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잘싸'는 과정에서만, 본선에선 이겨야 한다
유럽 원정 2경기가 남긴 아쉬움. 패배하는 패턴을 바꿔야 하는 신태용호
[골닷컴] 서호정 기자 = 졌지만 잘 싸웠다. 이른바 ‘졌잘싸’는 월드컵 전 가진 마지막 A매치 주간에서 신태용호가 받을 수 있는 긍정적 평가다. 실제로 FIFA랭킹에서 한국(59위)보다 한참 위인 북아일랜드(24위) 폴란드(6위)를 상대로 1골 차 석패를 기록했다.
내용 면에서도 지난 10월 유럽 원정과 비교하면 확 달라졌다. 득점 과정은 행운이나 요행이 아니라 대표팀의 의도가 잘 발휘됐다. 경기 시간대 별로 한국이 확연히 흐름을 지배하고 경기 전개를 주도한 때도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2패다. 지는 패턴이 좋지 않았다. 북아일랜드에게는 전반 6분 만에 선제골을 넣고도 전반 19분 자책골(김민재), 후반 40분 폴 스미스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역전패를 당했다. 폴란드전에서는 전반에 먼저 2골을 넣으며 끌려 갔지만 후반 막판 이창민, 황희찬이 연속 골을 넣으며 쫓아갔다. 기대감을 모았지만 후반 추가시간 지엘린스키의 중거리 슛에 무너지며 결국 2-3으로 패했다.
골을 기록한 권창훈, 이창민, 황희찬과 어시스트를 기록한 박주호, 손흥민, 그리고 경기를 만들어 간 기성용, 이재성 등의 경기력은 좋았다. 문제는 좋은 흐름으로 골을 만들고 기세를 탈 때 실점을 하며 스스로 흔들렸다는 점이다.
신태용 감독은 북아일랜드전은 4-3-3으로 시작했다가 4-4-2로, 폴란드전은 3-4-3으로 시작했다가 4-4-2로 경기 중 변화를 줬다. 전형과 전술을 바꿨지만 수비 불안은 잠들지 않았다. 수비 숫자를 늘려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수비 전형의 형태가 상대의 대각선 플레이나 수비 뒤로 돌아 들어가는 침투 패스에 흐트러졌다. 측면이나 허리에서 패스 미스로 상대에게 공격 기회를 허용한 것은 실점의 단초였다. 자신이 쥐고 있는 흐름을 내주고, 비길 수 있는 경기를 지는 상황은 월드컵에서는 나와선 안 된다.
유럽 원정에서 대표팀은 공격적 자신감은 한층 더 올렸다. 그러나 진짜 숙제였던 수비 안정은 이번에도 실패했다. 남은 3개월, 그리고 본선 직전 주어지는 3주 간의 시간 동안 신태용 감독은 이 숙제를 풀어야 하는 입장이다.
흐름을 가져간다면 추가골을 넣어서 더 도망가야 한다. 지켜야 할 때는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과정에서는 졌잘싸가 있지만 본선에서는 그런 의미로 박수 받기는 쉽지 않다. 결과를 내지 못하고 박수를 받았던 월드컵은 1994년 미국 대회 뿐임을 기억해야 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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