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김용호 기자] 지난 1일 원주 DB와 전주 KCC의 경기가 열렸던 원주종합체육관. 이날 체육관 코트에는 선수 생활 마지막 해를 맞은 김주성을 위해 그의 등번호가 새겨졌다. 바로 전날이었던 지난 31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가졌던 김주성은 미리 코트에 나와 바닥에 새겨진 자신의 등번호를 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주성의 등번호 ‘32’는 원주종합체육관 코트에만 새겨진 것이 아니다. 그의 마지막 시즌을 함께 보내고 있는 팀원들의 유니폼에도 ‘32’라는 숫자가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유니폼의 자신의 번호가 새겨진 것에 대해 김주성은 “영광이고 정말 기분 좋다. 유니폼에 내 번호가 있다는 건 팀원들이 다 같이 나를 응원해주는 것이지 않나. 우리 팀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몸 관리를 잘 하고 오래 농구해서 이런 좋은 기회를 이어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팀원들에게는 “유니폼에 새겨진 번호를 보면서 ‘이 형이랑 즐거운 시간을 보냈구나’라는 기억만 해주면 될 것 같다. 특히 나와 같은 포지션에 있던 후배들은 내 빈자리를 느끼지 못할 만큼 열심히 해줬으면 한다”며 애정어린 메시지를 보냈다. 그렇다면 팀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김주성의 첫 은퇴 투어 경기가 열렸던 지난 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From 김태홍|김주성의 마지막 주장
김태홍은 김주성이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2017-2018시즌의 주장이다. 지난 시즌 원주에 새 둥지를 튼 김태홍은 올해 주장을 맡으면서 형과 동생들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는 “이 팀에 오게 돼서 김주성이라는 선수랑 같이 시합도 뛰고 생활도 했는데, 정말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 형의 마지막 시즌에 성적도 좋고 해서 전체적으로 즐거운 기억이 남고 있다. 그리고 그 기억 속에 같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뜻 깊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주장이라 기억되는 것보단 좋은 기억이 있었던 팀의 일원 중 하나로 기억되는 게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니폼에 32번을 달고 나니 뭔가 아이템을 장착한 느낌이다. 어쨌든 형의 은퇴 투어를 알리고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팀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더 힘을 받는 것 같다. 같이 좋게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 From 두경민|김주성의 마지막 야전사령관
이번 시즌 DB의 굳건한 에이스로 자리 잡은 두경민. 그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박지현이 은퇴하면서 주전 포인트가드로 팀을 이끌고 있다. 김주성에게 ‘그의 능력을 많이 빼먹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두경민은 군 입대를 1년 미루기 정말 잘했다는 말과 함께 감사의 메시지를 던졌다.
“같은 선수로서 떠나는 팀원의 번호를 달고 뛴다는 게 정말 영광스러운 일인 것 같다. (김)주성이형이랑 같이 뛰었다는 것도, 그리고 그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모든 게 영광이다. 군 입대를 1년 미루면서까지 함께 해보니 미루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주성이형에게 정말 감사하다.”
▶ From 로드 벤슨|김주성과 가장 오래 뛴 외국선수
한 때 리그를 평정했던 ‘동부 산성’의 한 축이었던 로드 벤슨은 2010-2011시즌에 처음으로 한국 무대를 밟았고 어느덧 원주에서만 5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동부 산성의 위력이 정점을 찍었던 2011-2012시즌, 벤슨과 김주성은 수많은 기록을 갈아치우며 정규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떠나는 김주성에 대해 벤슨은 “나와 함께 시즌을 보내면서 챔피언결정전도 갔었고 좋은 결과를 많이 냈다. 그때를 돌아보면 팀플레이에 능한 선수들이 뭉쳤었기 때문에 더 손발이 잘 맞았던 것 같다. 그에게도 내가 팀플레이를 함께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되길 바란다”라며 유니폼의 32번에 대해서는 “너무 좋아 보인다. 선수로서 영광스러운 일이고 나에게도 많은 의미를 준다”라고 말했다.
▶ From 윤호영|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동부 산성 파트너
벤슨에 이어 윤호영도 동부 산성의 한 축으로 활약하며 김주성과 많은 세월을 보냈다. 오래 함께한 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코트 위에서 서로 잘 통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현재 남아있는 국내 선수중에는 김주성과 가장 오래 뛴 선수이기도 하다. 이에 윤호영은 “주성이형에게는 일단 경기에 들어갔을 때 통하는 느낌이 있었던 팀원으로 남고 싶다. 서로 의지가 됐었던 그런 선수로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라며 김주성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이어 유니폼에 새겨진 그의 등번호에 대해서는 “이번 시즌이 같이 뛰는 마지막 시즌이라는 게 번호를 달고나서 더 마음에 와닿았다. 주성이형이 떠나는 시즌이라고 생각하니 형의 마지막 기억을 강렬하게 가져갈 수 있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 From 이우정|김주성의 마지막 막내
2002년 김주성이 원주에 입단한 이후 이 팀에는 34명의 신인 선수들이 거쳐 갔다. 이우정은 이번 시즌 DB에 새롭게 합류하면서 김주성이 기억하는 마지막 막내 선수가 됐다. 자신의 입단하자마자 떠나게 된 김주성에 대해 이우정은 “항상 존경해왔던 선배다. 팀에 와서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포지션도 달랐지만 배울 게 정말 많은 선배이기 때문에 항상 이것저것 물어보곤 한다. 형과 함께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시즌인 만큼 좋은 기억으로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린 시절 농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주성이형을 만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대학교 선배이기도 해서 그런지 형의 번호를 유니폼에 새기고 뛴다는 게 더 뜻 깊게 다가오는 것 같다”라며 김주성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기도 했다.
이별을 준비하는 그들에게는 이제 22번의 정규리그 경기가 남았다. 이번 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DB가 전설이 떠나는 길에 어떤 추억을 더 쌓아 나갈지 그들의 행보에 주목해보자.
# 사진_점프볼 DB(신승규, 윤민호,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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