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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 사관' 논란 등으로 여야로부터 자진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문창극(왼쪽) 국무총리 후보자와 지난달 29일 개봉한 영화 '끝까지 간다' 스틸. /임영무 기자, (주)AD406 제공 |
[스포츠서울닷컴ㅣ고수정 기자] 정국의 시선은 온통 한 남자에 쏠려 있다. 그 남자는 알면 알수록,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도통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이야기다. 문 후보자는 지난 10일 지명 당시 충청권 인사라는 점과 언론인 출신의 첫 총리 후보자로서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지명 하루도 채 되지 않아 그에 대한 여러 가지 논란이 터졌고, 문 후보자는 위기(?)를 맞고 있다.
문 후보자는 지난달 29일 개봉한 영화 '끝까지 간다'를 떠오르게 한다. 그가 처한 상황과 영화 주인공이 처한 상황은 내용 면에서는 다르지만, 자신에게 곤란한 상황들이 지속해서 일어나고, 이 때문에 절박한 심정을 느끼며, 갈 데까지 가보자는 '의지'가 같다는 점에서다.
영화 '끝까지 간다'의 부패 형사 고건수(이선균 분)는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장례를 치러야 하지만, 자신의 비리가 적발돼 감찰을 받는다는 소식에 경찰서로 가던 중 아내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고 교통사고까지 낸다. 차에 치인 남자는 그 자리에서 숨지고, 한순간 살인자가 된 고건수는 다급한 마음에 시체를 트렁크에 싣고 어머니의 관 속에 시신을 숨긴다. 이후 상부에서 내려온 1급 사건 용의자의 사진 속 인물이 자신이 친 교통사고 사망자라는 것을 알고 사고 현장 근처에 있던 CCTV까지 확보해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경찰 박창민(조진웅 분)으로부터 사고 장면을 목격했다는 전화를 받고, 이때부터 고건수는 박창민으로부터 시체를 가져오라는 협박을 받는다. 박창민도 고건수처럼 불법 유흥업소에 마약을 밀매해 돈을 받은 부패 경찰이었고, 돈을 모은 금고의 열쇠를 갖고 도망간 자가 교통사고 사망자였다. 쫓고 쫓기는 혈투에서 박창민은 결국 죽고 고건수는 금고의 돈을 모두 갖게 된다.
문 후보자도 고건수처럼 곤혹스러운(?) 일을 계속 겪고 있다. 지명된 날 언론인 시절 썼던 칼럼들이 화제가 되면서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다는 말들이 나왔고, 이튿날에는 '일본 식민 지배는 하나님의 뜻' '일본으로부터 위안부 문제를 사과받을 필요 없다' 등의 과거 교회 강연 발언이 밝혀지면서 친일·식민 사관 논란에 휩싸였다. 이제는 '해군 장교 출신인 자신이 세월호에 탔다면 아이들을 구했을 것'이라고 한 말조차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터져 나오는 논란들로 일각에서는 그를 '양파남'(까도 까도 껍질이 계속 이어지는 양파처럼 논란이 계속 제기되는 남자)으로 부르고 있다. 야당은 이미 '부적격 인사'로 판단을 내리고 인사청문회 개최를 반대하고 있다. 집권 여당조차 7·30 재보궐선거의 참패 우려 등으로 문 후보자를 감싸지 않는 분위기다.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마친 후 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의 재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가에서는 박 대통령이 내심 문 후보자의 '셀프 사퇴'를 바라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통령, 여야, 국민 모두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듯하다. 그러나 문 후보자는 이러한 분위기를 알면서도 인사청문회 준비에 공을 들이겠다며 '나홀로 버티기' 행보에 돌입했다.
문 후보자는 주변에 "내가 총리 하겠다고 나선 것도 아니고, 총리를 하라고 불러내 만신창이를 만들어 놓고 스스로 그만두라고 할 순 없는 일이다. 해명하지 못한다면 이 나라에서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심경을 토로한다고 한다.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는 말이다. 임명권자인 박 대통령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그가 '끝까지 간다'는 뜻을 계속 관철해 어렵사리 임명된다 하더라도 편향적 시각과 역사관을 가진 총리 후보자라는 비판 인식으로 국민적 반감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문 후보자와 고건수, 어느 쪽이든 갈 데까지 갔다는 점만은 분명히 닮았다. 고건수는 역경(?)을 뚫고 어마어마한 돈을 얻었다. 문 후보자는 '외로운(?) 싸움'에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걸까. 문 후보자가 가는 '끝'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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