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업그레이드' 사이클 나아름 "계속 개척하겠다"
알레-치폴리니 입단으로 유럽 진출…내년에는 도쿄올림픽에 집중
(진천=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한국 사이클의 간판 나아름(29)이 유럽 무대를 경험하고 더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나아름은 17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벨로드롬에서 열린 2020 아시아트랙사이클선수권대회에서 이주미, 김현지, 장수지와 함께 여자 단체추발 금메달을 획득했다.
최근 몇 달 간 살인적인 스케줄을 감당하고도 나아름은 지친 기색 없이 정상의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
나아름은 올해 1월 이탈리아 여자프로사이클팀 '알레-치폴리니'에 입단해 유럽 투어에 진출했다.
국내 모든 사이클 선수들의 꿈이라 할 수 있는 프로팀 입단에 성공한 것이다.
여자 세계 톱5에 드는 명문 팀인 알레-치폴리니는 지난해 8월 SNS 인스타그램 쪽지로 나아름에게 직접 접촉해 영입을 제안했다.
나아름에게 꿈같은 일이었다.
국가대표팀과 국내 소속팀 상주시청에 더해 유럽팀의 일정까지 소화하려니 남들보다 2∼3배는 힘든 시즌을 보냈지만, 나아름은 후회하지 않는다.
나아름은 "5월 초에 처음 유럽에 나갔다가 5월 말에 다시 한국에 왔다. 국내 대회 출전 후 다시 6월 말에 유럽에 갔고, 8월 중순에 돌아왔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머문 약 두 달 동안 나아름은 10여개의 대회에 출전했다. 국내에도 5∼6개의 대회를 치렀다. 그리고 지금은 국가대표로서 2020 도쿄올림픽 출전 포인트가 걸린 국제대회에 나서고 있다.
나아름은 "진짜 힘들었다"고 돌아보면서도 "진짜 재밌었다"며 밝게 웃었다.
동료들은 나아름이 더 강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팀과 상주시청의 동료로 나아름을 지켜본 장수지는 "언니가 유럽과 한국을 왔다 갔다 했는데, 대회를 연속으로 치르면서도 잘하더라. 더 빨라졌다"며 "같이 타보면 보인다. 더 성장한 게 느껴진다"고 감탄했다.
실제로 나아름은 이달 초 열린 전국체전에서 단체추발, 포인트레이스, 개인도로 3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하고 도로독주 은메달을 획득했다.
나아름은 "유럽에 있으면서 여유가 많이 생겼다. 유럽 사람들의 생활 방식에 맞추다 보니 내가 게을러졌나 생각도 들었는데, 여유가 많이 생긴 거였다"며 "기술적으로도 많이 좋아졌다"고 밝혔다.
알레-치폴리니는 구단 SNS에서 나아름을 '대단한 선수'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이런 성장은 모두 '실전'에서 얻은 것이다. 나아름은 알레-치폴리니 입단과 동시에 별다른 적응기도 없이 많은 대회에 나갔다.
7월에는 열흘에 걸쳐 진행되는 여자 도로사이클 최대 대회인 '지로 로사'에 출전했다. 나아름이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다.
나아름은 "6월에 국내 트랙 대회에 출전하고 도로 훈련을 못 한 상태로 지로 로사에 나갔다. 너무 큰 대회였는데, 정신력으로 버텨냈다. 그랬더니 몸이 올라왔다"고 돌아봤다.
나아름은 "사실 처음에는 완주도 못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모든 대회를 다 완주했다. 중간에 포기한 대회는 하나도 없었다"며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는 '이제 여기에 적응했구나. 이 선수들과 뭔가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홀로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무대지만, 나아름은 유럽의 문을 계속 두드리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당분간은 대표팀과 국내 팀 일정에만 집중해야 한다.
나아름은 2020 도쿄올림픽이라는 또 다른 목표를 위해 내년에는 알레-치폴리니와 함께하지 않기로 했다.
나아름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선택해야 했다. 그래서 결국 알레-치폴리니와 계약을 파기하고 내년에는 유럽 투어에 안 나가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고맙게도 알레-치폴리니도 제 상황을 이해해주면서 '2021시즌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하더라"라며 "2021년에 다시 기회가 되면 유럽에 다시 가고 싶다. 당연하다. 제 꿈이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를 돌아보며 "바쁘고 힘들었다. 유럽에서 혼자 집도 없이 외로웠다. 그러나 결과는 좋다.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나아름은 내년 도쿄올림픽 도전을 마친 뒤에도 계속 개척자의 길을 걷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린 선수들에게 유럽에 도전하라고 꼭 추천해주고 싶다. 유럽 투어는 못 가는 게 아니라 안 가는 거다. 대회가 많을 뿐이지 별거 아니더라. 꿈을 꾸면 된다"고 당부하며 "내가 그 길을 열어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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