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랭한 FA 시장, 여전히 선수 11명이 남았다
-조금씩 다른 온도 차, 베테랑 투수들은 계약 기간 줄다리기
-‘협상 난항’ 넥센·한화, 같으면서도 다른 집안 단속 분위기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장기전, 2월 1일이 공통 협상 데드라인
[엠스플뉴스]‘크리스마스이브의 밤’은 설렘이 가득한 순간이다. 어린 시절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성탄절 선물을 기대하며 눈을 감기도 했다.하지만, KBO리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의 분위기는 따스한 크리스마스 느낌과는 다소 다르다. 시장에 남은 11명의 FA 선수들이 기대한 성탄절 선물은 없었다. 실제로 추위가 거세지는 만큼 시장의 강한 찬바람을 그대로 쐬는 선수들이다.대부분 구단은 종무식과 함께 협상 테이블을 잠시 접었다. 사실상 해가 넘어가기 전에 ‘새해맞이 선물’을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남은 FA 선수 11명은 1월 마지막 날까지 자신의 운명을 기다려야 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전에 돌입하는 FA 시장 흐름을 엠스플뉴스가 짚어봤다.조금씩 다른 온도 차, 그래도 FA 시장 분위기는 냉랭하다
2019 FA 신청자 15명 가운데 단 4명만이 계약 도장을 찍었다. 12월 11일 양의지의 NC 다이노스 이적(4년 총액 125억 원) 이후 2주 가까이 새로운 FA 계약 소식이 없다. FA 시장이 이렇게 조용해도 되는가 싶을 정도다.물론 선수별로 협상 테이블의 온도 차는 분명히 있다. 가장 추위를 덜 느끼는 선수는 LG 트윈스 외야수 박용택이다. 박용택은 일찌감치 팀 잔류와 더불어 계약 기간 2년을 구단과 합의했다. 계약 금액 차이만 좁히면 곧바로 도장을 찍을 박용택의 분위기다.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김상수도 최근 구단과 전반적인 계약 조건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적극적인 삼성 잔류 의지를 내비친 김상수 측은 구단과 다섯 차례 만나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1월 초 다시 협상 테이블을 차린 뒤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베테랑 투수들은 계약 기간을 놓고 줄다리기를 펼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노경은은 올 시즌 팀 선발진에서 알짜배기 활약을 펼쳤다.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은 뒤 장기 계약을 요구할 수 있는 분위기다. 롯데 구단이 보장 계약 기간과 더불어 ‘+1년’ 옵션을 어떻게 제안하느냐가 관건이다.삼성 투수 윤성환도 구단과의 시각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1981년생 윤성환은 내년이면 38살이다. 올 시즌 24경기에 선발 등판해 5승 9패 평균자책 6.98에 그친 윤성환에게 삼성이 장기 계약을 제시할 분위기는 아니다. 구단은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합리적인 관점에서 윤성환과의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태도다.최근 외부 FA 영입 소문에 휩싸인 KT WIZ는 내부 FA 협상에만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KT는 내부 FA 내야수 박경수와 투수 금민철에게 계약 조건을 이미 제시했다. 하지만, 두 선수와 모두 의견 차이가 여전히 있는 상황이다.KT 이숭용 단장은 “아직 내부 FA 협상에서 큰 진척은 없다. 구단이 계약 조건을 제시했고, 지금은 선수 에이전트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우선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와의 재계약을 먼저 매듭지어야 한다. FA 시장에서 모든 구단이 장기전으로 돌입하는 흐름이다. 우리도 내년까지 넘어갈 듯싶다. 스프링 캠프 출발 전까진 마무리하겠다”고 FA 협상 상황을 설명했다.해가 바뀌는 장기전, FA 협상 신풍속도
넥센 히어로즈의 ‘집안 단속’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구단 사정상 내야수 김민성과 투수 이보근을 모두 잡긴 힘들다는 예상이 이미 많았다. 1988년생 3루수 김민성은 FA 시장에서 나름 ‘핫’한 매물이다. FA 시장에선 3루수 보강이 필요한 두 구단이 김민성을 향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보근도 여전히 구단과의 생각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실 가장 찬바람이 심하게 부는 구단은 바로 한화 이글스다. 한화는 일찌감치 베테랑 내부 FA인 내야수 송광민과 외야수 이용규·최진행과의 협상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세 선수 모두 별다른 협상 진척은 없다. 계약 금액과 계약 기간에서 모두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한 시장 관계자는 “한화 구단이 한 선수에게 제안한 FA 계약 조건을 들었는데 그냥 구단을 나가라는 수준이었다. 선수 개인은 충격을 크게 받았을 거다. 새해가 와도 협상 분위기는 크게 바뀌지 않을 상황”이라고 전했다.이처럼 현재 FA 시장 분위기는 냉랭함 그 자체다. ‘80억 FA 상한제’를 도입하려 했던 구단들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지갑을 닫고자 한다. ‘보상선수 제도’에 발목 잡힌 중소·베테랑 FA 선수들은 별다른 대책 없이 찬바람만을 맞고 있다. 협상 시간을 끌수록 선수가 더 불리해지는 상황이다. 급할 것이 없는 구단들은 느긋하게 장기전을 바라보고 있다.공식 에이전트 제도 도입도 장기전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해당 FA 선수를 언제든지 불러서 협상을 빠르게 진행했다. 하지만, 이젠 일반 연봉 협상까지 에이전트들이 맡는 추세다. 한 에이전트가 비시즌 동안 10개 구단을 상대하다 보니 약속을 잡아 한 번 만나기도 쉽지 않다. 자연스럽게 장기전이 자리 잡는 분위기”라고 바라봤다.FA 시장에 나와 있는 11명의 선수는 언제까지 찬바람을 맞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물론 구단과 선수 측 모두 공통으로 외치는 협상 데드라인은 2월 1일이다. 스프링 캠프 출국일 전까진 매듭을 짓겠다는 뜻이다. 비록 성탄절 선물은 못 받았지만, 다소 늦은 새해 선물만큼은 꼭 받고 싶은 FA 선수들의 소망이다.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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