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경기 치른 벤투호, 경기장 밖에서도 '고립'
대표팀, 호텔에만 머물고 음식도 호텔 식단으로 해결
축구협회 "경기장 앞에도 별도 관중 없었다"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평양에서 '무관중·무중계'라는 사상 초유의 '깜깜이' 경기를 치른 벤투호가 경기장 밖에서도 북한 측의 통제를 받으며 사실상 고립된 생활을 했다.
16일 대한축구협회 관계자가 전한 현지 분위기에 따르면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3차전 원정 경기(15일)를 위해 북한에 머무는 동안 선수들은 경기나 훈련 등 공식 일정이 있던 시간 외에는 숙소인 평양 고려호텔에만 머물렀다.
이날 오후 평양을 떠나기 위해 출발하기 전까지는 호텔 밖으로 전혀 나가지 못했고, 호텔 직원들도 꼭 필요한 말 외에는 질문에 답조차 거의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선수들은 주로 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자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음식도 호텔 내 식단으로만 해결했다.
대표팀은 현지 식자재 조달의 어려움 등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고기·해산물 등을 챙겨갔지만, 별도의 사전 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은 물품이라 평양에 갖고 들어가진 못했다.
경기 당일 현장에서도 '고립'은 마찬가지였다.
15일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경기는 한국에 생중계되지 않았고, 한국 취재진의 방북도 무산되면서 실시간으로 소식을 알 수가 없었다.
애초 대한축구협회 직원이 이메일로 기본적인 현장 정보를 국내로 전할 예정이었지만, 경기장 내 인터넷 연결 상황이 열악해 이마저 이뤄지지 못했다.
현장에서 휴대전화를 보유한 아시아축구연맹(AFC) 경기감독관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AFC 본부에 알리는 정보를 대한축구협회가 전달받아 국내 취재진 등에 전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심지어 경기 전날 양 팀 매니저와 경기 감독관, 안전담당관 등이 참석한 회의 때 북한 측은 예상 관중을 '4만명 정도'라고 밝혔으나 막상 경기 당일엔 관중이 전혀 없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대표팀 선발대가 경기장에 도착한 이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고, 본진 도착 때도 별도의 관중이 경기장 앞에 보이지 않았다"며 "무관중은 저희는 물론 AFC와 국제축구연맹(FIFA)도 몰랐던 내용"이라고 말했다.
0-0 무승부로 끝난 경기는 현장에서 관전한 요아킴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가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잠시 엿볼 수 있었던 것처럼 치열하게 전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굉장히 격하게 나왔다. 선수들이 '이게 축구인지 모르겠다'고 했을 정도로 강한 몸싸움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여러모로 '이상했던' 평양 원정길을 마친 대표팀은 1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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