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김용호 기자] 2018년 첫 주가 지났다. 여전히 쌀쌀한 날씨 속에 프로농구는 날씨를 무색케 할 만큼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원주 DB가 굳건히 선두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공동 2위인 서울 SK, 전주 KCC와 6위 인천 전자랜드와의 승차는 3경기에 불과하다. 다가오는 주 3일 간의 경기만으로도 얼마든지 순위가 뒤섞일 수 있는 상황이다. 올스타 브레이크에 돌입하기 전 마지막 한 주. 이번 주에는 과연 어떤 경기들이 리그를 들썩이게 할까.
울산 현대모비스(20승 12패, 4위) vs 전주 KCC(21승 11패, 공동 2위)
1월 9일 화요일 19:00 울산동천체육관
기회의 현대모비스, 위기의 KCC 꺾고 3강 깨뜨릴 수 있을까
깨질 듯 말 듯하며 유지되어 오던 상위권 3강 체제가 드디어 해체될 위기에 처했다. 그 칼자루를 쥔 팀은 울산 현대모비스다.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파죽의 연승 행진이 ‘10’에서 아쉽게 멈췄지만 이후 팀을 빠르게 추스르며 꾸준히 상위권을 위협해왔다. 반면 3강에서 멀어질 위기에 처한 전주 KCC는 2018년 들어 단 1승 밖에 거두지 못하면서 침체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새해를 맞은 이후 3경기에서 2승 1패를 거뒀다. 원정에서 2승을 거뒀지만 홈에서 3점 차 석패를 당하며 11연승 도전에 실패했기 때문에 다소 아쉬움은 남았다. 그럼에도 지난 6일 서울 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30점 차 대승(97-67)을 거두며 빠르게 분위기를 쇄신했다. 이로써 공동 2위에 한 경기 차로 바짝 따라붙으며 상위권 진입을 코앞에 둔 상태다.
최근 현대모비스는 두 외국선수인 레이션 테리와 마커스 블레이클리의 활약에 옅은 미소를 띠고 있다. 실제로 유재학 감독은 삼성에게 대승을 거둔 이후 “외국 선수 둘 다 모두 잘했다”라며 이들에 대해 칭찬했다. 이어 국내 선수들도 정상 컨디션을 되찾고 있다. 두 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치며 부진했던 전준범도 3점슛 3개로 슛감을 되찾았고 박경상과 이대성도 제 몫을 소화해내며 양동근의 휴식 시간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KCC는 여전히 부상 병동에 시달리고 있다. 찰스 로드가 발목 부상을 회복하며 팀을 이끌고 있지만 경기를 조율해줄 전태풍이 돌아오기도 전에 안드레 에밋마저 발목에 부상을 당하면서 앞선 멤버들이 자리를 비웠다. 결국 KCC는 지난 7일 서울 SK와의 원정 경기에서 40분 내내 힘을 쓰지 못하며 25점 차 대패(61-86)를 당했다. 속공으로만 18점을 내주며 좀처럼 분위기를 잡지 못했다.
KCC의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미 가드진에서 두 명의 주축 선수가 이탈한 상황에서 이정현마저 3쿼터에 발목 부상으로 코트를 떠났다. 기록적인 측면으로 살펴봐도 KCC는 걷잡을 수 없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현재 에밋은 시즌 평균 23.5점으로 득점 2위에 올라있으며 이정현은 13.4점, 전태풍은 8.6점을 책임져주고 있다. 표면적인 기록으로만 볼 때도 KCC는 약 45점의 득점 지원을 잃은 셈이다. 그만큼 남은 팀원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KCC의 승차는 단 한 경기에 불과하다. 이 경기에서 현대모비스가 승리한다면 이날 같은 시간에 열리는 인천 전자랜드와 서울 SK의 경기 결과에 따라서 최소 공동 3위를 확보할 수 있다. 주축 선수들의 대거 이탈로 연패 위기에 빠진 KCC, 이들을 잡아내고 현대모비스가 드디어 3강 체제를 깨뜨릴 수 있을까.
서울 삼성(14승 18패, 7위) vs 부산 KT(4승 28패, 10위)
1월 10일 수요일 19:00 잠실실내체육관
물러설 곳 없는 양 팀, KT는 이번에도 삼성에게 강할까
서로 다른 의미이지만 양 팀 모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하루빨리 분위기 쇄신이 필요한 서울 삼성과 부산 KT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공교롭게도 이번 시즌 최하위에 쳐져있는 KT는 시즌 4승중에 2승을 삼성을 상대로 따냈다. 상대 전적이 선수들의 멘탈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이번 경기는 팀 전체적으로 많은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삼성은 여전히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팀에 복귀하지 못한 상황에서 분위기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고난했던 원정 10연전을 끝내고 홈으로 돌아와 새해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지만 이내 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6위 인천 전자랜드와의 승차는 어느새 4경기까지 벌어졌다. 전자랜드가 연승에 시동을 걸며 상승세에 올랐음을 감안하면 삼성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서는 하루 빨리 승차를 차근차근 좁혀나가야 한다.
라틀리프의 공백만큼이나 현재 고민스러운 부분은 수비 문제다. 지난 4일 전자랜드에게 시즌 첫 패배를 당한 이상민 감독은 이날 브랜든 브라운에 대한 수비가 느슨했음을 꼬집었다. 이어 6일 현대모비스와의 경기 이후에는 “선수들한테 지고 이기고를 떠나 5반칙을 해도 되니 강하게 밀어붙이라 했는데 안됐다”라며 여전히 수비에 대한 고민이 남은 모습이었다.
KT는 더더욱 물러설 곳이 없다. 9위 고양 오리온과의 승차가 5경기로 벌어지면서 탈꼴지가 가능할지도 불분명해졌다. 지난 7일 원주 DB와의 경기에서도 KT는 승리를 따내지 못하면서 2009년 팀 창단 이후 최다인 12연패에 빠지며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기게 됐다. 최근 강팀들을 상대로 전반 혹은 3쿼터까지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준 KT였지만 여전히 4쿼터 승부처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하면서 연패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번 시즌 프로농구에 불어 닥친 부상 악령을 KT도 비켜가지는 못했다. 개막전부터 주축 골밑 자원이었던 김현민이 일찍이 시즌을 마감했고 이후 김우람과 박지훈도 부상을 입으며 내외곽 모두 무게감이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골밑에서 묵묵히 궂은일을 담당하던 리온 윌리엄스마저 손가락 부상으로 시즌 아웃 판명을 받았다. 새롭게 합류한 르브라이언 내쉬가 공격에 힘을 실고있지만 수비에 가담하는 비중이 윌리엄스보다는 적기 때문에 팀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또 다른 숙제를 안고 있다.
양 팀은 이 경기가 올스타 브레이크 전 마지막 경기다. 특히 삼성은 이번 휴식기 이후 SK-KGC인삼공사-DB-SK-현대모비스를 연달아 만나는 빠듯한 경기 일정이 예정되어 있다. 하루 빨리 플레이오프 진출권에 진입해야하는 상황에서 이번 경기를 이겨야 연패를 끊고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 반면 KT는 최다 연패 기록을 하루 빨리 멈추기 위해서라도 승리가 간절하다. 이번 시즌 삼성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에 이 경기를 계기로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인천 전자랜드(18승 14패, 6위) vs 안양 KGC인삼공사(19승 13패, 5위)
1월 11일 목요일 19:00 인천삼산월드체육관
다시 상승세 오른 전자랜드, 상위권 도약 기회 잡을까
지난 12월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며 순위 하락을 겪었던 전자랜드가 어느새 4연승을 기록하며 상위권 재진입을 노리고 있다. 반면 KGC인삼공사는 지난달 8연승이 끊긴 이후 승리와 패배를 반복하며 5위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위권과의 승차가 크지 않은 만큼 양 팀 모두 이 경기를 시작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
전자랜드는 최근 컨디션을 되찾은 브랜든 브라운의 맹활약에 미소 짓고 있다. 브라운은 특히 지난 4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45점 20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 2블록슛이라는 무시무시한 기록으로 40-20을 달성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나온 브라운의 40-20은 KBL에서 11년 만에 나왔던 대기록이었다. 조쉬 셀비도 지난달 22일 시즌 첫 무득점을 기록한 이후로 7경기 연속 14점 이상을 책임져주며 본인의 역할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선수 성장에 대한 고민은 남아있다. 4일 삼성과의 경기 이후 유도훈 감독은 “경기는 승리했지만 여러 가지 아쉬움이 나온다. 국내 선수의 슛 성공률 기복이 심하다. 수비부터 해줘야 하는데 일대일 상황에서 뚫리는 모습이 너무 많이 나왔다”며 “마지막에 선수들이 경기를 풀어나갈 줄 알아야 한다. 나는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것이고, 풀어내는 것은 선수들 몫이다”라고 말했다.
KGC인삼공사는 연승 행진이 끊긴 이후 상위권 팀들을 상대로 많은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지난달 25일 KCC와의 경기에서 연승을 마감한 KGC인삼공사는 이날 경기를 포함해 현재까지 치른 6경기에서 3승 3패를 기록했다. 이 3패가 선두권 경쟁을 펼치는 KCC에게 두 번, 현대모비스에게 한 번 패한 점이 뼈아팠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전자랜드와의 맞대결은 순위 경쟁에 있어서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다.
전자랜드가 브라운의 활약에 웃는다면 KGC인삼공사는 큐제이 피터슨이 성공적으로 팀에 자리 잡으면서 활력소가 되어주고 있다. 특히 최근 더욱 물오른 슛감을 선보이며 팀에게 든든한 득점 지원을 해주고 있다. 경기당 평균 2.4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고 있는 피터슨은 KGC인삼공사에 합류한 이후 치른 23경기 중 21경기에서 3점슛을 꽂으며 확실한 외곽 자원으로 자리잡았다. 김승기 감독도 “피터슨이 잘해주고 있다. 팀 수비는 이제 곧잘 해낸다. 공격할 때 흐름을 잘 탄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며 피터슨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경기에 앞서 전자랜드는 9일 SK와의 경기도 앞두고 있다. 상위권 팀과의 연전이라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모두 홈에서 경기를 치른 뒤 올스타 브레이크에 들어간다는 점은 팀에게 체력적으로 유리한 부분이다. KGC인삼공사도 체력 부담을 덜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KGC인삼공사는 이번 주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이 경기 한 경기만을 치른다. 주축 선수가 소화하는 시간이 긴 만큼 이번 주는 KGC인삼공사에게 체력을 아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과연 휴식기를 앞두고 미소 지으며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팀은 누가 될까.
# 사진_점프볼 DB(이선영, 홍기웅,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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