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을 넘어라'…한국농구, 중국과 월드컵 순위결정전 격돌
이대성·김종규 부상 이탈로 전력 손실 커…중국 경기력도 기대 이하
경계할 선수는 이젠롄·저우치…힘 좋은 라건아·이승현이 버텨내야
(광저우[중국]=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조별 리그는 끝났지만, 대회는 끝나지 않았다.
2019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에서 '1승'을 노리는 한국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6일 오후 9시 중국 광저우체육관에서 개최국 중국과 17∼32위 결정전 1차전을 펼친다.
한국은 B조 조별 리그를 3패로 마쳤다. 아르헨티나, 러시아, 나이지리아를 만나 세계의 높은 벽을 절감하며 모두 대패를 당했다.
러시아와 2차전에서는 전반까지 접전을 펼쳐 희망을 밝혔지만, 이어진 3차전에서 나이지리아에 42점 차로 무너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가라앉은 분위기에 비보가 연이어 날아들었다. 골 밑과 외곽에서 핵심 선수를 잃었다.
센터 김종규는 대회 전부터 안고 있던 햄스트링과 허리 부상 악화로 중국전에 뛸 수 없게 됐다.
그의 이탈로 조별 리그에서부터 많은 시간을 소화했던 빅맨 듀오 이승현과 라건아의 체력 부담은 더욱 심해지게 됐다.
높이는 더 열세에 놓였다. 대표팀 선수 중 최장신(207㎝)인 김종규가 빠지면서 한국의 평균 신장은 더욱 낮아졌다.
중국은 12명 가운데 6명이 2m 이상이고 3명은 210㎝를 넘는다. 라건아와 이승현은 모두 2m 이하다.
벤치 멤버로 출발해 공·수에서 맹활약하던 이대성도 나이지리아전에서 발목을 다쳤다.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로 팀에 투지를 불어넣던 그의 이탈로 한국의 폭발력은 반감됐다.
상위라운드 진출을 노렸던 홈팀 중국은 A조 조별 리그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코트디부아르전에서는 승리를 따냈지만, 폴란드전에서는 1쿼터를 25-15로 앞서고도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베네수엘라전에서도 중국은 1쿼터 중반 리드를 내준 후 한 번도 경기를 뒤집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었던 이젠롄을 비롯해 저우치, 궈아이룬 등 간판선수들을 모두 출전시켰지만, 안방에서 열린 축제에서 일찌감치 탈락하며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아시아국가에 주어지는 2020년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 티켓의 주인공이 아직 가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은 도쿄올림픽 농구 예선을 겸해 치러진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월드컵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거둔 1개 나라는 도쿄행 티켓을 얻게 된다.
월드컵에 출전한 6개 아시아나라(한국, 중국, 일본, 이란, 필리핀, 요르단)는 모두 상위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조별 리그에서 유일하게 1승을 거둔 중국은 현재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 남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한다면 자력으로 올림픽 진출을 확정하게 된다.
순위 결정전 한 경기를 지더라도 다른 나라의 경기 결과에 따라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반면 3패의 한국은 벼랑 끝에 서 있는 입장이다. 중국과의 순위결정전에서 패하면 도쿄행은 즉시 무산된다.
조별 리그에서 큰 점수 차로 졌기 때문에 골 득실에서도 불리하다. 따라서 남은 경기에서 모두 이기고 다른 나라들의 패배를 바라야 하는 상황이다.
조별 리그에서 중국 베테랑 이젠롄의 활약은 돋보였다. 경기당 평균 29.7분을 소화한 그는 18점 8리바운드를 올렸다.
저우치 역시 3경기에서 평균 10점 6.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한국으로서는 2m 10㎝가 넘는 이 둘의 '트윈타워'를 막아내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한국의 대들보는 라건아다.
조별 리그에서 평균 33.5분간 코트를 누빈 그는 22.7점에 1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199㎝의 비교적 작은 신장에도 자신보다 훨씬 큰 빅맨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김상식 감독은 "중국의 높이는 위협적이지만, 아시아 팀인 만큼 탄력이 좋지는 않다"며 "몸싸움으로 상대를 밀어내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힘이 좋은 라건아·이승현 콤비가 골 밑에서 저우치·이젠롄을 상대로 얼마나 버텨주느냐가 중국전 승리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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