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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오경희의 P-STORY] 기로에 선 문창극, '오심'은 없어야
기사입력 : 2014.06.18 (수) 11:19 | 최종수정 : 2014.06.18 (수) 21:37 | 댓글 0
 [오경희의 P-STORY] 기로에 선 문창극, '오심'은 없어야
박근혜(왼쪽) 대통령은 지난 10일 새 국무총리 후보에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지명했다./스포츠서울닷컴DB, 관훈클럽신영연구기금 제공

[스포츠서울닷컴ㅣ오경희 기자] 2014 브라질 월드컵을 뜨겁게 달구는 것 가운데 하나가 '오심 논란'이다. 초고속 카메라에 비디오 판독 시스템까지 도입한 월드컵이 개막 초반부터 '애매한 판정'으로 축구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13일(이하 한국 시각) 개막전에서 브라질 공격수 프레드(31·플루미넨세 FC)가 얻은 페널티킥이 일부러 넘어진 것이란 주장이 나왔고, 이후 경기는 브라질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일각에서는 브라질이 개최국 어드밴티지를 얻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석연치 않은 판정은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14일 나타우 에스타디오 다스 두나스에서 열린 조별리그 A조 1차전 카메룬 경기에서 헥터 헤레라(24·포르투)가 골을 넣었지만 부심은 오프사이드로 판단해 논란이 됐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스포츠계에서 관용화된 말이다.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개막전 페널티킥 오심 논란이 'FIFA 스캔들'로까지 확산되자 국제축구연맹(FIFA) 심판위원장도 "오심도 삶의 일부"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 같은 발언은 심판 판정에 깨끗이 승복하자는 뜻이다. 하지만 오심이 편파 판정이면 얘기는 달라진다. 평평한 운동장을 기울게 만드는 것은 '부정'이다.

'오심'은 스포츠에만 있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호'를 이끄는 대통령의 잘못된 선수 기용과 판정, 정계를 누비는 정치인들의 정정당당하지 못한 '권력 플레이' 등으로 국민들의 가슴엔 생채기가 났다. 세월호 참사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함과 공직자와 관계 부처의 '부정'을 바라보며 국민들은 '절망'했다.

하지만 세월호가 침몰한 지 두 달, 달라진 것은 없다. 후임 총리 인선을 놓고 '오심 논란'이 일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안대희 전 후보자가 낙마했고, 뒤이어 선택한 문창극 후보자마저 '사퇴' 위기에 놓였다. 지난 10일 지명된 후 그가 기자 시절 쓴 칼럼부터 강연에서 한 발언, 병역 특혜 의혹까지 줄줄이 터져나오고 있다. '일제 식민 지배는 하나님의 뜻' '위안부 문제는 사과 받을 필요 없다' 등 아픈 역사를 가진 국민의 정서상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발언이라는 지적은 문 후보자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파문이 커지자 그는 지난 15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을 둘러싼 갖은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해명했다. 뒤늦게 "상처를 입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스포츠 경기도 아닌 총리 후보자의 실수를 국민이 어디까지 이해해야 할까. 야권 및 시민사회단체에선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있고, 여권 일각에서도 그에게 등을 돌린 상황이다. 하지만 그는 "사퇴는 없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2기 총리는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총리의 다음 총리다. 그만큼 자리의 무게와 책임은 어느 때보다 무겁다. 스포츠 경기의 오심은 그 경기 하나로 끝나지만 정치인이나 공직자가 저지른 실수에 따른 국가적 피해와 국민들의 상처는 회복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 지 알 수 없다. 박근혜 정부의 선택이 '오심'으로 기억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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