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석 감독 “서건창이 2루 수비 소화해야 우리 팀에 도움 된다”-2018시즌 부상 복귀 이후 전업 지명타자로 출전한 서건창-서건창이 2루 수비 소화하면 지명타자 자리 다양하게 활용 가능
[엠스플뉴스]“서건창이 예전 모습을 완벽하게 되찾아 2루 수비를 소화해 준다면 동료 선수들에게도, 우리 팀에게도 정말 큰 도움이 될 겁니다.”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은 서건창의 ‘2루수’ 수비 복귀를 희망한다. 서건창은 한때 리그 정상급 2루수로 화려한 나날을 보냈다. 두 차례 2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2014년엔 리그 MVP도 받았다. 전업 2루수가 MVP를 차지한 건 리그 역사상 서건창이 최초였다.2018시즌도 서건창은 당연하다는 듯 주전 2루수로 출발했다. 개막전부터 6경기 내리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2루수 서건창의 모습은 3월 30일 경기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서건창은 강속구를 정강이에 맞고 쓰러졌고, 4월 3일자로 엔트리에서 빠졌다.이후 길고 긴 재활을 거쳐 8월 11일이 돼서야 1군에 돌아올 수 있었다. 복귀 이후엔 모든 경기에 지명타자로만 나섰다. “아직 수비를 소화할 만큼 몸 상태가 완전치 않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내야수 글러브를 사용할 일은 없었다.물론 최근 야구계 일각에서 서건창의 2루 수비력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가 나왔던 게 사실이다. 원래 서건창은 범위가 넓은 수비수라기보단, 안정적이고 실수가 적은 수비가 장점이었던 선수다. 특히 2015년 큰 부상을 당한 뒤, 그 후유증으로 수비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2017시즌 좋은 타격 성적을 내고도 연봉 삭감 대상이 됐던 이유도 다른 게 아닌 2루 수비였다는 게 넥센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신 2018시즌 리그 최고수준의 수비범위와 순발력을 자랑하는 김혜성이 주전 2루수로 나서면서 넥센 내야진 전체의 수비력이 크게 업그레이드되는 효과를 거뒀다.하지만 장정석 감독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장 감독은 서건창이 2루 수비를 소화할 수 있어야 본인에게도, 팀에게도 모두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유가 무엇일까.2018시즌 12명이 지명타자로 출전한 넥센, 8월 이후엔 서건창이 ‘전업 지명타자’
넥센은 ‘전업 지명타자’를 사용하지 않는 팀이다. 옛날 야구에서 지명타자는 노장 선수의 커리어 연장을 위해 존재하는 자리였다. 혹은 옛날 야구게임 속 .450이나 .499 같은 체형의 ‘수비불가’ 선수가 주로 지명타자로 등장했다. 요즘 야구는 다르다. 이제는 여러 선수가 지명타자 자리를 나눠쓰면서, 체력을 안배하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즌을 치를 수 있게 활용하고 있다.2018시즌 넥센에선 무려 12명의 선수가 선발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12명 가운데 전통적인 지명타자 스타일의 선수는 없었다. 가장 많은 47경기에 지명타자로 출전한 이택근은 30대 후반에도 여전히 외야 수비수로 출전하는 운동능력 갖춘 노장이다. 발빠른 컨택트 히터 고종욱도 32경기에 지명타자로 출전해 그 뒤를 이었다.다음이 28경기에 DH로 나선 서건창이고, 마이클 초이스가 12경기, 김태완이 8경기, 박병호도 8경기, 장영석이 3경기에 지명타자를 맡았다. 그 뒤로는 김규민(2경기), 김하성, 허정협, 김민성, 이정후(각 1경기) 등 젊고 ‘사지 멀쩡한’ 선수들까지 지명타자 기회를 얻었다.여기서 눈여겨볼 건 서건창이 지명타자로 출전한 경기 숫자다. 8월 10일까지만 해도 넥센 지명타자 자리는 이택근을 포함해 11명의 선수가 골고루 돌려쓰는 자리였다. 가벼운 부상이 있는 선수의 방망이를 활용하기 위해, 체력 안배를 위해, 좌타자를 좀 더 많이 라인업에 넣기 위해, 한화 이글스전에 김태완을 표적 기용하려고, 넘치는 외야 자원 활용을 위해 등등 수많은 이유로 온갖 선수가 지명타자로 나섰다.하지만 8월 11일 이후 지명타자 자리는 서건창의 지정석이 됐다. 그날 이후 치른 31경기 가운데 딱 4경기(이택근 3, 박병호 1)를 제외하곤 나머지 27경기에 모두 서건창이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다리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건창의 타격을 활용하려다보니, 부득이하게 ‘전업 지명타자’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박병호 같은 경우 시즌 막판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계속 1루 수비로 출전하는 어려움을 겪었다.서건창이 2루수로 출전하면…다채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장정석 감독이 ‘2루수 서건창’을 바라는 것도, 지명타자 자리를 원래 넥센 스타일로 온전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다. 장 감독은 최근 엠스플뉴스와 인터뷰에서 “서건창이 조금만 더 힘을 내서 몸이 완벽하게 회복됐으면 한다. 예전 모습을 되찾아 2루 수비를 해준다면,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서건창이 2루수로 나서면 지명타자 자리의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진다. 다른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면서 풀시즌을 건강하게 치를 힘을 얻을 수 있다. 장 감독이 생각하는 대표적인 예가 김하성이다.장 감독은 “김하성의 수비이닝이 지나치게 많은 게 사실이다. 수비 부담이 너무 크다 보니, 나중에는 타격에까지 영향을 주더라”며 “한달에 한두번만 지명타자로 기용해줬어도 좀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나중엔 후회가 됐다”고 털어놨다.사실 2018시즌 전까지만 해도 김하성이 유격수 자리에서 빠지면, 마땅한 대체자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김지수라는 수비 스페셜리스트가 있지만 김하성만큼의 공격 생산력을 기대하긴 어려웠다.하지만 2018시즌 김혜성이 1군 선수로 솟아오르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김하성을 지명타자로 돌리고 김혜성이 유격수를 보면 수비력과 공격력 모두 큰 손해를 보지 않고 라인업을 꾸릴 수 있다. 이때 서건창이 2루수로 김혜성과 키스톤 콤비를 이룰 수 있단 게 장 감독의 생각이다.장 감독은 “김혜성이라는 좋은 카드가 있다. 2루수는 물론 유격수까지 훌륭하게 소화하는 선수다. 서건창은 물론 다른 선수들의 체력적 관리가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수비력만 놓고 보면 '붙박이 주전 2루수 김혜성'이 최상의 카드일 것 같지만, 시즌을 운영하는 감독 입장에선 꼭 그렇지만도 않다.더 다채로운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김하성은 2018시즌부터 본격적인 3루수 겸업을 시작했다. 상황에 따라선 김하성 3루, 김혜성 유격수, 서건창 2루수로 이어지는 라인업 구성도 가능하다. 상대와 선수 컨디션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맞춤형 라인업 구성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물론 여기엔 전제조건이 있다. 서건창이 100% 컨디션을 회복하고, 예전 수준의 2루 수비를 해준다는 게 조건이다. 만약 2019시즌에도 2루수를 소화할 만큼의 몸 상태가 갖춰지지 않으면, 지명타자로 기용해 공격력이라도 활용하는 게 차선책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2루수 서건창’이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오는 게 더 강한 넥센으로 가는 길이라는 게 장 감독의 생각이다.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 <엠스플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