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왼쪽) 대통령이 26일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의를 반려하고 유임시키기로 결정했다. /스포츠서울닷컴DB, 국무총리실 제공 |
아쉬움과 실망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2014 브라질 월드컵 한국팀의 16강 진출이 결국 좌절됐다. KBS 이영표 해설위원의 말처럼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보여주는 자리'였기에 세계 축구의 벽이 아직은 높다는 것을 확인한 시간이었고 2014 월드컵은 '실패작'이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경기가 끝나지 않았지만 이번 2014 브라질 월드컵은 '변화'와 '도전'에 응전하는 팀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자리가 되고 있다. 또한 '세대 교체'를 통해 자신만의 칼라가 살아있는 팀들이 이변의 주인공으로 조명받고 있어 '자만'을 허용하지 않는 세계 축구의 빠른 변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한국 축구는 그간의 여러 성공적 결실에도 불구하고 작은 성취에 취해 '변화'와 '도전'에 민감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선수 선발 기용에 있어 좀 더 과감하고 도전적인 선택을 하지 못한 점은 두고두고 팬들의 비난꺼리가 될 것 같다.
그나마 홍명보 국가대표 감독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리가 많이 부족했고 그 중에도 내가 가장 부족했다"며 자신의 실책과 문제를 인정하는 태도가 향후 발전과 성장의 밑바탕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한편,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정홍원 총리가 사표를 낸 이후 60여일이 지나고 두 명의 총리 후보가 낙마한 이후에 다시 사의를 표명한 인물을 중용한 것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허탈함을 넘어서 절망감이 엄습할 정도다.
'대한민국에 사람이 이렇게 없나', '대한민국 이 정도밖에 안되나'라는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그런데도 여당은 총리 인사 문제가 후보를 욕보이는 '모욕 청문회', 신상털기 식의 '먼지털이 청문회' 등 제도의 문제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어 가슴을 더욱 답답하게 한다.
이번 총리 인사는 국회 인사 청문회를 떠나 국민들이 반대한 사람을 후보로 내세운 것 때문에 사단이 난 것이다. 문창극 총리 후보의 경우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70%에 달할 만큼 국민 여론이 좋지 않았음에도 사람을 잘못 선택한 책임을 제도의 문제로 떠넘기고 있다.
정홍원 총리의 유임으로 인해 국민들은 다시 세월호 정국이란 원점에 서게 되었다. 홍명보 감독처럼 이번 총리 인선에 책임있는 사람이 나서서 '내가 가장 부족했다'라고 머리라도 숙인다면 희망이라도 있을텐데,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책임지는 자세도 없고 '남탓', '제도 탓'만 하고 있으니 대한민국 호가 또다시 아래로 아래로 끝없이 침잠하는 느낌이다.
[이은영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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