주세요.

[이원희의 와이드 오픈] 한채진이 전한 메시지, “구슬아, 엄청난 선수가 될 수 있어”



Q. 한채진 선수는 자기관리도 철저하세요. KDB생명에 와서 10시즌 동안 꾸준히 30경기 이상을 출전했어요.


한채진: 자기관리를 하는 편이에요. 선수라면 다치지 않고 잘 뛰는 게 맞죠. 몸이 타고난 것도 있지만, 몸에 좋은 음식도 많이 챙겨 먹어요. 


 


구슬: 언니는 진짜 잘 뛰어요. 체력이 좋고, 뛰어야 할 때 뛸 줄 아세요. 저는 이상하게 금방 지치는 거 같고, 공격이나 수비를 할 때면 힘들어 구석에 있을 때도 있어요. 언니는 그런 적이 없어요.


 


한채진: 나이는 내가 많지만, 신체 나이는 구슬이 더 많은 거 같아요(웃음). 경기 중에 “구슬아, 뛰어!”라고 여러 번 외쳐요. 언제 뛰어야 하고, 언제 쉬어야 하는지 아는 게 중요해요. 나중에 구슬도 느낄 거 예요. 저도 KDB생명에 처음 와서 무조건 뛰기만 해서, 10분만 지나면 힘들어했어요.


 


한채진은 KDB생명에서 10시즌, 구슬은 4시즌째를 보내고 있다. 한채진은 팀의 현재, 구슬은 팀의 미래다.


 


Q. 한채진 선수는 KDB생명의 대표적인 스타예요. 응원가도 유명하고요(한채진 얼짱 슈터~ 한채진 미녀 슈터~).


한채진: 응원가를 바꾸고 싶었어요. 신한은행 시절 저를 비롯해 최윤아 김연주 천은숙 이연화 등 5인방을 신한은행 미녀 선수라고 불렸어요. 그때는 어려서 예쁘다고 하지만, 이제는 아니지 않나요? 응원가를 바꾸려고 했는데, 주위에서 왜 바꾸느냐고 항의 전화가 여러 번 왔어요. 응원가가 따라 부르기 쉽게 머릿속에 맴돈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은퇴할 때까지 계속 이 응원가를 써야할 거 같아요. 바꾸기가 어려워요.


 


Q. KDB생명은 본인들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한채진: 여기서 원 없이 농구를 했어요. 제가 목표를 가지고 달성했던 곳이죠. 성적을 내지 못했던 부분은 아쉬워요. 가장 잘 한 게 2등이었어요. 하지만 여기로 온 걸 잘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40살까지 농구를 하라고 하는데, 요즘 몸이 힘들다는 걸 느껴요. 쉽지 않을 거 같아요. 길어야 2년 정도이지 않을까요. 빨리 연패를 끊고 1승이라도 더 추가해서 시즌을 마무리 하고 싶어요.

[이원희의 와이드 오픈] 한채진이 전한 메시지, “구슬아, 엄청난 선수가 될 수 있어”



구슬: 저도 빨리 팀 연패를 끊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예요. 1승이라도 더 하고 싶어요.


 


한채진: 구슬은 내외곽 플레이가 모두 좋은 선수예요. 가지고 있는 재능이 진짜 뛰어나죠. 이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시기가 올 텐데 그때까지 시련을 이겨내서 잘 성장해냈으면 해요. 분명 많이 힘들 거예요. 하지만 마음 단단하게 먹고 잘해냈으면 해요. 엄청난 선수가 될 수 있어요. 구슬은 성격이 좋은 친구예요. 분명 잘할 수 있어요.


 


#사진_이원희 기자,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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