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유임된 정홍원(왼쪽 위) 국무총리와 지난 4일 개봉한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스틸. /스포츠서울닷컴DB,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
[스포츠서울닷컴ㅣ고수정 기자] 가까운 미래, 인류의 존망이 걸린 외계인과의 전투. 지구연합방위군은 이 외계인들을 격퇴하기 위해 자살 특공대까지 투입한다. 군 공보관 소속 빌 케이지(톰 크루즈 분)는 전투에 나가는 게 싫어 공보장교가 됐다고 자신을 소개할 만큼 나약한 군인이다. 전장에서 싸우고 있는 군인을 홍보해달라는 상부의 제안을 거절해 탈영죄가 성립되고, 자살 특공대에 투입된다. 전투 경험이 없어 장비 다루는 법도 모르는 그는 첫 전장에서 외계인의 피를 뒤집어쓰고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시간은 다시 하루 전으로 돌아가고 그는 살아난다. 외계인 피 속에 있던 타임 루프 기능을 얻게 된 것이다. 똑같은 전장에 수도 없이 나가면서 여러 전략을 실험한다. 케이지는 이 과정에서 자각하고 능력을 키운다. 자신만이 인류를 구할 용사라고 인식해 위대한 전사로 거듭나게 된다.
오늘과 내일의 경계, 삶과 죽음의 반복을 뜻하는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26일 유임된 정홍원 국무총리의 상황과 맞물린다. 지난 4월 27일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이 '사표 수리는 사고 수습 후'라는 원칙을 내세우면서 그때부터 '시한부 총리'를 수행하게 됐다.
약 한 달 후인 지난달 22일 안대희 전 대법관이 정 총리의 후임으로 지명됐지만, 변호사 시절 고액의 수임료 등으로 벌어진 '전관예우' 논란으로 지난달 28일 사퇴하면서 정 총리는 다시 총리를 해야 했다. 지난 10일에는 박 대통령이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 '카드'를 내세웠지만, 그 역시도 '식민 사관' 논란 등으로 정치권 안팎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오며 지난 24일 후보직을 내려놨다.
총리 후보자의 지명, 사퇴, 지명, 사퇴로 정 총리도 사의를 표명한 이후 총리, 사퇴 대기자를 반복했다. 그러다 26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시한부 총리'의 사표를 반려하고 유임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총리 직위의 '삶과 죽음' '오늘과 내일'은 영화처럼 반복됐다.
'부활'한 그에게는 '국가 대개조'라는 큰 과제가 있다. 그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 드러난 정부의 총체적 무능을 개선하기 위해 제시됐던 핵심 키워드다. 연이은 총리 후보자 낙마로 흐트러진 민심과 느슨해진 공직사회를 추스르는 것과 국정 공백을 메워야 하는 숙제가 있다.
야당에서는 그가 국가 대개조를 진두지휘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26일 "국가개조를 하겠다더니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어야 할 총리로 하겠다는 거냐"며 "총리가 사의 표명한 지 60여 일 동안 국민에게 그렇게 상처를 주고 결국 거꾸로 돌아가는 걸 보면서 국민이 느낄 실망과 허탈함을 생각해 봤는가. 이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를 의식한 듯 정 총리는 유임 결정 직후 간부회의를 열고 "국가개조에 앞장서서 마지막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임 이후 첫 행보로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을 찾은 것도 이러한 다짐을 굳건하게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내가 할 일은 첫째로 실종자 구조와 수색에 마지막 힘을 쏟는 것이고 두 번째는 4월 16일을 영원히 기억하는 날로 만들어서 대한민국을 완전히 바꾸는 것, 즉 국가 대개조와 안전혁신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련은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 나약한 군인이었던 케이지는 똑같은 전장에 수도 없이 나가면서 능력을 키우고, 결국 인류를 살린 '영웅'으로 거듭났다. 우여곡절 끝에 '부활'한 정 총리도 60여일 간의 시간 동안 '얼굴마담' '대독 총리'라는 불명예 꼬리표를 뗄 능력을 키웠을지, 그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결말을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
폴리피플들의 즐거운 정치뉴스 'P-TODAY'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가장 먼저 댓글을 등록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