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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의 골든크로스] 허경민·최주환, 곰 겨울잠 깨울 新 테이블세터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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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8 (수) 08:22

                           


 
[엠스플뉴스]
 
곰들이 겨울잠에서 서서히 깨어난다. 두산 베어스가 올 시즌 정상 탈환을 위해 개막전부터 깜짝 카드를 꺼냈다. 바로 내야수 허경민과 최주환으로 이어지는 신(新) 테이블세터다. 비록 개막전 패배로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두산은 곧바로 테이블세터의 맹활약에 시즌 첫 연승을 달렸다.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의 가장 큰 타순 고민은 ‘2번’이었다. 캠프 막바지만 해도 올 시즌 유력 ‘리드오프’는 외야수 박건우였다. 새 외국인 타자 지미 파레디스가 2번 타순에 들어가는 구상도 분명히 있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캠프 막판 “1번 타순에 공격적인 박건우가 들어가면 2번 타순에 들어갈 선수의 부담감이 커진다. 누굴 넣을지 아직 고민”이라며 고심했다.
 
막상 3월 24일 개막전 뚜껑을 열자 두산의 테이블세터 구상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시범경기 팀 내 타율 1위(0.600·15타수 9안타) 허경민과 타율 2위(0.583·12타수 7안타) 최주환이 각각 1번과 2번으로 테이블세터 역할을 맡았다. 지난해 3번 타순(타율 0.406·16홈런·52타점)에서 맹활약한 박건우는 자리를 그대로 지켰다. 김 감독은 “리드오프로 나서는 허경민은 올 시즌엔 달라진 타격을 보여줘야 한다”라며 내심 기대감을 내비쳤다.
 
개막전 결과는 아쉬웠다. 허경민과 최주환 모두 4타수 무안타로 부진하면서 팀도 3-6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25일 잠실 삼성전에선 허경민(2타수 1안타 1사구 1타점 1득점)과 최주환(2타수 무안타 2볼넷 1득점)은 각각 멀티 출루로 팀의 5-4 승리에 힘을 보탰다. 특히 허경민은 4-4로 맞선 7회 말 1사 3루에서 중견수 방면 희생 뜬공으로 결승타를 날렸다.
 
27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본격적으로 허경민·최주환 테이블세터의 시동이 걸렸다. 이날 허경민(3타수 2안타 2볼넷 1타점 1득점)과 최주환(4타수 2안타 1사구 3타점 1득점)은 시즌 첫 멀티히트로 팀의 5-0 승리를 이끌었다. 허경민은 2회 말 적시 2루타를 날린 다음 3루 도루까지 성공하면서 상대 선발 브룩스 레일리를 흔들었다.
 
이렇게 테이블세터가 맹활약한 데다 새 외국인 투수 세스 후랭코프의 시즌 첫 등판(6이닝 2피안타 9탈삼진 1볼넷 무실점)도 완벽한 결과였다. 두산 김태형 감독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날 수밖에 없는 하루였다. 김 감독은 경기 뒤 “후랭코프가 올 시즌 첫 등판을 잘 소화했다. 타선에선 허경민·최주환 테이블세터의 적극적인 상대 투수 공략이 승인이다. 베테랑과 어린 선수들 간의 조화가 훌륭했다”라고 칭찬했다.
 
“테이블세터는 자신감이 생명이다.”
 


 
팀 타선의 선봉이 된 허경민은 먼저 개막전 무안타의 부담을 씻은 얘길 꺼냈다. 허경민은 “개막전 리드오프라는 압박감에 잘하고픈 욕심이 있었다. 사람인지라 안타 하나를 빨리 치고 싶더라. 그런데 그게 독이 됐다. 개막전이 4타수 무안타로 끝나서 마음이 무거웠는데 부모님과 지인들이 편안하게 치면 된다고 말씀해주셔서 힘이 됐다”라고 빙긋 웃었다.
 
1번 타순에 서는 부담감은 분명히 있었다. 경기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투수의 공을 파악하는 동시에 출루에 대한 압박감도 존재하는 자리가 1번 타순이다. 허경민은 “(1번 타순은) 매우 어려운 자리다. 하위 타순에 있었을 때보다 부담감이 큰 건 사실이다. 그래도 내 가치를 높이려고 생각하면 1번 타순에서 느끼는 부담감을 극복하고 싶다”라며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3월 27일 선발 등판한 레일리는 이날 경기 전까지 두산전 전적 11경기 등판 5승 2패 평균자책 3.41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5번을 기록한 ‘곰 킬러’였다. 까다로운 레일리의 공이었지만, 허경민은 테이블세터로서 최대한 기죽지 않는 자신감을 보이고자 했다.
 
“레일리는 정말 좋은 투수 아닌가. 비록 못 치더라도 자신감 없이 죽는 모양새는 안 보여주려고 했다. 테이블세터는 자신감이 넘쳐야 하는 자리 같다. 경기 시작부터 더그아웃에 힘을 불어넣어야 한다. (최)주환이 형과도 서로 얘길 많이 한다. 우리 뒤에 원체 좋은 중심 타자들이 많아서 나가기만 하면 된다. 안타가 아닌 득점이라도 팀에 도움만 되면 만족한다.” 허경민의 목소리엔 힘이 가득 했다.
 
허경민과 함께 짝을 이루는 최주환도 테이블세터로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에 만족감을 내비쳤다. 먼저 허경민을 칭찬한 최주환이었다. 최주환은 “오늘(27일) (허)경민이가 타석에서 잘 치고 센스 있는 3루 도루까지 성공하더라. 예전부터 봤지만, 경민이는 1번 타순에서 충분히 잘 칠 수 있는 타자다. 앞에서 경민이가 출루하면 나도 2번 타순에서 (박)건우에게 득점권 기회를 연결해주는 고리 역할을 잘하고 싶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단순히 작전 수행과 연결 고리 역할뿐만 아니라 스스로 해결하는 강한 2번의 활약도 보여주고픈 게 최주환의 마음이다. 최주환은 “감독님은 시즌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공격적인 스타일이시다. 최근 강한 2번 타자 얘기가 나오는데 나도 그런 존재가 되고픈 마음은 있다. 앞으로 타순이 이렇게 유지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물론 아직 불과 3경기만을 소화한 상태기에 성급한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다. 허경민은 “야구라는 게 분위기를 타서 연승할 수도 있고 연패할 수도 있다. 여전히 많은 경기가 남았다. 지금 이기고 잘한다고 좋아할 필요가 없다. 반대로 지고 못 친다고 주눅이 들 필요도 없다. 그저 앞에 놓인 한 경기 한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방법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분명한 건 허경민·최주환 테이블세터가 자리 잡히는 순간 두산 상위 타순 고민이 한순간에 해결된단 점이다. 박건우·김재환·양의지·오재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고려하면 환상적인 좌·우 균형을 보여주는 게 가능한 두산이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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