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19,226
[정치일반] [여의도 궁합 ①] 이완구-박영선, 초반부터 '전투중'…상생의 1년 가능할까
기사입력 : 2014.06.17 (화) 11:48 | 최종수정 : 2014.06.17 (화) 18:55 | 댓글 0

'궁합(宮合).' 사전적으로는 남녀의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점이다. 성격·성향 등 궁합이 잘 맞으면 행복한 가정을 이루지만, 상극이면 남남으로 갈라선다. 대한민국 국정을 이끄는 정치인들의 궁합이 중요한 이유다. 한 지붕 아래 함께 살림을 꾸려야 하는 당 지도부 간, 대척점에 섰다 때론 머리를 맞대야 하는 여야 대표 간 등의 호흡에 국민들의 '안녕'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서울닷컴>은 '여의도 궁합' 기획 시리즈를 다룬다.

 [여의도 궁합 ①] 이완구-박영선, 초반부터 '전투중'…상생의 1년 가능할까
새누리당 이완구(오른쪽)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의 향후 1년간 궁합에 관심이 쏠린다. 16일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에서 회담하고 있는 두 원내대표. /새누리당 제공

[스포츠서울닷컴ㅣ고수정 기자] 새누리당 '이완구호'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호'가 지난달 8일 닻을 올린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첫 충청 원내사령탑'으로,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첫 여성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되며 기대를 모았다.

당초 '강성'의 두 사람이 짝을 이룰 경우 임기 초반부터 신경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정가의 예상처럼 현재 두 사람은 후반기 원 구성 등과 관련해 초반부터 한치의 물러섬이 없이 당의 견해를 관철시키는 데에 '전투중'이다. '허니문' 기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제 막 19대 후반기 국회가 시작된 상황에서 국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양당 원내사령탑의 호흡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원내대표와 박 원내대표가 정치력을 발휘해 '찰떡궁합'처럼 국회를 운영해 나갈지 앞으로의 호흡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행동파 vs 강경파…강 대 강 대치 우려

이 원내대표는 '협상파' '행동파'로 여당의 강성으로 평가받는다. 여야 간 물밑 정치력을 중시하고,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달 8일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건강하고 바람직한 당·정·청 긴장관계를 설정하고, 대통령께 어려운 고언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는 밀어붙이고, 끝까지 버티는 '뚝심'도 있다. 충남도지사였던 2009년 12월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추진에 반발해 단식투쟁까지 벌이며 반대하다 도지사직을 던진 것이 단적인 예다.

박 원내대표는 '소장 강경파'로 잘 알려져있다. 임명 이후 지금까지 선명한 대여(對與) 투쟁 기조를 보이고 있다. 19대 전반기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반대하고, 검찰 개혁법안인 상설특검법과 특별감찰관법을 관철하는 등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기로 유명하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달 8일 수락연설에서 "새정치연합이 무엇을 하는 정당인지 국민에게 또렷이 보여드릴 것"이라며 "국민에게 당당한 야당으로 그리고 존재감 있는 야당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앞으로 대여 투쟁의 강도를 가늠하게 한다.

두 사람이 원내대표로 선출되기 전 정치권에서는 이-박 조합이 이뤄질 경우 강 대 강 대치로 흐르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유로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선출되는 것을 내심 부담스러워했다고 한다.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재미로 본 실제 두 사람의 동료 궁합도 '흙'(이 원내대표)과 '물'(박 원내대표)의 만남으로 어느 정도 대립이 있을 것으로 나왔다. 상대방의 적극성에 끌려다니는 관계로 '울며 겨자 먹기' 식의 관계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임기 초반' 국가 개조 등 공통과제로 신경전 벌일 듯

 [여의도 궁합 ①] 이완구-박영선, 초반부터 '전투중'…상생의 1년 가능할까
새누리당 이완구(왼쪽)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스포츠서울닷컴DB

두 사람의 성향이 이렇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임기 초반 대치 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진상규명과 사고수습, 국가시스템 개조라는 '막중한' 공통과제를 떠안고 임기를 시작해 예민한 신경전이 자주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원내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16일 세월호 국정조사 기관보고 일정과 국회 후반기 원 구성 문제를 두고 힘겨루기를 했다.

이 원내대표는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서둘러 출범시켰는데 이를 빨리 진행해 진정한 의미의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빨리 기관보고를 받고 그래야 증인채택 등 필요한 사람을 선정하는 기준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월드컵 분위기로 제대로 (특위가) 운영되겠냐는 새정치연합의 지적도 일리는 있으나 월드컵이 이 문제에 비할 수 있느냐, 월드컵 때문에 그르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저한테 찾아와 6월 30일에서 7월 4일 사이 기관보고를 하자고 했고 그렇게 보고도 받았다"며 "그런데 (세월호 국조특위 야당 간사인) 김현미 간사한테 들었는데 새누리당 조원진 간사가 23일부터 하자고 해서 화가 많이 나 있고 이런 것을 이 원내대표가 조정해주시면 좋겠다"고 맞받았다.

국회 원구성 문제와 관련해서도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박 원내대표는 "과연 새누리당이 원 구성 협상을 서두르고 국회 운영을 제대로 할 생각이 있는지 진정성에 대해 의심이 간다"며 "과반 의석을 가진 집권 여당이 국회 운영을 책임지는 것으로 새누리당이 어머니와 아버지 같은 심정으로 이제는 포용하실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 말대로 집권 여당이라 가능한 한 양보하고 배려하는 스탠스를 앞으로도 계속 보이겠다"며 "조금 짜증 나고 화나도 웃겠다. 선진화된 국회, 여유가 흐르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정치력 발휘…원만한 국회 운영 전망 시각도

 [여의도 궁합 ①] 이완구-박영선, 초반부터 '전투중'…상생의 1년 가능할까
지난 9일 국회 사랑재에서 여야 원내대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는 새누리당 이완구(오른쪽)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제공

두 사람이 날 선 신경전을 벌였지만 지난달 29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에 합의하는 등 성공적인 첫 호흡을 보인 만큼 정치력을 충분히 발휘해 원만하게 국회를 운영해 갈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도 많다.

이 원내대표는 자유민주연합에서 대변인·원내총무 등 주요 당직을 거치면서 원내를 이끌어본 경험이 있고, 박 원내대표 또한 열린우리당에서 대변인을 지냈고 민주당 정책위의장, 법사위원장을 하며 여야 간 협상을 중재해본 경험이 있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달 8일 원내대표로 추대된 후 "야당의 쓴소리도 들어야겠다. 야당의 협력을 받아내야겠다"면서 야당의 비판에 귀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 원내대표도 같은 날 수락연설에서 "저 박영선, 강하다고 한다. 그러나 제가 그렇게 센 여자가 아니"라면서 "국민을 대신해서 단호하게 견제하고 감시할 것이다. 정부·여당이 바른길을 가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부드러움을 강조했다.

두 원내대표가 여야 대화를 강조하면서 1년간 '찰떡궁합'의 호흡을 보일지, '상극'의 호흡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email protected]

정치팀 [email protected]

폴리피플들의 즐거운 정치뉴스 'P-TODAY'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가장 먼저 댓글을 등록해보세요.

신고하기
news